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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구니 自省의 글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5.04.12 16:00
  • 댓글 0
본 각 스님
비구니종회의원

본인은 한국 비구니의 한사람으로서 지난 주 법보신문에 ‘효림스님께 부탁드리는 글’을 실었고, 효림스님께서는 겸허하게 답글을 주셨다. 나 개인이 받는 글이 아니라, 그동안 효림스님의 글로 인하여 분노하고 마음 쓰렸던 7천비구니에게 보내 온 답글로서 받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이제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보다는 비구니 스스로 自省의 마음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효림스님께서 지적해 주셨듯이, 유구한 역사 속에 비구니가 존재하는 것은 불교만이 갖고 있는 인류문화사에 커다란 긍지이다. 그것도 부처님 당시로부터 3천년에 가까운 시공을 거쳐 오면서 말이다. 비구니의 출가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는 너무나 거룩한 일에 대한 당시 사회상의 하나의 표출에 불과하다고 접어두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 지성이 부르짖는 生命平等이 이미 부처님 교단에서는 이루어 졌다는 사실이다. 석존은 3천년의 미래를 내다보고 비구니의 출가를 허락한 지혜와 자비를 갖추신 대성인이시다. 이제는 비구니 스스로 피해의식을 떨쳐버리고 일어설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이어온 비구니 교단의 현주소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동남아 불교권과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등지에서의 비구니의 위상을 살펴보자. 세계를 둘러보아도 7천명 비구니와 종단차원에서의 교육과 수행을 동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비구니교단은 오직 한국뿐이다. 한국에 비구니로 태어난 것은 부처님의 커다란 가피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또한 한국불교의 긍지며 세계불교에 자랑거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 비구니가 누리고 있는 권리와 긍지 속에는 책임 또한 함께하고 있음을 비구니 모두는 자각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 비구니는 국내에서의 교화활동은 물론이고, 세계 속에 비구니 교단을 부활시키고 더불어 협력해야하며, 이시대의 비구니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하고 현재에 해야 할 일을 간추려 내는 일이 급선무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철저한 교육과 수행을 통하여 참신한 인재를 길러 내야하며, 출가정신에 반하는 권력과 부의 축적이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 되거나 탈속한 수행자에게 군림하는 풍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참다운 보살도 정신으로 재무장하는 비구니의 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구니만이라도 문중과 권속을 방패삼아 참신한 인재를 소외시키는 과오를 범해서도 안 되거니와 파벌을 조장하고 빛바랜 착상으로 기교를 부리는 비구니의 모습이 용인되어서도 안 된다. 기본교육을 막 이수한 사미니들에게 목적도 방향도 없는 무조건의 入禪만이 권장되거나 세속화를 현대화라고 착각하는 意識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 비구니는 3천년의 역사와 세계제일의 비구니로서 불변의 영역을 수행정신으로 지키면서 끝없는 보살도 정신으로 연(緣)을 따라 교화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비구니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날의 자운 율사나 일타 율사와 같은 비구큰스님들이 계셔서 비구니를 자애로 이끄셨던 교단의 풍토가 다시 살아나야하고, 비구니 또한 삼보의 일수로서 책임을 다하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이 땅의 비구니가 제자리에 바로 설 때, 이조 5백년 물심양면으로 한국불교를 지켜온 여성 불자들의 위상도 확립 될 것으로 믿는다. 이 또한 시대의 요청이며 여성 불자에 대한 한국 비구니의 책임인 것이다.

효림스님의 경책과 사과의 글을 감사와 겸허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외람된 일인 줄 알면서도 ‘한국 비구니 自省의 글’을 남기며, 모든 분들의 질책을 달게 받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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