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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라

기자명 법보신문
어린아이가 되어 숲길을 거닐어라
그러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텅 빈 시선으로 맑게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우린 어린아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기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때 우린 세상을 상대로 그 어떤 시비나 분별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새롭고 경외에 넘치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어제나 그제, 혹은 지금까지 살아 온 나이만큼의 세월 동안 내가 살아왔던 모습으로써 오늘을 똑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일은, 아니 조금 전의 일까지라도 모두 비워버리고 오직 지금 이 순간으로써 세상을 보라.

이 세상엔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야생적이며 자연적인 것들에게서는 똑같은 것을 찾을 수 없다. 진리와 합일하여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게서 똑같은 것이란 있을 수 없다. 같은 꽃이라 할지라도 똑같은 꽃은 없으며, 똑같은 기후조건 아래에서 자란 나무들 또한 똑같은 나무가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똑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전 인류의 시공을 통틀어 똑같은 모습과 삶 생각을 가지고 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어제의 하늘은 어제의 하늘일 뿐 오늘의 하늘은 전혀 다른 별개의 하늘이다. 어제의 나무며 들꽃들과 오늘의 나무며 들꽃은 서로 같지 않다. 전혀 새로운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 날마다, 아니 매 순간 순간 전혀 새로운 찰나찰나가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이 세상의 본래적인 모습이며 진리 본연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진리 본연의 모습을 따라야 하고, 그것은 바로 매 순간 순간을 전혀 새롭게 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깨달은 이들의 세상을 보는 방식이 아니겠는가.

어제의 관념으로 오늘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어제의 편견을 오늘까지 가져오지 말라. 지나간 과거에 만들어진 선입견으로 지금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갓 태어난 어린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듯 전혀 새로운 텅 빈 시선으로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것을 바라볼 때, 배울 때, 혹은 진리를 공부할 때, 과거에 배워왔고 익혀왔던 그것들을 가지고 듣고자 한다면 점점 더 진리와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참으로 진리를 알고자 한다면, 참되게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한다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을 보는 것 처럼 보아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법문을 들을 때도 혹은 책을 읽을 때도 그것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편견으로써 걸러 보며, 자신의 견해와 합당하는 것들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는 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참되게 읽은 것이 아니며, 다만 내 안의 신념을 강화시켰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은 전혀 새로운 곳이다. 내 눈에 보여지는 모든 대상들은 내가 처음 보는 것들이다. 눈이 내려도 항상 첫 눈이며, 사랑도 항상 첫 사랑일 뿐이고, 바람이 불더라도 항상 새로운 바람일 뿐이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 늘상 행하던 일이라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그 일을 시작해 보라. 어린 아이가 되어 숲 길을 거닐어 보라. 처음 보는 듯 피어나는 봄 꽃을 바라보라. 평소 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깊이 바라보라.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때 매 순간 순간은 기적과도 같은 진리의 순간이 될 것이다.

법상 스님 buda1109@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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