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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돌 던지고 떠올라라 하겠는가 - ⑧

기자명 법보신문

『발심수행장』 ⑧

自罪未脫 他罪不贖 然豈無戒行 受他供給
無行空身 養無利益 無常浮命 愛惜不保
자신의 허물 벗지 못하면 남의 죄를 속죄 시킬 수 없음이니, 어찌 계행이 없이 남의 공양을 받겠는가. 수행 않는 허망한 몸은 길러 무슨 이익 있으며, 무상하고 부평초 같은 목숨 아낀들 보전치 못하네.

<사진설명>안중식의 '대환희도'(1904년)

원효 스님은 제 스스로의 허물은 보지 못하고, 남의 탓만 하는 이가 많은 것을 경계하여, 진정한 수행자라면 자기 앞길 만 부지런히 닦아 철저한 계행으로 부끄럽지 않게 남의 공양을 받으라 하신 것이다. 아마 신라하대의 경흥 선사도 이러한 원효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일화 하나가 『삼국유사』에 전해져 온다. 경흥 스님은 국사의 신분으로서 많은 시종을 거느리고 말을 타고 왕궁을 출입하는데, 하루는 웬 걸승 하나가 행차하는 길에 방해가 된 듯. 밑에 사람과 주고 받는 대화중, “승려가 걸망에 웬 마른 북어를 넣어 가지고 다니느냐!”며 야단을 치자, 걸승 왈, “아니 생물(生物:살아있는 물건)을 사타구니에 끼고 다니는 이가 있는데 이 잘난 마른 북어 한 마리가 무슨 대수냐? ” 경흥 스님이 급히 시종을 시켜 걸승을 뒤 따르게 하니 산모퉁이의 어느 작은 절로 들어가 법당으로 들어갔는데, 불러도 대답이 없어 들어가 보니 승은 간 곳 없고 신중단에 그와 닮은 이가 있었다.

경흥 스님은 그 일이 자신의 허물을 호법신중이 화현해서 가르치려 했음을 알고, 부끄럽게 생각하여 그 후로 말을 타고 다니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항차 국사로서의 지위를 지닌 경흥 선사도 자신의 잘못을 고칠 때라야 비로서 남의 죄를 속죄 시킬 수가 있고 또한 남의 공양을 떳떳이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제 눈에 들은 가시는 보지 못하고 남의 것만을 가지고 탓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증아함경』에 이르기를 “평소에 툭하면 살생을 하고 남의 것을 제 것으로 하며, 오입질을 하고 거짓말 하며 요사한 소견으로 온갖 악행을 하는 이가 있었다. 그가 죽을 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죽은 후에 ‘극락에 태어나지이다’ 라고 축원한다고 해서 과연 그가 극락에 태어날 것인가? 그것은 당치 않은 말이다. 그것은 마치 연못 속에 무거운 돌을 던져놓고 떠올라라 하고 기도해도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나쁜 업을 지은 사람은 제 스스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오로지 진정한 수행자로서 자기 앞길 만 부지런히 닦아 철저한 계행으로 남의 공양을 받으라 하신 것이다.

望龍象德 能忍長苦 期獅子座 永背欲樂
行者心淨 諸天共讚 道人戀色 善神捨離
용상의 덕을 바라거든 능히 긴 고통 참아야 하며, 사자좌를 기약하거든 영구히 욕망을 등져야 하네. 수행자의 마음이 맑으면 모든 하늘이 칭찬하며, 도인이 여색을 연모하면 호법선신이 모두 떠나네.


인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숫파니파타』에서는,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않으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고 해서 게으르지 않고 흔들리지 말 것을 강조하며, 사자좌를 기약하는 이로서는 모든 것에서의 집착을 여의여야 함을 말하고 있다. 『법화경』에서는, 온갖 모욕과 고뇌를 참고 어떠한 원한도 일으키지 않고 마음을 항상 안주시키면 외부로부터의 모든 장애를 방지할 수 있어, 인욕의(忍辱依)라는 옷에 비유하며, 또한 인욕개(忍辱鎧)라고 하여 더러운 물에 물들지 않고 아름답게 피는 연꽃이, 이 세상의 어떠한 고난이나 유혹도 물리치는 인욕행에 비유되고 있는 것이다.

‘도인이 여색운운’ 하는 부분은 탐욕의 해로움에 대해서 말함이며, 『사십이장경경』의
“애욕에 빠진 사람이란, 횃불을 들고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 반드시 손을 데이는 것과 같아서 꼭 재앙을 겪는다.”라는 말과, 『법집요송경』의 “욕망의 그물이 씌워지고, 애욕의 덮개가 덮이고, 어리석음의 마음이 결박된다면, 물고기가 어부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를 바 없다.”라는 말로서 애욕의 교훈을 삼아야 하겠다.

법공 스님(동국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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