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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불교가 환영받는 이유

기자명 법보신문
소유욕을 원력으로 바꾸는 게 불교
무소유보다 보살도 더 가치있고 긴요


사상적으로 모더니즘의 한계는 이성주의의 한계고, 그 한계는 경제기술적 이성과 사회도덕적 이성과의 역사적 충돌로서 표시되었던 것 같다. 경제기술적 이성은 편리의 진리를 세상에 선사했고, 사회도덕적 이성은 정의의 진리를 세상에 펼쳐 보이려고 노력하다가 좌절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말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이 저런 뜻으로 해석되어도 좋을 성 싶다. 자본주의는 경제기술적 풍요를 가져왔으나 이기심을 필요악으로 바탕한 배금주의의 만연으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사회주의는 공동체적 사회정의를 구현하려고 노력했으나 별로 실질적 효력을 얻지도 못하고, 동시에 경제를 거의 망가뜨리는 결과를 빚어 빛좋은 개살구의 신세와 다름없는 것 같다.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나 다 이성의 능력과 힘을 신뢰하는 만듦의 철학임에 틀림없다. 자본주의적 경제기술적 이성은 동물적 본능을 대신하는 인간적 지능의 꾀에 의거해서 세상을 물질적으로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려는 제조의 철학이요, 사회주의적 사회도덕적 이성은 인간의 선의지에 바탕하는 공동선으로서 세상을 정신적으로 다시 혁명하려는 그런 창조의 철학이다. 제조와 창조의 철학이 다 인간의 이성과 그 자아가 논리적 실천적 중심이 되어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려는 그런 꿈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 이성적 만듦과 자아의 의식 철학이 인류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간이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21세기에 인류는 경제적 불편도 누리지 않으면서 정신적 화음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방편을 찾는다. 이 모색이 인류로 하여금 21세기에 불교를 다시 부르게 하는 까닭이 된다.

만듦의 철학은 다 소유의 철학이다. 세상을 이성의 힘으로 다시 재정리 구성하고자 하는 지성과 의지는 결국 세상을 물질적으로든지 정신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사상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세상이 인간의 지성과 의지로 소유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상은 무수한 마음의 욕망이 그리는 그림이므로 마음과 별개로 떨어진 객관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상은 낡으면 수리할 수 있고 깨어지면 바꿔 낄 수가 있으나, 욕망의 그림으로서의 세상은 마음의 욕망이 변하지 않으면 결코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는 마음을 이성으로 보지 않고 욕망으로 읽기를 가르친다. 이성은 사량하고 분별하여 택일하는 판단력을 뜻하고, 욕망은 자발적으로 마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기호를 말한다. 자연적 욕망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본능적 욕망으로서 소유욕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본성적 욕망으로서 존재론적 원력을 뜻한다.

전자는 이기배타적이며 타동사적으로 바깥에 있는 좋음을 취득하려는 소유적 독점의 생리를 지니는데 비하여, 후자는 자리이타적이며 자동사적으로 마음이 좋음(善)을 스스로 분비하여 그것을 타인들에게 보시하려는 희사심을 말한다. 희사심은 마음이 자발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숙성시켜 그것을 타인들과 나누려는 존재론적 욕망의 즐거움이지, 도덕심처럼 의지적으로 도덕의식이 무장하여 옮음(善)을 해야 한다는 당위의 엄숙주의가 아니다. 도덕주의는 본능(지능)의 이기심과 끝없이 싸우나, 존재론적 욕망으로서의 원력은 다만 자연스런 본성의 자발심으로서만 족하다. 그래서 불교는 본능의 소유욕과 싸우지 않고, 그 본능의 좋아하는 이익을 본성이 좋아하는 이익으로 전환시키려 할 뿐이다. 이익을 나쁘게 보지 않고 다만 이익을 좋아하는 마음자리를 소유에서 존재로 되돌리려 한다. 소유의 본능을 존재의 본성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불교는 마음이 먼저 무(無)와 공(空)을 익혀야 한다고 가르친다. 돈이 소유욕으로 보면 그것은 마군이지만, 존재의 원력으로 보면 그것은 보살도의 방편이 아니겠는가? 소극적 무소유의 사상보다 적극적 보살도의 정신을 선양하는 것이 21세기에 대한 불교의 응답이 아닐까?

한국학중앙연구원 철학과 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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