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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김문주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어릴 때 ‘기복불교’ 보며 미신 간주
불교방송 들은 뒤 매일 금강경 독송


한 배 한 배 절을 한다. 온 몸을 바닥에 내려놓을 때마다 마음속에 들어차 있던 갖가지 욕심들로 뭉쳐진 커다란 덩어리의 한 귀퉁이가 조금씩 허물어져 내리는 것만 같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108배의 참회기도를 마치고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 심호흡을 몇 번 하고난 후 『금강경』을 독송하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 신 새벽 거실에 울려 퍼지는 소리.

‘동방허공 가사량부 불야세존 남서북방 사유상하허공 가사량부 불야세존 수보리 보살 무주상보시복덕 역부여시 불가사량…’

내가 불교를 처음 만난 것은 대여섯 살 무렵, 할머니를 따라 갔던 절에서였으니 45~46년 전쯤의 일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할머니를 통해 만난 불교에 대한 인식은 금빛 찬란한 불상 앞에 시주물을 올리고 개인적인 소원을 빌면서 절을 하고 염불을 하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복을 받는다는 ‘기복불교’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불교가 타종교에 비해 구태하고 무속적이며 심지어 미신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면서 다른 종교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호기심은 관심과 실천으로 이어졌고 다른 종교로 옮겨간 나는 종교를 통해 선진국의 발전된 문화권에 진입한 듯한 자부심마저 들어 몇 년간 적극적으로 종교생활을 했다.

그런데 이십대 초반을 지나면서 회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조물주와 피조물로서의 의지가 원천적으로 거세된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을 결정하거나 선택할 때, 무엇을 선택하든 그렇게 하기 전에 고민하는 ‘나’가 있었고, 그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나의 의지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끊임없이 무엇인가에 애착을 일으키기도 하는, 지금 이곳에서 숨을 쉬고 생각하는 나는 누구인가. 신의 뜻과 인간의 의지 사이에서 누구도 그것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새로 만난 종교에 대해 가졌던 호기심과 자부심은 차츰 실망감과 낭패감으로 바뀌어 결국 나를 주저앉게 하였다.

그 후로 내게 있어 종교는 어떤 종교든 기복적이고 관념적이라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심지어 종교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들어 종교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는 냉소적인 생각까지 겹쳐 철저히 외면했다.

그렇게 종교와 등을 돌리고 지내던 중, 30대 후반 무렵에 우연히 불교방송을 듣게 되었다. 신행생활에서 불자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문제들에 대해 스님들께서 적절한 답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처음엔 생소한 언어들로 인해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매일 그 시간만 되면 나도 모르게 그 프로그램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었다.

‘몸과 마음 중 어느 것이 주인이고 어느 것이 노예인가.’
‘팔만 사천 법문을 한 손에 쥐었다가 놓으면 마음 심(心)자 하나만 남는다.’

그 때 방송을 통해 들은 말씀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불교가 단순히 부처님 전에 시주물을 올리고 나와 가족이 잘 되게 해 달라고 비는 기복적인 종교가 아니며 무속적인 종교는 더욱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내가 경전에 관심을 갖도록 했고 그것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주부·불교대학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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