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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세-지혜 전하는 고대인의 유려한 노래[br]『인도의 지혜 히또빠데샤』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5.04.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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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옮김 / 통나무

인도 아쇼카 왕 시대의 수도이기도 했던 빠딸리뿌뜨라(오늘날의 빠뜨나)에 수다르샤나라는 덕망 높은 왕에게는 배움을 싫어하고 그릇된 길로 빠지려는 왕자들이 있었다. 왕자들의 앞날을 걱정하던 왕은 마침 위슈누샤르마라는 스승을 찾게 되고 스승은 6개월 안에 왕자들을 새 사람으로 만들어 보이겠다고 제의한다. 스승은 시원한 왕궁의 테라스에서 왕자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각종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지도자로서 알아야할 처세와 지세의 지혜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 이야기는 오늘날 『히또빠데샤』라는 인도의 대표적 고전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도 뿌나대학의 철학과-범어과에서 수학한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이지수 교수가 최근 『히또빠데샤』를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했다. 범어에 기초한 정통 인도철학 연구에 전념해 온 역자는 우리나라 인도철학의 개척자로 이미 몇 차례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번역서를 선보인바 있다.

『히또빠데샤』는 산문과 운문이 교차하는 이른바 ‘짬뿌 문학’ 형식의 대표적 인도 고전으로 730여 수에 이르는 아름다운 운문은 그 시적 아름다움은 물론이며 경구나 격언의 성격을 갖고 있는 주옥같은 내용으로 지금까지도 인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히또빠데샤』는 범어 공부를 위해 가장 전범이 되는 텍스트로 정평이 나있어 범어 문학 가운데에도 최고봉으로 손꼽히고 있다. 처세의 지혜를 가르치려는 일차적 목적 외에도 범어의 다양한 표현법과 화법을 가르치려는 어학적 목적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자는 범어 고전의 유려한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전의 이같은 예술성을 손상시키지 않은 것은 물론이며 우리말의 호흡 구조와 단어의 어감까지 적절히 구사해가며 또 하나의 완성도 높은 번역서를 탄생시켰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추천사를 통해 “ 철저한 원전의 분석 위에서 우리말로 옮긴 이지수 선생의 이번 작업은 후학들의 영원한 귀감이 될 것”이라는 말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익한 가르침’이라는 뜻의 『히또빠데샤』는 우화의 형식을 빌어 생활과 처세에 관해 유익하고 지혜로 번뜩이는 교훈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저자는 나라야나로 알려져 있으며 최고(最古)의 사본이 1371년 쓰여 졌으나 정확한 저작 연대는 불확실하다.

『히또빠데샤』는 줄기 이야기 속에 여러개의 독립된 이야기들이 가지를 치고 연결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각 장이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를 이루고 있는 매우 독특한 전개방식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독자들로서는 자칫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난관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역자는 이러한 혼란을 피해 번역의 중간 중간에 ‘줄기 이야기의 계속’ 이라든가 ‘제 몇 화의 계속’과 같은 이정표를 심어 놓는 친절함을 베풀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짧은 이야기들은 재미와 함께 이야기로서의 완성도를 충분히 지니고 있어 구성을 이해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히또빠데샤』의 재미있는 우화들에 대해 도올은 “이솝이야기나 불교 통해 소개된 쟈타카 등의 우화 문학은 결국 공통된 타입의 다른 변형일 뿐”이라며 “소아시아와 페르시아 지역에서 형성된 우화 타입의 이야기들은 희랍으로 가서 이솝 이야기로 정착되었으며 인도로 와서는 오늘날 보는 『히또빠데샤』로 정리됐다”고 설명한다.

역자는 “시-공간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히또빠데샤』가 들려주는 지혜의 가르침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가슴에도 공감을 일으키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고 번역의 소감을 밝혔다. 그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시공을 넘어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진리로 전해지듯 비록 단순하고 전형적인 캐릭터로 선정된 동물들이라도 그들이 지적하는 인간의 우매함과 허약함은 시대와 장소가 변해도 변함없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가치와 진리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 역시 부처님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15,000원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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