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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몽산 덕이의 ‘수행인의 마음자세’

기자명 법보신문

악마가 덮칠지라도 두려워 말라

무릇 행각할 때는 모름지기 도로써 회포를 삼아야 한다. 현성한 공양을 받으면서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서는 안 된다. 생사(生死)라는 두 글자를 이마에 못질하여 하루 24시간 체면치례를 젖혀 두고 이것을 찾아 분명히 알아야만 한다. 만약 무리를 따르고 떼를 좇아서 헛되이 세월을 보낸다면, 죽을 때 염라대왕이 밥값을 청구할 것이니, 내가 그대를 위해 말해 주지 않았다고 이르지 말라.

도를 공부하는 사람이 경전을 보지 않고, 예불도 하지 않고, 방석에 앉자마자 졸다가 잠이 깨면 어지러이 생각하고, 선상에서 내려서자마자 남들과 어지러이 사귀는 것이 보통이니, 만약 이와 같이 도를 닦는다면 미륵이 하생할 때에 이르러도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잡념이 어지러이 일어날 때 절대로 자기와 싸우려 해서는 안 된다.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 치성해진다. 숱한 사람이 이곳에서 나아가야 할지 물러서야 할지 몰라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치광이가 되어 일생을 망쳐 버린다.

모름지기 어지러이 일어나는 곳을 향하여 잠깐 놓아 버리고, 한 번 몸을 옮겨 바닥에 내려 한 번 포행하고, 다시 선상에 올라 두 눈을 뜨고 두 주먹을 쥐고 등마루를 곧추세워 전과 같이 화두를 들면 이내 시원함을 느낄 것이니, 한 냄비의 끓는 물에 찬물 한 바가지를 끼얹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마음가짐이 조급하면 육단심(肉團心. 심장)이 흔들려 혈기가 고르지 못하는 따위의 병통이 생겨날 것이니, 이것은 바른길이 아니다. 다만 진정한 신심을 내어 참마음 가운데 의심이 있으면 자연히 화두가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공부가 잘 되지 않더라도 번뇌심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번뇌마가 마음에 들어올까 두렵다. 만약 공부가 수월하게 되더라도 환희심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환희마가 마음에 들어올까 두렵다. 선마가 오더라도 기뻐하지 말고, 악마가 오더라도 두려워 말라. 마음에 미움과 사랑을 일으키면 바른 생각을 잃어 미치광이가 될 것이다.

뜻 세우기를 산과 같이 하고, 마음 안정하기를 바다와 같이 하면 큰 지혜가 해와 같이 온 누리를 두루 비칠 것이요, 미혹의 구름이 다 흩어지면 만리의 푸른 하늘 가을 달이 맑은 물에 사무칠 것이다. 이러한 때에 이르러서는 덕 높은 선지식을 찾아 기미(機味)를 완전히 돌려 바름도 치우침도 없게 하라.

화두가 순일해지면 일어나고 사라짐이 바로 없어지는데, 이 일어나고 사라짐이 없어진 상태를 고요하다[寂]고 한다. 고요한 가운데 화두마저 사라진 상태를 무기(無記)라 하고, 고요한 가운데 화두가 또렷한 상태를 신령하다[靈]고 한다. 이 텅 비고 고요하며 신령한 앎이 무너지거나 뒤섞이지 않게 하여야 하는 것이니, 이렇게 공부를 쌓으면 머지않아 깨닫게 될 것이다.

법답게 삼 년을 공부하였으되 만약 견성하여 종지를 통달하지 못한다면 내가 그대들을 대신해 지옥에 떨어지겠다. 『선문촬요』(민족사)서 발췌.
정리=채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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