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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是非非 가리려 말고 참선 수행 정진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 산 스님

용맹정진해도 망상 일어나거늘…
종단 문제, 수행않는 풍토서 비롯


<사진설명>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은 “수행을 통해 반야 지혜를 얻는 것만이 종단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사회나 종단에서 시비(是非)가 그치지 않는 것은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위주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이런 시비가 그치기 위해서는 사회나 종단이나 우선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는 수행을 통해 반야 지혜를 얻어 실천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지난 5월 3일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청주 보살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부대중 모두가 오직 부처님 법에 의지해 수행하고 정진할 때만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혼탁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불자들에게 가르침을 던졌다.

지난해 4월 원로회의 의장에 선출된 이후 스님이 공식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 동안 기자들 앞에 나서는 것에 인색했던 스님이 문득 기자들을 맞이한 이유는 무엇일까.

스님은 최근 종단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방관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서둘러 종단이 수행을 통해 부처님 법을 실천하는 승풍을 진작하고 승단이 화합할 수 있도록 종단의 어른으로서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긴 것이다.

“지금 종단이 위태로운 것은 출가한 스님네들이 출가 본연의 초발심은 망각한 채 주지나 종회 의원이나 총무원장 되려는 데 생각이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화두를 들고 장좌불와(長座不臥) 용맹정진을 해도 망상이 일어나는데 수행 정진해야할 사람들이 이런 곳에 생각이 가 있으니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스님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종단의 각종 문제가 오직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한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일어나고 그 속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출가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천만겁을 윤회하는 가운데 ‘난득(難得), 난득(難得)이라도 인신난득(人身難得)이요, 인신난득(人身難得)이라도 불법난득(佛法難得)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다하더라도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으며 사람으로 태어난다 할지라도 불법(佛法)을 만나고 정법(正法)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가 사람의 몸을 받았으니, 정법을 찾아 정진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부처님 법을 믿고 수행정진을 통해 반야지혜를 얻는다면 그 속에 평화와 안정이 있고 행복이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이치는 승단 뿐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스님은 다시 한번 지적했다.

“요즘 21세기는 정보화 사회, 지식화 사회라고 합니다. 이처럼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라고 하지만 세계곳곳에서는 전쟁 등 각종 분쟁의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이는 곳곳에서 자신의 허물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남의 허물을 보고 시(是)와 비(非)를 가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정진해서 반야지혜를 얻어야 합니다. 이렇게 반야지혜를 얻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불평불만이 없어지고 평화와 안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질로 해결하지 못한 세상의 일들을 푸는 것은 우리 모두 정진해서 지혜를 여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수행을 통해 반야지혜를 얻는 것만이 세상의 모든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라 강조한 스님은 수행을 함에 있어 그 첫 번째 길이 지계(持戒)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계율에 얽힌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통도사에 경봉 스님이 계실 때니까 20∼30년 전의 일의 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그곳에서 입승을 보고 있는 데 하루는 해인사에 금봉 스님이 조실로 오신다는 겁니다. 평소에 존경하던 스님이라 한번 찾아뵙고 싶어 그 길로 기차를 타고 해인사를 갔지요. 새벽에 아침을 대충 해결하고 왔더니 대구에 도착하니 어찌나 배고 고프던지. 그래서 요기라도 하려고 조그만 골목길에 들어서니 고기국 냄새가 솔솔 나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좋은지. 먹고싶은 생각이 들더라구. 그래서 내 몸뚱이에 물었지. ‘고기가 먹고싶으냐’, 그랬더니 먹고싶다는 거야. 출가 후 멸치 하나 먹지 않았던 내가 먹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몇 번을 망설이다 몸뚱이에게 다시 물었지. ‘이 고기가 전생에 어머니 몸뚱이였는데 그래도 먹겠느냐’ 했더니 그제서야 ‘먹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해인사에 돌아왔지요. 그 날 저녁 나는 고기를 먹겠다는 생각을 낸 것에 대해 참회를 했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탓이라 몇 번을 쓰러지며 108배 참회를 하고 다시는 이런 망상을 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이후로 저는 멸치, 꽁치하나 먹은 적 없고 절 밖에서 밥을 먹거나 잠을 잔 적이 없어요. 저는 율문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계율에 대해 뭐라 얘기할 수는 없지만 계율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그릇되지 않도록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이것이 수행의 시작이라 여깁니다.”

스님은 이번 부처님오신날을 계기로 한국불교가 사회를 정화하고 평화와 안정을 이루는 중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금 세상은 불교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물질문명이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장악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소외된 대중들이 정신적 충족을 얻고자 하는 욕구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세계최고의 수행 승단과 재가불자들을 보유한 한국 선불교의 책임은 막중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에 목말라하는 중생들에게 그 감로의 가르침을 전해 주어야 합니다. 이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빵을, 정신적으로 궁핍한 사람들에게는 정신적 양식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참 뜻입니다.”

평생을 수행에만 전념하며 출가자의 본분을 지키려 노력했던 스님은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들에게 “지금 시시비비에 몸살을 겪는 우리 종단과 사회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정법을 찾아 수행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다시 한번 당부했다.

청주=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종산 스님은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은 1924년 태어났다. 47년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뒤 우연히 구례 화엄사를 찾았던 스님은 이 곳에서 은사 도광 스님의 수행 모습에 감복해 그 길로 출가, 수행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스님은 고암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동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 했다.

출가 후 스님은 40년 동안 전남 대흥사, 만덕사, 보광사, 해인사, 범어사, 통도사 극락암, 천축사 무문관 등 전국의 제방선원을 돌며 41안거를 성만했다. 특히 스님은 천축사 무문관에서 6년 간 장좌불와, 오후불식 등 용맹정진을 펼치면서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지켜왔다.

이후 조계종 9대 중앙종회 임시종회의장, 중앙종회 법제 분과위원장, 직지선원 조실, 원로회의 수석부의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4년 4월 원로회의 의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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