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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적인 자연은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대자연의 생명을 그대로 두었을 때
인간의 생명도 본래 생명으로 회귀


내가 사는 도량은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창문만 열고 있어도 숲 한 가운데 앉아 있는 듯 시원하고 청량하다. 온갖 새소리며 바람소리, 또 숲의 온갖 생명체들의 소리가 시원스레 귓전을 맑혀준다. 그런데 요즘, 내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대웅전 앞 석탑 주위의 잔디밭이 문제다.

겉으로 보기에 잔디밭은 얼마나 푸르르고 아름다운가. 그런데 잔디밭은 완전히 인공적이다. 사람의 손길이 가지 않으면 몇 년, 아니 몇 달 가지 않아 ‘잡초밭’이 되고 만다. 특히나 이런 산 속의 잔디밭은 더욱 더 온갖 풀씨들이 흩날려 다양한 산야초들이 잔디 사이로 피어난다. 물론 그런 야생초들은 사람들의 시선에는 영락없는 ‘죽여버려야 할 잡초’에 불과하다.

올 봄부터 가만히 살펴보았더니 잔디밭에 피어나는 산야초들은 모두가 음식으로 해 먹어도 좋을 산나물들이다. 민들레, 씀바귀, 냉이, 개망초, 토끼풀, 제비꽃 등 언뜻 들어서는 그런 풀꽃들을 어떻게 먹는가 싶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야생의 풀꽃들이야말로 밭에 심어 기르는 상추, 쑥갓 등에 비할 수 없을 천연의 생명력을 지닌 소중한 먹거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잔디밭을 살려야 한다고 이 곳에 잔디만 빼고 다 죽이는 농약을 뿌리라고 야단들이다. 물론 아직은 보살님들 오시면 몸에 좋은 보약을 알려드리겠다며 잔디밭으로 모시고 가서 함께 뜯으면서 이 야생초들을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도 알려드리고, 얼마나 몸에 좋은지도 말씀드리면서 근근이 버텨온 터다.

이처럼 요 몇 달 간 이 작은 잔디밭과 씨름을 하면서, 얼마전 시골마을을 지나다가 보았던 골프장의 모습이 새삼 떠올랐다. 거의 산 전체의 나무숲을 싹 밀어버리고 대규모로 잔디밭을 만들어 골프장을 만든 모습. 언뜻 보면 푸른 초원처럼 아름답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 아름다움 이면에 얼마나 많은 양의 농약이 뿌려지고 덩달아 산도 숲도 지하수도 오염될 것인가 하는 생각에 한 숨만 나왔다.

요즘은 골프가 국민 스포츠가 된 양 아무런 거리낌 없이 너도나도 골프를 치고, 골프장 건설에 매진하고 있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골프장은 잔디 하나만 생각해 보더라도 얼마나 엄청난 환경오염이고 생명을 죽이는 일인가.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었을 때 아름답고 생명력이 한껏 드높아진다. 야생 그대로의 상태에서 자연은 그대로 우리가 기댈 곳이며 우리 생명의 원천이고, 어머니의 품이다. 친환경 아파트를 만든다고 잔디길을 내는 일이나, 생태공원을 만든다고 땅을 싹 밀어 버리고 그 위에 엄청난 양의 돈을 들여 조경을 하는 일들은 여전히 장밋빛 환경사업인 양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돈을 들여 자연을 조성하지 말라. 인공적인 자연은 자연이 아니다. 자연은 그냥 놔두었을 때 본연의 야생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손길이 개입되지 않은 야생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울 뿐더러 그 자체로써 진리의 모습이다. 마구잡이로 개발시켜 환경을 파괴시켜 놓고, 이제와서 다시금 ‘환경을 살리기 위한 파괴’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개발이 우선이 아니라 생명이 우선이다. 대자연의 생명을 생명 그대로 두었을 때 우리 인간의 생명 또한 본래생명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법상 스님 buda1109@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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