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몽산덕이 『선관책진』 중에서
⑥ 몽산덕이 『선관책진』 중에서
  • 법보신문
  • 승인 2005.06.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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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진전 없을 때 발심이 깨달음 관건
참선할 때 의심이 끊어지지 않아야 ‘진짜 의심’이라 한다. 오래오래 하다보면 공부가 익어져서 화두를 들려고 마음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화두가 나타나고 눈에 보이는 경계와 몸과 마음이 그전 같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꿈속에서도 화두가 가득할 것이니, 그렇게 되면 크나큰 깨달음이 가까워진 것이다. 이때 깨치기를 기다리지 말고 공부를 계속 이어간다면 자연히 번뇌는 사라지고 지혜가 날로 불어나 무명을 부술 힘이 생기게 된다. 힘이 충실해지면 의심이 깨지면서 무명도 사라지나니, 무명이 사라지면 미묘법을 보게 될 것이다.

참선이라는 것은 밝게 깨어 있는 데에 묘리(妙理)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화두를 점검해 보아 올바른 의심이 잡혔거든 급히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말고 화두만을 붙들고 거기에 머무른다면 곧 깨달음을 얻어 몸과 마음이 안락하게 될 것이다.

만약 마음 쓰는 것이 너무 급하면 혈기가 고르지 못해 병이 생길 염려가 있으니 삼가야 한다. 굳은 신심을 내어 진심으로 의심에 의심을 더해 가면 화두가 눈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니 구태여 힘을 써서 화두를 드는 것은 옳지 못하다.

모든 반연을 다 버리고 일상 가운데 화두를 생각하며 스스로 돌이켜 보아라. 처음에는 앉아서 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억지로 몸을 꼿꼿이 세우고 눈을 부릅떠서 공부해서는 안된다.

힘을 들이면 오히려 병이 되는 수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앉아 눈은 보통으로 뜨고 몸과 마음의 경계를 구태여 돌아보려 애쓰지 말라. 혹 정신이 흐릿해지거나 산란해지거든 화두를 한두 번 소리 내어 부르면서 마음에 다시 새긴다면 모든 잡념이 사라지리라.

눈이 안정되면 마음이 안정되고 마음이 안정되면 몸도 안정되는 것이니, 어쩌다가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고 해서 뽐내거나 자랑하지 말라. 만약 화두를 잊거나 공(空)에 빠지거나 고요한 데 집착하면 크게 깨치지 못하고 큰 병통이 되느니라.
공부하는 것이 아무 진전이 없고 흥미가 없을 때에는 바로 거기에서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중요하니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정신이 또렷하면 고요해질 것이고, 고요해진 다음에는 안정되는 것이다.

공부를 시작할 때나 마칠 때나 깨끗하고 고요함을 여의지 말아야 한다. 고요함이 극진하면 깨달을 것이며, 깨끗함이 극진하면 광명이 통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운이 엄숙하고 맑아져서 모든 경계가 가을 하늘같이 맑아질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면 마음은 맑은 가을의 호수를 닮아 가고 오는 길이 끊어지고, 허망한 몸뚱이가 인간 세계에 있는 줄도 모르고, 오직 화두만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여기에 이르면 번뇌는 사라지고 광명만이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하여 화두의 의심이 풀리면 바른 눈이 열리게 되고 본래의 성품이 환히 밝아져서 부처와 조사들이 사람을 다루어온 갖가지 방편을 알게 되리라.

몽산덕이는
몽산덕이(蒙山德異 1231∼1308) 스님은 원나라 때 스님으로 고려 고승들과 교유가 많았고 그의 저서 중 일부는 조선시대에 한글로 번역돼 유통되기도 했다. 특히 스님이 편집한 덕이본 『육조단경』은 오랫동안 강원교재로 사용될 정도로, 스님이 한국 선사상에 미친 영향은 대단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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