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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초의선사의 『일지암문집』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계율 어기고 어찌 성불 기대하랴

계품(戒品)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니 보살계, 비구계, 사미계, 거사계 등인데 불가의 제도에는 출가한 사람이 나이 스물이 안되면 비구계를 받지 못하고 먼저 사미계를 받는다. 나이 스물이 되어야 비구계를 받고, 보살계와 같은 것은 비구나 사미나 거사나 절에서 심부름 하는 아이[行童]든 남녀 불문하고 다만 법사(法師)의 말을 이해하면 모두 받도록 허락되어 있으니 바로 삼귀오계(三歸五戒)를 받은 사람이다.

오늘날 사람 가운데 십선(十善)과 십계(十戒)를 받은 이는 마땅히 천상에 태어나고, 250계를 받으면 번뇌의 애욕을 벗어나 아라한의 성과(聖果)를 얻고 보살계를 받은 이는 불과(佛果)를 얻는다. 마치 어느 상부인(相夫人)이 하룻밤에 계를 받고서 목숨이 끊어져서 하늘에 태어나고, 난타(難陀)존자는 오욕을 벗어나지 않고서도 살아서 천궁(天宮)을 구경하였다고 했다.

심지어는 앉아서 계를 받고 일어서자마자 파계하더라도 오히려 무량의 공덕이 있거늘 하물며 일찍이 가정의 교훈을 받고 불도(佛道)에 뜻을 두어 부모의 사랑을 버리고, 화려한 영화를 영원히 끊어버린 사람에 있어서야 두 말할 나위없다.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스승을 찾고 밝은 달을 우러러 친구를 삼아 여러 산중을 홀로 왕래하면서도 슬픔 등 느낌이 없고, 된서리 아래에서 스스로 밥 지어 먹으면서도 더욱 정성으로 정근하여 집착을 무너뜨릴 수 있고, 법복(法服)에 잘 적응함으로서 삼사(三師)에게 예배하고, 계율과 법명을 받고 석(釋)씨로 성을 정해 함께 형제가 되면 대장부의 웅장한 뜻이 이미 결정되어 여러 마귀가 놀다 쳐다보고 스스로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천상의 보좌(寶座)가 이미 일어나고 지하의 칼산이 먼저 무너지리니 만약 여기에서 한 걸음 전진하여 대계(大戒)를 받는다면 앞으로의 모든 부처가 이런 사람의 무리에서 나오지지 아니하겠는가?

아! 만일 계도 받지 않고 승복만 입는 등 한갓 외형만 바꾸었다면, 어떻게 하늘에 태어나며, 부처를 이루겠는가? 계를 받지 않은 사람이 악업만 지어 놓고, 다만 깊은 산골짜기에서 나무나 풀만 먹으며 백천만세토록 길이 수행만 하더라도 계법을 받지 않으면 문수사리께서 꾸짖되 “금수와 다를 것이 없다” 하셨다. 『월등삼매경(月燈三昧經)』에 이르기를 “비록 어느 색족(色族)이 식견이 있더라도 청정한 계율을 지킬 수 없으면 금수와 같고, 비록 낮은 지위에 있어 식견이 적더라도 청정한 계율을 지킬 수 있으면 승사(勝師)라 부른다” 하였고 『범망경』에서도 “중생이 부처의 계를 받으면 제불(諸佛)의 지위에 들 수 있다” 하였다. 계율은 큰 도의 밑바탕이고 괴로운 바다를 건너기 위한 배와 뗏목이다. 법신을 장엄하되 계로써 끈을 삼고 번뇌를 제거하되 계로써 청량제를 삼으니, 사람들에게 계가 어찌 중대하지 아니한가?


초의의순은
초의의순(草衣意恂, 1786~1866)은 15세에 남평 운흥사에 들어가 스님이 되었다. 정약용에게서 유학(儒學)과 시문(詩文)을 배우고, 신위·김정희와 친교가 깊었다.
그 후 해남 두륜산의 일지암에서 40년 동안 참선수행을 하였으며, 서울 봉은사에서 『화엄경』을 새길 때 증사(證師)가 되었다. 저서에는 『초의집(草衣集) 』, 『선문사변만어(禪門四辨漫語) 』, 『이선내의(二禪來義)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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