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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파사나 수행 최은영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은 양파껍질 벗기듯 번뇌 씻는 일
깨달음 기대보다 있는 그대로 관찰 노력


수행을 시작한지 반년이 넘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수행하려는 마음을 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통증과 감정 상태에 집중하고, 불안의 원인을 찾아가면서 마음이 점차 편안해지자 나의 수행은 일상성 속에 매몰되어 습관화되어갔던 것 같다.

올해 들어서 알게 되었지만 나의 수행의 중대한 장애요인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상상으로 소설 쓰는 버릇과 관련되어 있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상상내지 공상을 할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고, 또 혼자 생각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주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이하고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앉아 있는 시간동안 나는 계속 생각으로 짓는 업(意業)을 만들고 있었다.

의업으로 가득 채워진 나는 어디가 실제행위이고 어느 것이 생각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되어, 어느 일부분을 털어내도 금방 다시 생각으로 가득가득 채우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되자 나는 본격적으로 생각을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수행에 있어서 근본적인 것을 먼저 제도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상상은 나의 어린 시절부터의 단순한 습관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것이 현재의 내 삶을 매 순간 충실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의 하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지금까지 수행을 하면서 가장 크게 부딪친 경계는 아마도 수행을 통해 내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변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다. 실제로 수행을 통한 변화는 매우 느리다. 또한 처음부터 추상적인 변화를 잡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막막하다. 나의 가치관, 인격과 습관을 이루고 있는 것들은 내가 태어나서부터 살아오는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되고 체화된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는 것도 또한 반복적인 확인과 털어내기가 필요하다. 도반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수행은 마치 양파의 껍질처럼 벗겨내고 다시 벗겨내어 마침내 그 속에 아무 것도 없음을 확인할 때까지 계속되고, 그 후에도 늘 그 빈자리를 정확하게 관찰할 것을 요구한다.

수행은 자신의 상태를 반복적으로 정확하게 점검하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수행은 그것을 시작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그냥 계속되어야 하는 삶의 한 양태이다. 그러기에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을 반복하다보면, 어느날 자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걸림 없이 살아가는 자신을 관찰하게 될 수 있을 것이 유추된다. 그렇게 된 후에도 삶이 다할 때까지 수행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이 어떤 때는 황당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다. 다행스럽게 그런 나를 다독이기도 하고 질책하기도 하는 좋은 스승이 있고, 지난한 수행길에 도반들이 있어서 항상 고맙고 든든함을 느낀다.

수행을 시작하기 이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불안함, 산만함, 외로움, 상상으로 소설쓰기, 칭찬과 인정에 대해 기대한다. 그러나 그 정도의 차이가 지난 2년간의 나의 거친 수행의 결실이었음을 알아차리고 만족한다.
이제부터 현재 있는 그대로의 나로부터 다시 발심하여 꾸준한 수행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정진해야겠다.


고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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