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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황벽희운의 『전심법요』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입으로만 道를 말하고 부처 꾸짖는구나

대중들아, 너희들이 만약 무명을 깨부수지 못한다면 죽을 때에는 반드시 괴로워하고 발버둥 칠 것이 분명하리라.

어떤 외도들은 남이 공부하는 것을 보면 냉소를 보내지만, 내 그대들에게 묻노니, 죽음이 눈앞에 닥치면 무엇으로 생사를 대적하겠느냐?

모름지기 평상시에 힘을 길러 놓아야 급한 일이 닥칠 때에 힘을 쓸 수 있는 것이니, 목이 타들어 올 때 비로소 샘을 파는 따위의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 죽음이 임박하면 이미 팔·다리를 쓸 수가 없으니 앞길이 막막하여 갈팡질팡할 뿐이니 참으로 괴롭고 괴로우니라.

평소에 입으로만 참선을 말하고 도(道)를 말하며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하는 등 제법 공부를 한 듯이 큰소리치지만 죽음에 이르러서는 아무 소용이 없느니라. 평소에는 큰소리로 남을 속여 왔으나 죽음을 맞이한 자신마저 어찌 속일 수 있으리오.

형제들아, 부디 권하노니 몸이 건강한 동안에 이 일을 분명히 판단해 두어라. 대개 화두를 풀기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목숨을 떼어 놓고 공부하려고는 아니하고 단지 ‘어렵고 어렵다’고만 하니 참으로 대장부라면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자신에게 알맞은 화두를 참구하되, 밤이나 낮이나, 가나 오나, 앉으나 서나, 밥을 먹거나 변소에 가거나 생각 생각이 끊이지 않고 정신을 바짝 차려 공부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하여 날이 가고 해가 가면 나중에는 화두에 마음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화두가 눈앞에 나타나게 되어 어느 한 순간 마음 빛이 활짝 밝아 부처와 조사들의 뜻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때 비로소 부처나 조사들의 혀끝에 속지 않고 스스로 큰소리를 치게 될 것이다. 달마가 서쪽에서 왔다는 것도 알고 보면 바람이 없는데 파도를 일으킨 것이요, 세존이 꽃을 들어 보이신 것도 크나큰 허물이라 할 것이니라.

대중들아, 도가 특별히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런 생각 하지마라. 세상사란 어려운 것이 하나도 없다. 오직 마음만 있으면 모두 해결되느니라.

마음이 곧 부처요, 따로 부처가 없다. 이 마음은 허공처럼 밝고 깨끗하여 한 점의 모양도 없다. 만약 한 생각이라도 움직인다면 곧 법체(法體)와는 어긋나며 상에 집착하는 것이니, 예로부터 상에 집착한 부처는 없다. 또 육도만행을 닦아 성불하고자 한다면 이는 곧 차례가 있는 것이니 예로부터 차례를 닦아서 부처 된 이는 없다. 단지 한 마음만 깨달으면 다시 더 얻을 법이 없으니 이것이 참다운 부처다.

마음에는 털끝만큼이라도 얻어야 할 법이 없으며 이 마음이 바로 부처다. 요즘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이 마음의 본체를 깨닫지 못하고 마음에서 마음을 일으켜 밖을 향해 부처를 찾고 상(相)에 집착하여 수행하고 있다. 이런 것은 모두가 그릇된 방법이요, 지혜로운 길이 아니다.


황벽희운은
황벽 희운(黃檗 希運, ?~850) 스님은 당나라 선승으로 단제선사라고도 불린다. 홍주(洪州) 황벽산(황보산)에 들어가 스님이 되었는데, ‘백장청규(百丈淸規)’로 유명한 백장회해 선사의 가르침을 받고 깨달았다. 이후 완릉의 개원사 등에 머무르면서 찾아드는 학인들을 제접하였으며 황벽산에서 세연을 마쳤다. 스님의 법어로는 배휴가 집대성한 좬전심법요(傳心法要)좭가 있으며, 제자로는 임제종의 개조인 임제선사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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