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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오갑숙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절-참선수행 하다가 사경 시작
전통방식 사경은 참나 찾는 길


이유 없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렇게 막연한 외로움이 밀려오면 책상에 앉아 향을 하나 사루고 먹을 갈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경을 시작한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몇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기 일쑤다.

내가 처음 절에 발을 디딘 것은 사실 기복으로부터 시작된다. 남편의 승진 시험이 코앞에 다가오자 같이 시험 치는 사람의 부인과 함께 한 절을 찾게 되었다. 그 스님은 나를 보고 가까운 절에 가서 신중단에 절을 하라고 가르쳐주셨다.

같이 놀자고 보채는 어린 아들을 등에 업고 맹목적으로 절을 했다. 매일 삼천배씩 일주일도 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아예 절에 가서 며칠씩 있으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절을 하기도 했다. 뭔가 얻어지는 것이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하며 삼천배를 끝냈지만 아무것도 얻어지는 게 없었다.

돌이켜보면 절이 내 두터운 업장을 녹이는 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절을 하면 무언가 큰 일이 성취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때 나는 허전한 마음에 교리를 배우기로 하고 입문학교 불교학교 경전학교 그리고 불교 관련 스터디그룹까지 다녔고, 어린이 법회의 자모회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사찰의 신도들을 대상으로 양말을 팔아서 아이들 성지순례 때나 각종행사 때 지원하기도 하고 새로운 신자들을 위한 상담실 봉사자로써 처음으로 절에 발을 디디는 사람들에게 사찰 안내도 해주고 보살님들과 어울려 즐거운 하루를 보냈지만 밤이 되어서 하루를 돌아보면 가슴 밑바닥에서 맴도는 허전함은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참선으로 나를 찾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큰스님이 계신다는 사찰에 찾아가서 법문도 듣고 용맹정진도 해 보고 해마다 두 번씩 하는 하안거 동안거를 몇 번 씩 동참하기도 했다. 가까이 지내는 벗들은 그런 나를 보고 안거증으로 도배하려고 하느냐고 놀리기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참선 중에 갑자기 눈앞이 환하게 밝아오고 조그만 죽비소리에도 몸이 벌떡 뛰는 현상이 생기고 밤에 자려고 누워있으면 몸의 떨림이 더 심해지고 악몽에 잠을 설쳐야했다.

마장이었다. 남편은 행복하게 살려고 절에 가서 기도를 하고 참선도 하는데 이런 시련이 오는 게 무슨 종교냐고 펄쩍 뛰면서 다 때려치우라고 흥분했고, 나 또한 두려움으로 무수한 밤을 울며 지새웠다. 그 때 어느 스님의 권유로 조상천도를 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런 현상이 없어졌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과정을 참아내고 더 열심히 정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 이후 시간이 닿는 대로 금강경 독송을 하면서 내가 나아갈 길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내게 다가온 것이 바로 사경이었다. 같이 절에 같이 다니는 보살님으로부터 대구 시내에 있는 보현사에서 전통 사경을 배울 수 있는 강좌가 있다며 같이 가자는 권유를 받았다. 사경이라면 노트에 반야심경이나 금강경 정도를 붓 펜으로 적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첫 날 사경수업을 받아보니 전혀 달랐고, 그것은 처음 경험해보는 새로운 세상인 동시에 참나를 찾아가는 방법이었다.

가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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