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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오갑숙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처음 3개월 고행이 삶의 즐거움
잡념 크게 줄고 늘 가피 속 생활


사경은 나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주었다. 물론 처음 한지에다가 붓으로 선도 직접 긋고 그림도 그리고 글까지 쓰는 힘든 과정이었다. 붓을 잡아서 힘이 드는데다가 먹물조절이 어려워서 선 긋기는 고행 중의 고행이었다.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선이 삐뚤게 그어지고 먹물이 퍼져서 글도 뜻대로 쓰이질 않았다. 도중에 몇 번씩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걸 못 이기면 다른 어려움은 어찌 이겨내랴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3개월 쯤 지나니 가장 고통스럽던 일이 가장 큰 즐거움으로 찾아왔다. 선과 그림도 자연스럽게 그려지고 먹물 조절도 적절하게 되어갔다.

사경은 마음을 한 곳에 모음으로써 다른 온갖 잡념들을 털어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한 글자 한 글자 새겨가며 쓰는 경전의 말씀이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와 닿고는 했다.

구경삼아 따라 갔다가 붓을 잡은 지 벌써 1년. 매주 수요일 대구 보현사에서 수업이 있는데 일주일분의 과제로 관세음보살 42수 진언 두 장을 내 주는데 하나의 체본을 다섯 장씩 열장을 써 가야한다. 처음엔 한 장 사경하는데 1시간 반가량의 시간이 소요됐지만 지금은 30분 정도면 사경할 만큼 속도가 빨라졌고 여유도 생겼다.

지난 4월 우리 사경반 회원들은 대구 동화사에서 우리를 지도해주시는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회장을 모시고 108명의 사경 법우들이 고려사경재연회를 가졌고, 5월에는 시민회관에서 일주일간 지금까지 배운 우리들의 솜씨를 뽐내는 전시회도 가졌다.

작품 하나하나에 깃들인 정성에 우리 스스로 대견해하고 관람온 분들 중에 혹자는 글이 모자란다고 혹평을 하시는 분도 없지는 않았지만 인쇄한 것처럼 어찌 이리 잘 쓸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분들도 계셨다.

사경이 공덕과 가피가 크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그랬다. 주변에 사경을 한 후 눈이 밝아지신 분도 있었고, 42수 진언이 끝나는 날 몇 년째 받지 못했던 목돈을 돌려받으셨다는 분도 계셨다. 또 남편이 직장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 사경의 공덕으로 원만하게 해결이 잘되셨다는 분 등 가지각색이었다. 나도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예전의 날카로운 얼굴이 없어지고 수행자의 편안한 얼굴로 바꿔졌다고 놀라워했다. 사실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깨달음일지라도 우리 중생들은 눈앞에 보이는 가피로 신심이 다져지는 것 또한 중생심인가보다.

깨달음을 향해 가는 길은 팔만사천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요즘 주변 분들에게 사경을 하라고 권하는 ‘사경전법사’가 됐다. 그것도 볼펜이나 붓펜 등이 아니라 붓으로 한 자 한 자 정성껏 쓸 것을. 그러다보면 삶의 지혜와 평안도 저절로 찾아올 것이라는 나의 체험으로 말이다.

나는 요즘 사경법회가 있는 매주 수요일이 일주일중 가장 행복하다. 화요일 밤이면 나는 사경가방을 현관 앞에 두고 잔다. 마치 어린 시절 소풍 전날 가방을 열두 번도 더 들여다보는 아이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사경과의 인연을 맺어준 외길 김경호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가 하고 있는 이 사경의 공덕이 일체 세간에 두루 미치어 나와 더불어 모든 중생이 다 함께 성불하기를 발원해 본다.

가정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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