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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에서 봉사까지 우린 최고의 도반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부부 조 용 재·양 은 영 씨

조용재(일관·44) 씨와 양은영(무량광·44) 씨는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불자 부부다. 조 씨가 운영하는 전자제어장치 개발 벤처회사인 ‘해동시스템’에서 아내인 양 씨가 일을 해서만은 아니다. 불교를 배우고 실천하는 모든 일에 늘 같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함께 다져온 불심 덕분일까. 한 업무공간에서 새벽까지 일하다보면 다툼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높아지는 언성은 듣기 힘들다. 서로 존댓말을 쓸 뿐만 아니라 농아인 직원과 나누는 수화 대화로 오히려 말 없는 미소가 가득 피어나고는 한다. ‘화’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은 사실 각자 이혼의 아픔을 경험했다. 게다가 운영하던 회사의 부도로 빈털터리가 된 적도 있으니….

해이해지면 서로 질책-격려

절망의 밑바닥에서 조 씨는 불교를 만났다. 1996년 조 씨는 부산대 철학과 박사과정의 김준호 씨가 이끄는 천리안불교동호회(이하 천불동)의 경전읽기모임이 인연이 됐다. ‘경전’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날 읽은 『숫타니파타』는 힘들어하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전생은 둘째 치더라도 욕심내며 살았던 현생에 대한 반성이 뼈저리게 사무쳐 왔다.

『숫타니파타』에 이어 『법구경』과 『아함경』까지, 초기경전을 위주로 팔리어본과 한역본, 그리고 한글본을 비교하며 읽기를 고집한 경전읽기모임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고자 노력한 조 씨는 어느덧 “인상이 차갑고 말을 걸면 냉정한 사람”에서 “항상 웃으며 편안한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조 씨는 경전읽기모임이 더해갈수록 동시에 수행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부산 태종사다. 2001년 태종사에서 주지 진용 스님의 지도아래 100일 우안거를 지내면서 조 씨는 걷고 책을 읽고 일하는 일상에서의 알아차림을 수행의 과제로 삼고 정진했다.

조 씨는 ‘소경계(정해진 범위를 떠나지 않는 계율)’를 지키기 위해 지방 출장을 다녀 올 때는 꼭 스님에게 알리고 참회문인 안거게송을 외울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을 단속하며 수행에 몰입했다. 도를 증득하기 이전에 이 순간 깨어있기 위한 노력은 100일이 지나자 손가락 끝이 키보드에 닿는 느낌이 오는가 하면 3∼4시간은 곧 깊은 삼매에 빠지기도 했다.

조 씨는 알아차림의 수행을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 수행을 권하고 싶었다. 그 때 만난 사람이 바로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은 양 씨였다.

당시 경기도 포천에 살던 양 씨는 주일학교를 지도하고 수화를 배워서 봉사하는 기독교 신자였다. 조 씨로부터 소개받은 경전읽기모임 온라인 카페를 통해 양 씨는 불교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에 놀랐고 명상음악을 들을 때면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2002년 4월, 양 씨와 조 씨는 자신처럼 절망에 빠졌던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함께 위파사나-인터넷 사경도

결혼 후 양 씨가 가장 먼저 접한 수행은 컴퓨터를 활용한 타자사경이다. 사찰습의와 불교 예절을 다룬 책을 시작으로 몇 권의 사경이 이어지면서 불교역사와 교리 등이 머릿속에서 체계를 잡아나갔다. 타자사경의 요체는 읽고 이해한 후 쓰는 것. “무조건적인 타자사경은 손가락 운동만 할 뿐”이라는 것이 양 씨의 생각이다.

다른 불서를 사경 할 때부터는 몇 개의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사람, 같은 글을 사경하는 사람 등 양 씨의 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지겨움보다 다음 내용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던 양 씨는 사경을 위해 하루 5시간 씩 불교공부에 매달렸다.
양 씨는 2003년부터 조 씨가 운영하는 ‘해동시스템’에 근무하면서 사찰순례, 불서읽기모임, 안락병원 정신지체장애인들을 위한 법회봉사 등 남편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동행했다. 특히 경전읽기모임은 타자사경을 통해 불서 읽는 재미를 붙인 양 씨에게 새로운 도전이 됐다.

경전읽기모임은 천리안에서 라이코스를 거쳐 다음 카페에 ‘연꽃에 핀 천불정사’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모임을, 매주 부산 서면의 한 찻집에서 가진 오프라인 모임을 이어갔다. 회원들이 늘어나고 장소에 제약을 받기 시작하면서 조 씨와 양 씨를 비롯한 몇 회원들이 의기투합해 서면 동보서적 뒤편 한 건물의 3층에 작은 공부방을 마련했다. “정진을 통해 천 명의 성인을 탄생시키자”고 발원하며 석가모니 부처님의 고행상도 내걸었다. 이 공부방이 바로 ‘연꽃에 핀 천불정사’다.
경전읽기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온 이들 부부는 2004년 사무실을 공부방 바로 옆으로 옮기면서 공부방의 청소나 차담준비를 도맡아오고 있다. 경전읽기모임은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창립한 ‘붓다와 떠나는 책여행’의 부산모임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어려운 한역 경전 대신 쉬운 불서부터 읽기 시작한 것. “덕분에 발길을 끊었던 회원들이 하나 둘 모이고 새로운 회원도 늘어났습니다. 공부방에 다시 활기가 더해진 것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양 씨는 2003년 부산불교교육대학 수화반 12기를 졸업하고 심여회 회원으로 가입해 불교 수화봉사를 시작했다. 매주 농아인 불자들과 만나고 대화하면서 양 씨도 전법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해동시스템에서 농아인 직원을 채용해 조 씨에게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더욱 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태종사 주지 진용 스님의 지도아래 6월부터 시작한 주말 위파사나 집중수행은 조 씨에게는 반가운 재발심이자 양 씨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조 씨는 일상생활에서도 지속적인 알아차림을, 양 씨는 수마를 이겨내고 좌선하는 공부를 이어가는 중이다.

“가장 큰 보배는 수행하는 삶”

“항상 진실 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진정한 불자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깨어있는 삶은 가까운 곳에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자신을 바로 보는 것부터 실천하면 되는 것이지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큰 보배가 바로 ‘수행하는 삶’이라고 말하는 조용재·양은영 부부. 그들은 가훈처럼 늘 가슴에 새기는 말이 있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그 어떤 부라 할지라도, 천상의 뛰어난 보배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스승에게 견줄만한 것은 없다. 이 뛰어난 보배는 눈 뜬 사람 안에 있다. 이 진리에 의해서 행복하라.’-『숫타니파타』

부산지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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