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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영가현각의 『증도가』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여래 법문 듣고도 깨닫지 못함 한탄하네

부처님의 제자는 가진 것이 없다 말하지만 몸은 가난해도 도는 풍요롭네. 몸에는 항상 누더기를 걸치지만 마음에 간직한 도는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보배로다. 그 보배는 아무리 써도 끝이 없으며 남을 위해 쓸 때에는 아낄 줄 모른다.

뛰어난 자는 한 번 결단하여 일체를 깨치고, 중·하위자는 많이 들을수록 더욱 믿지 않네. 자기 마음에 때 낀 옷을 벗으면 그만인데 누가 겉으로 수행하는 걸 자랑하는가. 남이 비방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니 불로 허공을 태우려 하나 자신만 괴로우리라.

비방을 들을 적에는 감로수를 마시는 듯 녹여서 융통하면 해탈의 문으로 들어간다. 나쁜 말을 관찰하면 이것이 공덕이니 나쁜 말이 나에게는 선지식이 되네.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 스승 찾아 도를 묻고 참선을 하였네. 조계(曹溪)의 길을 알고부터는 생사와 상관없음을 알았도다. 가는 것도 참선이요, 앉는 것도 참선이니 일체의 행동이 편안하네. 창·칼을 들이대도 태평하고 독약을 마셔도 한가롭고 한가롭다. 나의 스승 부처님은 연등불을 뵙고서는 한없는 세월에 인욕선인이 되었네.

몇 번을 태어나고 몇 번을 죽었던가. 생사의 길이 아득하여 그칠 사이가 없었네. 단번에 깨쳐 생사 없음 깨닫고부터 영화의 욕됨에도 기쁨 근심 잊었다. 깊은 산에 들어가 고요한 곳에 머무르니, 높은 산 깊은 골짝 낙락장송 아래로다. 한가하게 절에서 수행하니 참으로 맑고 깨끗하다.

6조까지 가사가 전해온 것은 천하가 알고 있고 그 뒤에도 도를 깨친 이 어찌 다 헤아리랴. 참된 것이나 망령된 것이나 다 비었음이여. 있고 없음을 함께 버리니 비어 있지 않은 가운데 비었더라. 이십 가지의 공문(空門)에 집착하지 않으니, 한 성품이 여래의 본체와 저절로 같네. 마음은 뿌리요 법은 티끌이니, 이 두 가지는 마치 거울과 먼지와 같도다. 티끌을 닦아내니 광명이 나타나고 마음과 법이 함께 없어지면 성품이 곧 참이로다.

슬프다, 말세여. 세상의 흐름이여. 중생들이 박복하여 구제받기 어렵구나. 부처님 가신 지 오래고 그릇된 견해만 깊어지니 마귀들은 강성해지고 불법은 약해지네. 여래의 법문을 듣고서도 깨닫지 못함을 한탄하네.

마음으로 죄를 짓고 몸으로 재앙을 받나니, 남을 원망하고 허물하지 말라. 무간지옥으로 가는 업을 짓지 않으려거든 여래의 바른 법을 비방하지 말라.

깨닫는 법에는 인정사정 없게 마련이니 의심이 있어 의심이 있어 결정치 못하거든 당장 맞붙어 쳐라. 내가 잘나 하는 말이 아님이요, 수행하다가 ‘있다’ ‘없다’하는 구덩이에 떨어질까 염려되어서다.

그름과 그르지 않음과 옳음과 옳지 않음이여, 털끝만큼 어긋나도 천리길이 달라지네. 옳다하면 용녀가 당장 성불할 것이고, 그르다면 선성 비구가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영가현각 스님은

영가현각(永嘉玄覺, 647~713) 스님은 당나라 때 선승으로 오는 일숙각(一宿覺)이다. 8세에 출가해 경과 논을 널리 연구했으며 특히 천태지관에 정통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 온주의 용흥사에 있다가 스스로 도량을 짓고 선수행을 했으며 훗날 육조 혜능대사를 뵙고 크게 깨우쳤다. 「증도가」는 스님이 증득한 깨달음의 세계를 시로 표현한 것으로, 오도송(悟道頌)의 백미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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