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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타이 승려살해사건

기자명 법보신문

누가 수뽀 스님을 죽였는가

타이정부에 반기든 낏띠삭 스님
그의 사원에서 발생한 살해사건
줄잇는 인권운동가 살해와 실종


<사진설명>타이의 대표적인 민주투사 낏띠삭 낏띠소바노 스님. 최근 그가 부원장으로 있는 메따담마부디스트 센터 수도원장 수뽀 수와차노 스님이 처참하게 살해되면서 그에 대한 사회적 눈길이 쏠리고 있다.

“어쨌든, 가는 거야!”
그이는 변함없다. 장난끼가 섞인 목소리도 여전하다.

지난 6월17일, 타이 북부 팡(Fang)의 메따담마 부디스트 센터(Mettadhamma Buddhist Center) 수도원장인 수뽀 수와차노(Supoj Suvachano)스님이 처참하게 살해당하면서부터 요즘 그이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낏띠삭 낏띠소바노(Kittisak Kittisobha-bo)스님을 말하려고 한다. 거침없이 정치를 비판해온 그이 말을 본지 기사에 몇 차례 인용했던 탓에 기억하는 독자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은 ‘요즘’이라고 했지만, 그이에게 쏠린 눈길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따라서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정치에 간섭하지 말라’는 타이불교 전통을 깨트리고 사사건건 정부를 물고 늘어져 온 낏띠삭스님의 ‘전투력’이 가히 전선을 초월한 전방위로 뻗쳐 있었던 탓이다.

두어해 전 에이펙(Apec)정상회의가 열린 방콕에서 이른바 ‘평화명상’을 조직해서 부시대통령의 이라크침공을 맹렬하게 비난했던 인물도 그이였고, 탁신 시나왓 타이총리의 남부 무슬림지역 강공책이나 카지노 허가발상을 날카롭게 깨물었던 인물도 그이였다. 또 ‘녹색도보’를 처음으로 소개하며 환경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도 그이였다.

그러다 보니 특히, 탁신총리 정부에게 낏띠삭스님은 그야말로 미운 털이 박혔다.

몇 달 전, 낏띠삭스님은 인터뷰 끝에 내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탁신총리를 비판하면 어김없이 협박이 들어온다. 경찰이라고 찾아와서 대 놓고 어름장을놓는 놈도 있고, 정체불명 협박전화도 있고…”

6월 승려 살해사건 발생

그이는 “중이 승복을 입고서도 위협을 느끼는 세계최대 불교국가 타이가 요즘 매우 잘 돌아가고 있다.”며 낄낄거리기도 했다. 또 그이는 농반진반 이런 말도 했다. “머잖아 놈들이 나를 헤꼬지 할 것인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도망갈 시간도 없으니…”

그리고, 6월17일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말았다. 낏띠삭스님이 부수도원장으로 있는 그 메따담마 부디스트 센터 수도원장이 살해당했다. 한달이 지났지만, 물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사진설명>낏띠삭 스님이 이끌어 온 세키야담마 네트워크는 수뽀 스님 살해사건이 자신들의 대한 정치적 배경을 지닌 공격 행위라고 발표했다. 세키야담마에는 술락 시와락사의 지지자들과 비구니 담마난다 등 타이 민주화 세력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세키야담마의 시위장면.

낏띠삭 겨냥한 칼이었나

잡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경찰은 수도원이 지닌 땅(보호구역)을 끼고 벌어진 현지 농민들과 마찰 탓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경찰은 수도원의 대나무를 베지 말라는 수뽀스님에게 앙심을 품은 현지인들이 벌인 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런 경찰 말을 곧이듣는 이는 별로 없다. 타이 언론이나 사회운동가들 사이에는 “이 살해사건은 정치적 권력을 지닌 자가 비판적인 스님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한편 땅에 대한 이권을 노린 계획적인 범죄다.”는 말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지점이 또 하나 있다. 낏띠삭스님은 최근 안부를 묻는 전화에서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수뽀스님이 공격대상이 아니었다. 스님이 살해당하기 하루 전, 경찰이 수도원으로 찾아와서 ‘정부를 비난하는 스님이 어디 있나?’며 낏띠삭스님을 찾았다고 한다. 이런 저런 상황들을 놓고 보면, 누군가 나를 해치려했는데 그 무렵 내가 수도원에 없었기 때문에 결국 수뽀스님이…”

하여 낏띠삭스님은 마음이 참 무거운 눈치였다. 실제로 그동안 낏띠삭스님에게 되풀이 되어왔던 각종 협박사건을 놓고 보면 이번 살해사건이 지닌 속뜻을 어렵잖게 짐작해 볼만도 하다. 또 저간의 사정을 알고 있는 이들도 모두 그렇게 믿고 있고.

아무튼, 이 사건은 불교국가 타이에서 승려를 직접 겨냥한 살해였다는 점에서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인권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탁신정부 아래서 살해당하고 실종된 운동가들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결국은 불교까지 공격대상으로 삼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며, 만약 정부가 이번 사건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면 국제불교단체들과 연대해서 유엔인권위원회로 사안을 들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낏띠삭스님은 이번 사건 성격을 “불교와 민주화운동을 동시에 대상으로 삼은 이중살해”로 규정했다.

그런 가운데 낏띠삭스님이 이끌어 온 세키야담마 네트워크(Sekhiyadhamma Network)는 수뽀스님 살해사건이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배경을 지닌 공격행위임을 분명히 밝혔다.

아직 바깥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타이 불교에서 크게 존경받고 있는 세키야담마는 1990년 사회비평가로 이름난 불교학자 술락 시와락사(Sulak Sivaraksa)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들이 스스로를 ‘교전 중인 불자들’이라 부르며 불교가 사찰에 안주하지 말고 대중 속으로 뛰어들어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신념을 통해 결성했다.

정부와 전면전 선포한 스님들

그로부터 세키야담마는 타이가 지닌 환경, 보건, 빈곤 문제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부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대중 속에서 대중을 위한 불교철학을 나누어 왔다.

현재 비구와 수녀를 포함한 약 850여명 회원을 거느린 세키야담마에는 낏띠삭스님을 비롯해 유명한 학승인 빠이살 위살로(Paisal Wisalo)스님, 마하출라롱콘불교대학 부총장인 스리 빠리얏모리(Sri Pariy-amoree)스님 그리고 비구니 논란을 겪어온 담마난다(Dham-articlendha)스님 같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자본의 지배를 받는 현대 정치형태가 바뀌지 않는 한, 불교국가 타이에서 붓다의 가르침은 계속 승려 살해로 이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낏띠삭스님 말은 여전히 웃음끼와 함께 묻어나왔지만, 그 결 속에는 불교의 아들로서 자본주의 정치와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섬뜩한 비수가 번쩍였다.

그렇다. 누가 죽였건 승려를 살해하는 불교국가에서 승려는 더 이상 불교의 조건이 아님이 드러났다. 이쯤 되면 부처를 붙들든지 부처를 내치든지, 아무튼 적막한 사찰에서 ‘면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도 드러났다.

정부가 지키지 못하는 불교국

어차피, 승려가 살해당하는 판이라면 불교와 국가를 분리하는 일 밖에 남은 게 별로 없지 않겠는가? 그 불교국가가 승려 하나 지켜주지 못할 바에야 불교를 하든지 국가를 하든지, 양단간에 결판을 낼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 뭐가 되었던 시민인 승려도 안심하고 발 뻗고 잘 수 있는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한겨레21 아시아네트워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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