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⑫ 태국 산티 아소케

기자명 법보신문
태국불교의 이단인가
정법의 수호자인가


“태국 불교가 국민 타락 선도한다”
“산티 아소케가 유일한 정통” 주장
태국 승가, 아소케 이단으로 규정

국민의 97%가 불자인 명실상부한 불교국가. 연간 1000만명의 관광객이 환락을 찾아 방문하는 세계 최대의 섹스관광국. 태국의 아이러니컬한 양면성 앞에 많은 이들은 태국의 승가와 불교에 대한 의심을 품곤 한다. 이는 대승불교권이나 서구인들뿐만 아니라 태국 국민들이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순적 현실로 인해 태국 불교가 현실도피적인 불교, 현실에 타협하는 불교로 매도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태국의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태국의 왕실과 승가, 그리고 정부가 교묘하게 먹이사슬처럼 연결된 공생 관계임을 발견할 수 있다. 정부의 관광육성정책은 태국 여성들을 술집이나 사창가로 내몰았고, 여성으로 몸을 바꾼 남자들을 각종 퇴폐쇼에 출연시켰다. 왕실과 승가는 정부의 특혜를 받는 대가로 ‘달러 벌기’에 혈안이 된 정부의 각종 정책들을 군말없이 눈감아 주고 있다.

산티 아소케 불교 재건 운동은 이러한 태국 승가와 정부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출발한 불교 개혁 운동이다.

1970년대 태국의 한 젊고 비판적인 승려가 태국 불교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등장했다. 사마나 보디락사라는 이름의 스님이 태국 불교의 개혁을 부르짖으며 산티 아소케라는 단체를 결성했고, 재가와 승가가 청정한 생활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형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산티 아소케 불교개혁운동이 확산되면서 회원들은 아소케 불교 마을을 건립해 공동 생활공동체를 형성했다. 회원의 일부만이 공동생활에 동참했지만 이들은 자급자족적인 생활 속에서 채식 위주의 금욕적인 생활을 유지해갔다.

자칭 태국 사회 ‘감시견’

태국 승가에 환멸을 느끼던 개혁적인 성향의 지식인과 스님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면서 산티 아소케 회원은 점점 증가했고, 이들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태로까지 성장했다.

이에 따라 산티 아소케는 1980년대말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소케 회원들은 스스로를 ‘감시견’이라 자칭하면서 태국 정부의 금권 선거, 뇌물 수수, 공금 횡령 등을 고발했다. 이들은 태국 정부와 승가의 결탁을 야합에 비유하고, 정부의 ‘빗나간’ 관광정책이 국민들을 타락시키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 부패되고 보수화된 태국 불교계가 국민의 고통을 어루만지기는커녕 자기 안위만을 도모하고 있다며 태국 승가를 전면 비난하기도 했다.

잠롱·슐락 등 개혁인사 참여

산티 아소케를 창설한 보디락사 스님은 “태국 불교가 유일한 불교이며, 산티 아소케만이 태국 불교의 유일한 계승자”라고 주장해 태국 승가를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태국 정통 승가와의 충돌은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왔다. 결국 1989년 태국 보수불교를 대표하는 승가위원회는 산티 아소케를 이단으로 낙인찍었고, 태국의 모든 공식 불교행사에서 이들을 배제했다.

하지만 ‘청백리’로 소문난 잠롱 전 방콕 시장이나 아시아 NGO 운동을 선도해온 INEB 대표 슐락 시바락사 박사 등 개혁적인 불교 인사들이 산티 아소케를 지지했기 때문에 이 교단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완전히 배제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사실상 10여년간 눈꼴이 시렸음에도 불구하고 산티 아소케의 활동을 방관해온 태국 승가가 이들이 정부와 마찰을 빚기 시작한 때에 비로소 ‘이단 논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산티 아소케는 최근까지 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불교와 사회 개혁을 위한 운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태국 총선 당시에는 도박을 합법화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국회의원들의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공포해 카지노 설립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아소케 공동체 현황=산티 아소케 회원들은 전국에 7개의 아소케 마을을 마련해, 채식과 자급자족을 골자로 하는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산티 아소케는 800명의 상주민과 수백명의 학생들, 7000여명의 산티 아소케 비상주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산티 아소케 지회 중의 하나인 스리사 아소케의 운영 형태를 살펴보기로 하자.
스리사 아소케는 약 200에이커의 과수원과 논밭을 직접 경작하며, 약 3.2에이커에 달하는 지역에 마을을 형성했다. 건립된지 26년된 이 공동체에는 마을과 사원, 학교 등이 포함돼 있어 하나의 촌락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마을의 중앙에는 공동홀이 서있는데, 이곳에서 각종 종교 행사와 더불어 비종교적인 행사들이 열린다.

이곳의 주민들은 버섯을 재배하고 옷감을 짜고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공동 생활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야채와 허브를 재배하는 농장, 박물관, 편의점, 도서관, 방앗간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밖의 다른 6개 아소케 공동체들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아소케 공동체의 근본적인 철학을 스리사 아소케 행정 대표 아 카엔파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보자.

자급자족 공동체 운영

“우리는 여기에서 적게 먹고, 적게 이용하며, 많이 일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넘치는 생산물은 사회로 환원합니다. 보다 많은 돈과 보다 많은 땅을 필요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과는 다른 세상입니다. 우리가 많은 재산을 가진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자비심입니다.”

많은 이들은 아소케 공동체가 지나치게 금욕적이고 도시인들은 지킬 수 없는 생활방식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아소케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방콕에서도 이러한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방콕에 위치한 산티 아소케 공동체 거주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채식주의를 실천하며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은 도시냐 농촌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good people), 좋은 삶(good life)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중요한 것이라 설명한다.

산티 아소케 운동가들은 이 운동의 성공에 바로 극락과 지옥이 공존하는 태국 사회의 열쇠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