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가현각 『증도가』 ①

기자명 법보신문

대승선의 진수 보인 깨달음의 노래

‘증도가’는 ‘신심명’과 함께 선종초기의 대표적인 운문작품이다. 8세기말, 황벽, 임제, 조주, 동산, 등 많은 선어록에 그 인용이 빈번함을 볼 수 있다. ‘증도가’를 ‘선문비요결’, ‘불성가’, ‘도성(道性)가’라고도 했는데 ‘증도가’라고 정해진 것은 『전등록』 이후 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인도승에 의해 범어로 번역되어 ‘동방의 대승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증도가’는 이름그대로 ‘증도의 노래’다 증도가 현성(現成)된 도인에 대한 노래이며 도인은 증도를 향한 길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 노래는 명확한 의미를 모르더라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강의실에서 읽는 선전(禪典)가운데 증도가 만큼, 흡입력을 가지고 교수와 학생이 하나가 되어 읽는 선전은 없다. 이는 그만큼 단도직입의 일자 일구마다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내용 때문일 것이다.

이 노래의 저자 영가현각(675~713)은 중국 절강성 영가현에 출생, 어릴 때 출가했다. 일찍이 경론을 섭렵하고 천태교관에 정통하며 선적을 즐겨 읽으면서 용흥사에 머물렀다. 스승이 없이 홀로 깊은 선관에 드는 현각을 보고 천태 오조인 좌계현랑은 선종의 육조 혜능을 찾아가서 지도받기를 권한다. 영가는 이미 『대반야경』을 열람하다가 활연대오하고, 『열반경』에서 묘지(妙旨)를 통명(洞明)하고, 『유마경』에서 간심(看心)을 발명하여 마하반야를 득력한 때이다. 현각은 조계(광동성 소주의 동남)로 향하여 혜능선사를 참하고 바로 법을 잇는다. 그때, 육조와의 선문답에서 현각의 지고지순하며 직절(直截)의 선의 세계를 살필 수 있다.
멀리서 달려온 현각은 여장을 그대로 한 채, 석장을 짚고 육조가 앉은 선상을 세 번 돌고 그 앞에 우뚝 선다. 육조는 선객의 행실이 마뜩찮지만 그러나 당당한 기백을 보았다.

“그대는 어디서 와서 그토록 아만을 떠는가!” 대사는 “생사는 중대한 일이며 더구나 무상신속하온데 예를 갖출 그럴만한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생사가 중대한 일이라고 하면서)어째 무생(無生)을 체득하고 무속(無速)을 요득하지 못하였는가?” “체(體)는 무생이오며 이를 요득하면 본래 무속이오이다.” 육조는 “그렇지, 그렇지.” 영가에 대한 인가이다. 현각이 위의를 갖추고 육조에게 예배하고 떠나려고 할 때, “이렇게 빨리 돌아가려고 하는가?”라고 한다. 대사는 “본래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데 어찌 빠르다(느리다)는 것이 있겠습니까?” 육조는 “누가 움직이지 않음을 아는가?” 대사는 “선사께서 스스로 분별을 내십니다.” 선사는 “그대, 정말 무생의 뜻을 얻었군!” 그러자 대사는 “무생에, 어찌 뜻이 있습니까?” 육조는 “뜻이 없다면 누가 바로 분별하는가?” 대사는 “분별에도 역시 뜻이 없습니다.” 이때 분별은 무분별의 분별을 뜻한 것이다. 육조는 감탄하여 “훌륭하구나, 하루정도 묵고 가게”라고 잡는다. 이렇게 해서 현각은 다음날 떠나간다. 이로 인해 그를 ‘일숙각(一宿覺)’이라는 이명이 붙여진다. 대사가 온주에 돌아오니, 수행자등이 항구에 배를 댄 것처럼 큰 무리가 모이고 ‘진각대사’라고 경칭했다. 고향 용흥사 선원에서 크게 종풍을 거양하고 ‘증도가’, 『영가집』을 저술했다. 한걸음도 나가지 않고 운수납자를 지도하다가, 49세 앉은 채로 시적한다. 시호는 ‘무상(無相)’이며 탑명은 ‘정광(淨光)’이다.

267구로 구성된 증도가는, 스스로 모든 사고와 의심을 끊고 일체의 욕망을 벗어나 함이 없이 살아가는 인간의 본래의 모습을 보인 평화로운 도인, 즉 ‘절학무위한도인(絶學無爲閑道人)’의 소개로서 대승선의 진수를 보인다. 대승의 진의는 문자이론의 연구나 감정적인 신(信)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립을 넘어선 절대유일[無一物]입장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처럼 육조에서 시작하는 ‘남종의 돈오선’의 사상을 가장 격조 높게 노래한 것이 ‘증도가’이다.


혜 원 스님
동국대 선학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