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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사물 인연 닿자 ‘부처’로 환생-화가 김 광 문

기자명 법보신문
동양전통 간직한 골동품에 심취
신화-야생-대칭의 조화 돋보여


김광문이란 작가는 무엇보다도 손이다. 그의 손에 의해 모든 사물들은 새롭게 환생한다. 그의 손은 거미줄처럼 존재하다가 문득 낚아챈 물건들을 자기 감성과 조화의 논리 아래 재배치한다. 이 연결과 접목에는 각 사물들간의 오행과 사주, 역학과 주역의 이치에 따른 배려가 놓여있다. 그는 각 사물들의 존재성을 그렇게 동양의 전통적인 운명론의 헤아림과 통찰에 의해 파악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친을 통해 사주와 점보는 일, 산통과 주역공부, 부적과 불교의식 등을 자주 접촉하면서 자랐다고 말한다. 아울러 어머니를 통해서는 한의학이나 침놓은 일 등도 목도하면서 알게 모르게 그러한 경험과 이미지 체험들이 훗날 자신의 작업세계를 규정해주었음을 말해주었다.

부모 모두에게서 손재주를 물려받은 셈이다. 아울러 우리네 전통의 마지막 흔적들을 무명의 장인들과 무속인, 점술가 및 불자를 통해 강렬하게 흡수해낸 것이다. 그래서 그의 모든 작품에는 샤머니즘과 불교, 아득한 전통과 신비로운 정신세계가 별처럼 어지러이 운행한다. 촘촘한 그물, 별자리는 그래서 빈번하게 그의 작품에 깔려있다. 오래되고 낡은 것에 대한 기호, 바래고 퇴락한 전통적인 것에 대한 애착과 황홀이 그 위에 놓여져 있다. 유년의 기억이 평생 그의 작업의 주된 동인이 됨과 동시에 동양의 전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중국기행 및 골동에 대한 취향, 사머니즘과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김광문 작업의 키워드인 셈이다.

그는 모든 것은 적당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주변에 널려진 작은 사물들을 모아 그것들끼리 조화로운 관계를 맺도록 만들어주는 일로 족한다. 사실 작가란 존재는 연금술사이다. 하찮은 재료를 매만지고 접목시켜 새로운 존재로 환생시킨다. 그들은 물질의 영혼을 곰곰이 읽어낼 줄 아는 독심술사이기도 하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죽어있는 사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들이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죽어있는 사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들이다. 그렇게 해서 돌이나 나무를 사람으로 변형시키기도 하고 아무 것도 아닌 물질에 혼을 불어넣어 생명이 깃든 존재로 만들어 놓는다. 일종의 샤먼이자 주술사이다. 그것은 인간중심적 사고가 아니라 모든 만물을 인간과 대등한 존재로 여기는 심성에서만 가능하다.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던 신화적 사고, 야생의 사고, 대칭적 사고가 그런 것이리라.

샤머니즘은 물활론(애니미즘)적 세계관에 기초한다. 물활론은 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을 살아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 물을 살려내는 힘을 신이라 한다. 이 샤머니즘의 애니미즘은 죽음의 세계와 삶의 세계, 어둠의 세계와 빛의 세계의 이원성, 그 날카로운 분리와 경계를 지워버린다. 샤머니즘은 죽음의 세계와 소통하고 대화하고 왕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머니즘은 결국 죽음의 제식이며 엑스타시의 예술이기도 하다. 이렇듯 예술은 죽음과 소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기 위해, 갈 수 없는 세계에 가 닿게 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비로소 우리는 예술을 통해 가시적인 것만이 지배하는 데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광문은 버려진 나무판과 주판, 그리고 흙물을 입힌 석고를 가지고 자그마한 불상을 만들었다. 쓸모 없어 버려진 재료들을 모아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불상을 재현했다. 사찰에 모셔진 한결같이 정형화된 불상이 아니라,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어 찍혀져 나온 것이 아니라, 소박하고 하찮은 재료들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정제되고 절제된 조형요소로 짜여진 이 불상은 친근하고 매력적이다. 물론 이 불상은 실제 예배용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욕망에 부응해 만든 불상이다.

자신의 기억과 추억, 자기 마음의 배려에 순응해 만든 것이다. 수식과 장식, 분칠을 최대한 불이고 모든 것을 슬림화 한 이 불상은 나무판에 부조의 형식으로 약간의 높이로 돌출 된 채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철사 줄과 주판알 몇 개가 일종의 광배 마냥 둘러쳐졌다.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상징화한 것이 광배다. 부처가 발산하는 일체의 빛은 깨달음의 정신적 에너지이며 지혜의 상이다. 이 빛은 미망의 어두움을 파하고 진리를 드러내는 광명이며, 항상 시방세계를 빈틈없이 비추는 무량광이다. 그래서 이 무량광이 나오는 부처의 몸은 가늠할 수 없는 광명의 저장고가 된다.

김광문은 이렇듯 일상적인 재료들을 연결해서 신비스럽고 종교적인 세계의 풍경을 만들어 보인다. 무관하고 하찮아 보이는 사물, 버려진 사물들이서로 깊은 인연으로 만나 부처를 재현한 것이다. 어찌 보면 보잘것없고 일상적인 이들 잡동사니가 그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유년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도인이자 신비한 세계로 침잠 시키고 유인해 내는 매개가 된다.

자신만의 앨범을 채운 사진들 마냥 이 사물, 오브제들은 각각 추억과 기억, 시간의 결정으로 현존한다. 그러니까 이 사물들은 그의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 예술적 생명력의 원천들이다. 이러한 소재들은 작가의 따뜻한 마음과 놀라운 손길을 거쳐 생명력을 부여받아 새롭게 태어났다. 사물에 깃든 시간과 기억을 읽어낼 줄 아는 이의 눈은 맑고 밝다. 그리고 그 눈은 더없이 종교적이다.

“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극한 것이 바로 도라 한다. 신비한 세계를 믿을 수 있는 마음, 그것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작품세계이자 바로 내가 생각하는 도이다.”

(미술평론, 경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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