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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산사 스카우트 캠프를 다녀와서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5.08.24 16:00
  • 댓글 0
진 정 순
서울 당곡초 교장

7월 21일부터 29일까지 대만에서 개최되는 2005 국제컵 스카우트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대한민국 대표단 단장으로 컵 스카우트 대원 150명을 비롯한 대장 20명과 함께 대만 남쪽 가오슝현에 있는 불광산사에 다녀왔다.

대만 방문 사흘째 되는 날은 일요일이었다. 국제적인 스카우트 행사 때 일요일에는 대개 종교의 시간이 있었다. 각국의 대원들은 자기가 믿는 종교팀에서 예배를 보거나 기도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대만 본부에서는 이를 준비하지 않았다.
한국 스카우트 대장들은 나에게 문제를 제기해 왔고 나는 대만 측의 야영 대장을 만나 종교 행사가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만 측은 이곳에 왔으니 주최측의 프로그램에 따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사를 표시해 왔다. 나는 한국 대원들과 대장들의 종교를 조사했다. 기독교와 천주교를 믿는 대원들이 100명이 넘었고 나머지 50명 가량이 불교를 믿고 있었다. 100명이 넘는 대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종교 행사를 하겠다는 뜻을 주최측에 알리고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종교 문제와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번번이 부딪치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6시 시작되는 공양시간이 너무 빠르다. 과정 활동으로 피곤한 대원들이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든데 아침밥이 넘어 가겠느냐. 또 공양시간에 치르는 불교 의식에 참여하도록 강요한다는 등 마구 불만이 쏟아졌다.

나는 대장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가오슝현에 있는 불광산사에서 캠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참가하지 않았느냐. 처음 계획에서 변경된 것은 없지 않느냐. 지금 돌아가겠다면 국제적인 망신이 될 것이다”며 설득했고 “나의 종교가 중요하면 남의 종교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대만 국가 자체가 불교를 믿는 신도가 70%를 넘으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대만 불교가 어떤가를 체험하고 가면 되지 않겠느냐”면서 안정을 시켰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 속에는 불교 자체를 거부하려는 반감이 강해 보였고 불교에 대한 마음의 문을 꽉 닫아둔 듯 했다.

캠프가 끝날 무렵 민박 교류 행사를 가졌다. 한국 대장과 대원들이 대만 스카우트 가정에서 홈 스테이를 한 것이다. 이튿날 다시 모인 대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있었다. 대만 친구들이 자신들의 전통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시내 관광도 시켜주고 선물도 주었다면서 자랑했고 민박 가정이 고맙고 감사하다는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참가 대원 중 막내인 초등학교 3학년 현정이는 영어도, 중국말도 잘 할 수가 없어서 Yes, No만 했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아이들은 교사들과 달리 아무런 경계심 없이 함께 뛰어 놀고 금방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번 국제 컵 스카우트 캠프에 참가한 대원들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기독교여서 진행상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다. 다른 종교를 믿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종교를 이해하고 포용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종교가 다르다고 하여 가족 간에도 불화가 생기고 단체에서도 화합이 이루어지지 못함은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꽉 닫혀있어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이기적인 사고가 불안한 사회, 충돌의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대만의 일반 식당에서 기름이 흐르는 음식을 먹기보다는 스님들이 해 주시는 음식이 더 정성스럽지 않느냐는 설명도, 그 정성도 외면하고 단절시키려는 일부 한국 교사들의 태도에 두려움까지 느꼈다.

내 종교가 소중하듯 이웃의 종교를 이해하고 이웃 종교를 존중할 때 서로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웃 종교를 향해 닫혀 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열어야 할까.

가장 부러웠던 것은 불광산사 자체로 조직된 컵 스카우트 대원들이 이번에 참가한 대만 1500명의 대원들 중 절반이 넘는 700명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또 대만의 곳곳에 불광산사의 종립학교가 많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교육 불사와 인재 양성 불사에 진력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 놀라웠고 또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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