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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현각 『증도가』 ②[br]무명이 불성이고 빈 몸이 그대로 법신

기자명 법보신문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배워야 할 것도 없고 할 일도 없어져 버린 한가한 도인을. (그는) 망상을 없애지 않고 진리를 구하는 일도 없다. 무명의 본래 성품이 그대로 불성이고 허깨비인 빈 몸이 그대로 법신이다.”

‘증도가’의 전체 내용이 바로 이 구절에 용해되어 있다. 수행자를 여기서는 도인으로 표명한다. ‘증도가’는 도인의 깨침에 대한 경계, 공부의 과정, 수행자의 정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삼학의 수행도 이제 끊어지고 해야 할 일도 없어져 버린 이 도인은 ‘자연’으로 돌아 간 것이다. 그는 망상과 진리에 대해 이제 관심이 없다. 그것은 무명의 본체가 불성이고 육신이 그대로 공신(空身)이며 법신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백장광록』에서 ‘부처는 무사인(無事人)이고 무구인(無求人)’이라고 한 것처럼, 깨쳐서 일체의 티끌(번뇌)이 없어져 버린 모습이기에 ‘천진불’이라고 했다. 이러한 경계에서 오온은 뜬구름과 같은 것이며 삼독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실상을 증득하면 자아와 대상의 차별이 없으며, 가게 되어 있는 무간지옥도 찰라에 멸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로 중생을 속인다면 영겁토록 발설지옥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한다. 현각은 잘못된 사상과 이념으로써 불법을 설교하는 선사들에게 우레와 같은 질타를 한다.

“홀연히 깨침, 이것이 바로 여래선. 육도만행도 본래 자신에게 구비되어 있는 것. 꿈속 분명코 육취를 윤회하고 있었지만 깨친 후, 텅 비어 대천세계도 없음이다.” 여래선은 여래로부터 전해진 선이라는 것인데 마조이후, 이를 달마가 중국에 전한 것으로부터 조사선이라고 한다. ‘조사선’은 백장의 제자 위산영우와 그의 제자 향엄과의 선문답에서 처음 나온다. 현각은 ‘돈각’하게 되면, 스스로 육바라밀행이 갖추어져 있음을 본다는 것. 『임제록』에도 ‘그대는 육도만행을 닦는다고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이 잡행이라고 할뿐’이라고 했다.

이러한 경계에는 “죄와 복도 없고 손해와 이익도 없으니, 적멸의 본성가운데서 물어 구하지 않는다. 지금껏 한 번도 때가 낀 거울을 닦은 적도 없었지만 오늘에 이르러 분명 부숴 버렸다.” 번뇌망상을 제거한다고 하는 것은 공을 들이는 수행법에서나 하는 것, 무일물(無一物)세계에서는 거울 자체를 부수는 것이다. 적멸성품의 자각이기 때문이다.

“누가 무념이고 누가 무생인가.” 신회의 남종의 입장을 무념, 무주, 무상에 있다고 한 것을 비판하고 또한 무생은 북종의 대승무생을 가르키는 것이다. 무념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무의 념’ 즉 생각, 생각(思量)이 끊어진 생각(非思量)이다. 이것이 바로 반야의 정념이다.

“실로 남이 없다(무생)면 태어나지 않음(不生)도 없다”. ‘실로 남이 없다’는 것은 ‘태어났다고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태어났는데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태어났을 때부터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본래의 영원한 생명, 생명의 광명과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실제로 눈, 코, 귀, 입, 등이 있는데 『반야심경』에는 ‘없다(無)’고 한다. 무의 눈, 무의 코, 무의 귀 등으로 사는 것을 반야의 바라밀행이라는 것이다. 무념, 무생을 얻었다고 한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수행이라는 것.

“꼭두각시에게 물어보아라. 공을 들인다면 언제 부처를 이루겠는가를.” 무념무상이 되기 위한 선이 아니라 비사량의 선이라야 한다고 주창한다. ‘불생의 불심(佛心)’이라는 말이 있다. 즉 ‘깨침’은 ‘자아가 없을 때 모든 것이 자기가 된다’는 체험이다. 자아가 무일물이었을 때 본래의 자기 즉 ‘무위진인(無位眞人)’인 법(달마)이 드러나는 것이다. 현각은 이 같은 수행자를 ‘절학무위한도인’이라고 했다.


혜 원 스님
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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