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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전법사 (주)동보 정 재 영 전무

기자명 법보신문

바치고 또 바쳐서 마음등불 밝혀야죠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에 위치한 (주)동보의 정재영(56) 전무. 하루 업무가 끝나는 오후 8시 30분이면 그는 집 대신 고양시 원당에 있는 바른법연구원 법당으로 향한다. 밤 10시 그곳에 도착하면 그는 30여 분간 금강경을 독송한 후 연구원에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 새벽 2시 30분이면 일어나 여러 도반들과 함께 2시간가량 금강경을 독송하며 정진한다. 4시 30분 법당을 나오면 그는 또다시 차를 몰아 신도림동 자택으로 향한다. 옷을 갈아입고 아침 식사를 마치면 그는 다시 회사로 차를 돌린다. 오전 8시가 출근시간이지만 그가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7시, 가장 먼저 회사에 나오는 그는 남은 시간을 이용해 회의 준비나 하루일과의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는 한다.


5년째 법당서 출퇴근 하며 정진

정 전무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법당에서의 출퇴근을 시작한 것도 벌써 햇수로 5년째다. 처음 집에서 열심히 ‘마음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아침저녁에 3~4시간씩 정진했지만 나태해지는 마음을 다잡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6년 전 가까운 도반과 함께 시작한 게 바로 49일 용맹정진이었다. 매일 저녁 10시에 취침해 2시간 30분 정도 눈을 붙인 후 법당으로 가 1시부터 그곳에서 아침까지 금강경을 독송했다. 처음 부족한 잠으로 힘겨움도 많았지만 경전을 읽으며 오는 마음의 평화는 그로 하여금 쉼 없이 정진하도록 이끌었다. 그렇게 49일씩 3번을 회향을 한 뒤 그는 평일은 법당에서 출퇴근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주변에서는 그러다가 건강을 해친다느니 힘들어서 직장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정작 정 전무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몸은 가벼워졌고 정신은 맑아졌다.

“잠을 줄여도 얼마든지 생활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잠을 줄이는 일이 마음만으로는 잘 되지 않습니다. 먹고 입고 대화하는 등 하루일과에 있어 욕심내지 않고 화내지 않고 어리석은 마음으로 남과 나를 괴롭히지 않으려 할 때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정 전무가 금강경과 처음 인연이 닿은 것은 지난 85년 봄, 대우기전에서 근무하던 때였다. 하루는 옆 부서 동료의 업무데스크 위에 놓여 있던 금강경 해설서를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근무 중에 책 보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농담을 하며 집어와 읽었던 책은 정 전무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옛 도인들은 성내는 마음을 참으라고 했는데 참으면 병이 난다.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올라오는 진심(嗔心)을 밝은 곳을 향하여 바치면 된다. 불자들은 ‘부처님!’하는 생각으로 바치면 되겠고,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믿는 밝은 분을 향해 그 성내는 마음을 바치라는 것이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이며 수행자였던 선지식 백성욱(1897~1981) 박사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었다. ‘삶과 죽음은 무엇이고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란 문제로 오랫동안 방황하던 그에게 백성욱 박사의 가르침은 빛처럼 와 닿았다.

정 전무가 아침저녁으로 금강경을 독송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또 백 박사의 가르침대로 마음속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과 부딪히는 사물들을 향해 ‘미륵존여래불’을 지극한 마음으로 염송하며 부처님께 바치려 애썼다. 그러면서 금강경을 독송하고 염불하는 일이 결국에는 모두 바치는 공부에 귀착됨을 알았고, 그것은 곧 자신의 컴컴한 마음을 바쳐서 밝게 되는 방법임을 온몸으로 체득해나갔다.

대우자동차 법우회 결성

얼마 후 대우자동차로 직장을 옮긴 그는 이 공부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불교법우회’를 결성해 매주 금요일이면 점심시간에 금강경을 독송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정 전무 자신은 매일 아침저녁은 물론 매일 점심시간에도 부처님의 법석에 참여해 법문을 듣는다는 마음으로 금강경을 지극정성으로 독송했다. 특히 90년대초 백성욱 박사의 제자로 그 분의 가르침을 많은 사람들에게 올곧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김원수 원장을 만나면서 수행은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정 전무는 일과 속에서 금강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애썼다. 경전공부는 읽는 행위를 넘어 온몸으로 실천되고 사회에 회향될 때 참다운 가치가 있다는 게 그의 확신이었다. 그럼에도 간혹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수행에만 전념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나 혹은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퇴사를 떠올릴 때면 김 원장은 “감은 홍시가 되어 떨어져야 한다”며 “직장일 잘하는 게 참다운 수행”이라고 강조하고는 했다.

정 전무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미륵존여래불!’을 염송하며 내가 만나는 저 사람이 부처님 전에 신심발심해서 복 많이 짓기를 발원’했고 간혹 미운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위해 108배를 해가며 자신의 삿된 감정을 부처님께 바치려 애썼다. 특히 중대한 문제로 거래처 임원과 협상을 해야 할 경우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기보다는 부처님을 떠올리며 이 일이 원만하게 해결돼 부처님 전에 복을 지을 수 있도록 늘 발원했다. 나의 상(相)을 갖고 대하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고 이는 금강경에서도 가장 경계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자타가 인정하는 금강경 전법사다. 제사 때면 금강경을 독송하는 것은 물론 초상집에서도 상대방이 반대하지 않으면 금강경을 독송해주곤 한다.

“일상에서 ‘부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생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탐진치에서 헤어나지 못함이 다반사입니다. 놓치고 방심하고 계율을 어기고 실망하더라도 부처님을 향하는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할 수밖에요. 그게 고통을 여의고 참다운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잘 아니까요.”

만나는 사람마다 행복 발원

밥이 육체적 양식이라면 경전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정 전무. 그는 금강경을 읽으면 마치 목욕을 하고 난 것처럼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솟는다고 말한다. 정 전무가 평일이면 직장을 도량 삼아 지내고 일요일이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절에서 법문 듣고 정진하며 지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 요즘 그가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들을 위해 원을 세워주고 백성욱 박사의 가르침을 옮긴 『크리스챤과 함께 읽는 금강경』을 보시하는 것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다운 공부 방법을 통해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편안한 마음으로 가정과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최고의 가피”라고 말하는 정 전무는 “우리가 가야할 길은 신심발심해서 금강경 읽고 부처님을 염하면서 시시각각 마음은 부처님 전에 바치고 또 바쳐 더 바칠 것이 없는 곳에 이를 때 내가 밝아지고 사회가 밝아지고 세상이 밝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인천=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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