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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현각 『증도가』 ⑥

기자명 법보신문

相에 집착한 보시는 허공에 쏜 화살

“깨달으면 바로 마친 것, 어떠한 노력도 필요치 않으나, 일체의 유위법(有爲法)은 같지 않다. 형상에 집착한 보시는 하늘에 태어나는 복이겠지만 마치 허공에 화살을 쏘는 것과 같다.”

‘본래의 자기’를 깨달았다고 하면 이것으로 마쳐진 것이다. 그러나 인과 연에 의해 만들어진 유위의 현상은 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유위에 상대되는 무위는 인연의 조작을 넘어선 진여의 세계. 실체가 없는 현상에 집착한 보시는 생천(生天)의 복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석존도 방편교로서 생천을 설하셨지만 반야의 입장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위에 집착한 보시행은 마치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각은, 그대들은 반야에 의해 무상의 자기를 자각해야 한다고 했다. 무심, 무작(無作)의 행이야말로 참된 보시바라밀이라고 한다.

“화살의 힘이 다하면 다시 떨어지니 내생의 뜻하지도 않는 과보를 부르게 된다. 무위의 실상의 문에서 한 번에 뛰어 바로 여래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과 어찌 같을까?”

형상에 집착한 보시는 생천의 복을 얻겠지만 이는 진실한 보시행이 아닌 것. 시위를 떠난 화살이 나는 힘이 다하면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잘못된 보시행은 내세에서도 여의치 못한 과보를 불러들이게 되니, 이보다도 무위의 실상문에서 한 번에 바로 여래지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유위의 세계를 말하고 지금은 무위의 세계를 말한다. 무위는 인연의 조작이 없는 진여실상의 무상(無相)법이며 이 법문으로야말로 여래지로 향하는 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이다. 설사 괴로움이 없는 천상계에 난다고 해도 이것 또한 과보라고 하는 인과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 과보가 다하면 언제 또다시 삼업도에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 이처럼 유위의 세계는 과보가 있지만 무위의 세계는 진여실상의 여래의 세계이므로 과보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위와 무위의 세계는 같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근본을 얻을 뿐 지말은 근심하지 말라. 깨끗한 유리가 밝은 달을 삼킨 것과 같다. 이미 이 여의주를 얻고부터는 나와 남을 이롭게 하여 다함이 없다.”

근본을 알면 지말(枝末)에 대해서는 염려 안 해도 좋다. ‘무상(無相)의 자기[불성]’를 체득하게 되면 밝은 유리알이 밝은 달빛을 머금은 것과 같다. 이미 이러한 여의주를 얻게 되었다면 자리도 이타도 원만히 행하게 되는 것(自利利他 覺行窮滿).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는 여의주가 모두를 환희 비추는 것, 이는 다함이 없는 보살행이다.

“강에는 달빛 소나무에는 바람 일고, 깊은 밤 맑은 하늘 무슨 할 일이 있을까. 불성이라는 계의 구슬은 마음에 날인되고 안개 이슬 구름 노을은 몸에 걸치는 옷이다.”

천지자연의 세계에 있는 도인, 그는 무사인(無事人)이다. 불성의 계체가 마음에 각인되었고 안개와 노을도 그를 감싸는 옷이 되었다. 진여실상의 세계에서 ‘독좌대웅봉(獨坐大雄峰)’한 도인의 모습이다.

“용을 항복시킨 발우, 범을 중재한 석장. 양쪽의 쇠고리는 역력히 울린다. 이는 모양을 내려고 공연히 가지는 것이 아니라 여래의 보장(寶杖)으로 종적을 그리는 것.”

발우와 석장은 불조(佛祖)의 가르침을 기리는 도구다. 석존이 외도인 배화교를 제도시킬 때, 그들이 믿는 용을 정력(定力)으로서 제도시켜 발우 속으로 들게 하여 마침내 그들은 귀의했다는 것. 또한 중국의 승조(僧稠, 480~560)가 두 마리의 범이 싸우는 것을 석장(錫杖)으로 이를 말렸다는 등의 일화가 있다. 납자가 지니는 이러한 도구는 결코 외모를 장식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래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의미라는 것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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