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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현각 『증도가』 ⑦

기자명 법보신문

참됨도 구하지 않고 거짓됨도 끊지 않는다

“참됨도 구하지 않고 거짓됨도 끊지 않으니, 두 법이 공하여 무상(無相)함을 분명 알았다. 무상하여 공도 불공(不空)도 없어, 바로 이것이 여래의 진실한 모습이다.”

참됨도 거짓됨도 구하지 않는다는 말은 증도가 첫머리에서도 밝힌 한도인의 사상이다. 절학(絶學)의 도인은 모든 존재가 공이고 무상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로 공, 비공에 관심이 없으며 상대적인 존재를 넘어선 세계를 ‘여래의 진실상’이라고 한 것이다. 진실상은 ‘본래면목’이며 ‘무상의 자기’다.

“마음의 거울이 밝게 비춤에 걸림이 없어, 확연히 비추어 대천세계에 두루 하다. 삼라만상의 그림자 가운데 모습을 드러내니, 한 알의 빛이 뚜렷이 밝아 내외가 없다.”

‘여래의 진실상’을 마음의 거울에 비유한 노래다. 거울은 밝게 걸림 없이 비춘다. 삼라만상이 빛나 비추는 것과 비쳐지는 것이 차별이 없다. 무상의 자기는 삼라만상 어디에나 ‘하나’가 된다. 물을 향하면 물이 되고 꽃이 피면 그 꽃과 하나가 된다. ‘자타불이’이다. 한 알의 보석은 영롱히 빛나 내외가 없다. 이는 한도인의 무상의 심경(心鏡)이다.

“활달의 공(空)으로 인과를 무시하는 것, 아득하고 끝없는 재앙을 불러들인다. 유를 버리고 공에 집착하면 병이기는 마찬가지. 오히려 물에 빠질까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자칫 공병(空病)으로 인하여 인과에 떨어질 것을 염려하는 것. 여기서 활달(豁達)의 공, 즉 무상하여 공도 불공도 없다고 하여 현상적 존재(有)를 버리고 공에만 집착하는 단견으로서, 잘못된 견해로 인과마저 무시하여 결국 재앙을 자초하고 만다는 것이다.

존재현상을 모두 버리고 허무의 공에 집착한다는 것은 마음의 병이다. 이러한 공병에 걸린 자는 물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여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게 한다는 것. 물에 빠짐은 유의 견해에 떨어짐이고 불에 뛰어듦은 공의 견해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병은 인과의 도리를 무시하는데 있다. 여기서 인과는 삼세의 인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선자(禪者)는 언제나 지금, 여기, 자신만을 문제로 하고 현세만을 보고 전세나 내세를 말하지 않는다. ‘정법에는 부사의(不思意)가 없다’. 선자의 삼세는 지금을 중심으로 조금 전과 나중이다. 즉 현재의 전후, 과거, 미래일 뿐이다.

“망심을 버리고 진리를 취하는 것. 취·사의 마음, 교묘히 거짓을 만든다. 학인이 (이를) 알지 못하고 수행한다면 참으로 도적을 아들로 삼는 격이다.”

만약 망심과 진리로 분별하는 마음으로서 수행한다면 자신을 스스로 속이는 조작된 행이 되며 이는 외부에서 들어온 도적을 아들로 잘못 오해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것. 앞에서 참됨을 구하지 않고 거짓됨을 끊지 않는다는 수행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는 구절이다. 진실을 이념으로 내세우고 현실의 망심을 버리고 이상의 진리를 취한다는 소위 이상주의적 수행은 진정한 수행이 아니라는 것. 진·망은 상대적 분별의 갈등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는 결국 거짓이 되기 때문이다. 임제는 자아를 닦는다, 깨친다, 장엄한다고 하는 것은 선수행이 아니라고 했다. 자아는 공하고 무아인데 자아를 내세워 ‘본래인’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 무량겁의 생사윤회의 축이 자아라고 인정하고 수행 혹은 깨침을 강조하는 것은 ‘도적을 인정하여 아들이라고 하는’것 같은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격이다.

“법의 재물이 덜고 공덕을 잃음은 이러한 심의식의 작용으로 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선문에서는 이 마음을 챙겨 한 번에 무생(공)지견의 힘에 드는 것이다.”
법을 알지 못해 공덕마저 사라지는 것은 도적을 아들로 잘못 여기는 즉 자아의 작용이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법재가 다하고 진실의 공덕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허망의 ‘자아’탓이다. 달마를 종조로 하는 선문에서는 일거에 무생반야의 지견력에 드는 것을 선지(禪旨)로 삼을 뿐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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