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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현각 『증도가』 ⑩

기자명 법보신문

참됨도 세우지 않지만 망상도 본래 空

<사진설명>석옹 철유의 수묵자화상

“법당을 건립하고 종지를 세운 것, 분명 불칙을 이은 조계 그 분이다. 제일 가섭이 처음으로 등불을 전하여 이십팔대, 서천의 기록이다.”

석존의 정법안장은 마하가섭에게 전해지고 28대 서천의 전등은 조계 혜능으로 이어졌다는 선맥을 밝힌다. 법당을 건립한다는 말은 『무문관』 22칙에, 종지를 세운다는 것은 『전등록』 달마장에 있다. 가섭을 제1조로 한 것은 『육조단경』, 『보림전』에 비롯되는 설이다.

“강과 바다를 건너 이 땅에 들어선 보리달마를 초조로 한다. 육대의 전의는 천하에 알려졌고 뒷사람의 득도, 수를 헤아릴 수 없으리라.”

달마가 인도를 떠나 중국 광주에 도착, 중국선종의 초조가 된다. 그 뒤 육대조사에게 가사가 전수됨이 세상에 알려지고, 달마가 예언한대로 달마멸후 200년 법만이 사계(沙界)에 두루하다고 한 것처럼, 육조이후 법만이 전해지고 또한 ‘득법자는 도마죽위(稻麻竹葦)와 같다’고 한 것처럼, 현각 역시 같은 예측으로서 선종은 크게 번성하였다.

“참됨도 세우지 않지만 망상도 본래 공하니, 유·무 모두 버려 공을 공이라고 하지 않는다. 스무 가지의 공의 가르침 본래 집착하지 않았고, 하나의 성품 여래의 본체와 모두 같다.”

달마로부터 전해진 종지는 ‘진리도 세우지 않고 망상도 본래 공’이다. 유도 무도 모두 버리고 공마저 공이라고 하지 않는다. 교학에서 20가지의 공에 대한 가르침까지 의존하지 않았으나 중생과 부처가 한 성품임을 체득하였다는 것이다. 유·무를 청산해 버리면 결국 불공(不空)의 공, 무심의 심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 성품은 자아의 분별지가 없어진 무아를 말하는 것이다.

“마음은 뿌리, 법은 티끌. 둘은 마치 거울 위의 흔적과 같다. 흔적인 때가 모두 없어지면 빛이 비로소 나타나고, 마음과 법이 다 없어지면 성품이 바로 참되다.”

마음은 육근(六根)이며 법은 육경(六境)을 의미한다. 육근 가운데 의(意)의 대상인 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육근전체의 대상을 경(境)으로 말한다. 이 육경은 본심의 거울을 흐리게 하는 때가 되기 쉬우므로 육진(六塵)이라고도 한다. 흔적(痕)과 때(垢, 塵)가 있으면 거울의 제 모습이 아니다. 거울이 빛나고 거기에 대상(物)이 확실히 비칠 때는 더러움이 제거 되었을 때이다. 마음과 법이 없어진 즉 이공(二空)이 되었을 때 대원경지(大圓鏡智) 즉 반야가 드러나는 것이다. 자성은 그대로 진실, 진여로 되는 것이다. 마음(분별)의 뿌리(根)가 끊어져야 비로소 본심(반야)이 빛나는 것이다.

“아! 말법, 나쁜시대로고. 중생은 복이 엷어 조복하기가 어렵다. 성인가신지 오래고 사견만 깊어져 마구니는 강하고 법은 약하여 원한과 해침이 넘쳐난다. 여래의 돈교의 가르침을 듣고 부숴 없애버리지 못했음을 한탄한다.”

지금은 말법시대. 이 시대에 태어난 중생은 과거 숙선(宿善)이 희박하고 복덕이 엷고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다. 석존가신지 오래되어 정법은 쇠퇴하고 마구니는 참된 수행자를 해치기까지 하며, 그들은 ‘여래의 근원적인 가르침을 부숴 없애 버려야 하는 것’이라고 한탄한다.

“행위는 마음에서이지만 재앙은 몸에 있다. 원한과 허물로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무간지옥의 업을 불러드리지 않으려면 여래의 정법륜을 비방하지 말라.”

육조이후 여래의 돈교를 설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원심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비업을 자초하는 것이며 더구나 여래의 정법인 선종의 종지를 비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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