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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감산대사의 『염불절요』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생사윤회의 뿌리는 ‘애욕’

염불수행으로 극락정토에 왕생하길 구하는 법문은 원래 생사윤회를 끝마치려는 큰 사업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게 생사윤회의 뿌리란 말입니까? 옛 사람께서 말씀하시길 “업장이 무겁지 않으면 사바고해에 태어나지 아니하고, 애욕이 끊어지지 않으면 극락정토에 왕생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전 일을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지금까지 어느 한 순간이라도 이 애욕의 뿌리를 떠난 염두가 있었겠습니까? 이와 같이 애욕의 뿌리와 종자가 한없는 세월 동안 줄곧 깊어지고 두터워졌기 때문에 생사윤회도 끝이 없이 되풀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에사 바야흐로 염불 좀 하겠다고 마음을 내면서 단지 부질없이 서방정토에 왕생하기만을 기원하며 애욕이 생사윤회의 뿌리라는 말조차 모른다면 한쪽에서는 열심히 한답시고 염불하더라도 다른 한쪽에서는 생사윤회의 뿌리가 계속 자라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염불하는 것은 생사윤회와 서로 아무 상관도 없으며 이러한 염불은 여러분이 어떻게 하시든지 간에 임종 때까지 꾸준히 염불하더라도 임종 때에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단지 생사윤회하는 애욕의 뿌리일 것입니다.

집에서 염불하는 재가불자들한테는 눈에 보이는 자녀, 손자, 재산 등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게 없습니다. 그러한즉 어느 한 가지 일이나 어느 한 순간도 생사윤회에 대한 산 교훈이 아닌 게 없습니다. 마치 온 몸이 불구덩이 속에 떨어져 타오르는 것처럼!

보통사람들은 염불하는 순간에도 마음속에 있는 애욕의 뿌리를 한 순간도 놓아 버린 적이 없는 줄조차 모릅니다. 그러한 염불은 하더라도 절실하지 못한 염불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습니다. 가령 염불할 때 자녀들에 대한 애정이 눈앞에 나타나거든 마음의 빛으로 스스로를 되돌이켜 보면서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이 염불소리가 과연 이 애정을 이겨낼 수 있을까? 과연 이 애정을 끊어버릴 수 있을까? 만약 이 애정을 끊어버리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생사윤회를 끝마칠 수 있을까?”

애정의 인연은 대부분 아주 익숙하고 친한데 우리의 염불공부는 이제 마음을 내어 몹시 낯설고 어설프며 또 절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 힘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애정의 경계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대며 주인 노릇을 할 수 없어야만 임종 때에도 그러한 애욕이 끝내 우리의 극락왕생을 방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한 번 당부하노니 염불하는 사람들은 제일 먼저 생사윤회 때문에 염불한다는 마음이 간절해야 되고, 생사윤회를 끊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야 합니다. 그래서 생사윤회의 뿌리를 일념일념마다 싹둑싹둑 잘라간다면 이 한 순간 한 순간의 염불이 바로 생사윤회를 끝마치는 때가 됩니다.


감산덕청은?

감산(1546~1623)대사는 19세 때 출가해 각처를 유람하다가 36세 때 황태자 탄생 기원 무차법회를 계기로 황실과 인연을 맺어 불사를 크게 일으켰다. 그러나 이로 인해 모함을 받아 광동 뢰주에서 10년간 유배생활을 하다가 훗날 선종을 크게 일으키기도 했다.
세수 78세로 입적했는데 오래 시간이 지나도 살아계신 듯하여 오늘날까지 육신상으로 보존돼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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