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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현각 『증도가』 ⑫

기자명 법보신문

화염 속에서 연꽃 피니 끝내 시들지 않는다

<사진설명>송담의 '달마도'

종성(種性)이 나빠 잘못 분별해 여래의 원돈제에 이르지 못한다. 이승(二乘)은 정진해도 도심이 없고 외도는 총명해도 지혜가 없다.

종성은 선천적인 성품이다. 종성이 올바르지 않아 잘못 분별에 떨어져 버려 여래의 원돈의 계를 모르는 것이다. 원돈계는 ‘달마일심계’이며 단경 이래 ‘불성계’이다. 이승은 ‘자신만이 깨달으면 된다’고 하여 도심 즉 보리심(대비심)이 없고 외도는, 분별지는 예리할지 몰라도 반야의 ‘직관지(直觀智)’ 즉 ‘깨달음’이 없다는 것이다.

역시 우치하고 역시 무지하구나. 빈주먹 손가락 끝에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본다. 손가락을 달로 알아 헛되이 노력하고 감각(根)과 대상(境)과 법계(法)에서 허튼 짓을 한다.

외도와 이승의 우매함을 말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빈주먹을 쥐고 있으면 그 속에 무엇인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여 열려고 애쓴다. 반야경에 있는 말이다. 능가경, 원각경에는 불타의 설법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비유한다. 그런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을 본다는 것. 즉 방편의 설을 방편이라는 것을 잊고 진실의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 것. 그래서 육근, 육경, 육식에서 일어나는 것에 집착하여 분별의 놀음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한 법도 보지 않으면 바로 여래, 비로소 ‘관자재’이다. 깨달으면 업장은 본래공이다. 아직 깨치지 못하면 묵은 빚을 갚아야 한다. 굶어서 왕의 밥상을 만나도 먹을 수 없고 병들어 의왕을 만난다 해도 전연 차도가 없다.

무일물이 여래이며 ‘관자재’이다. 그런데 중생은 있지도 않는 것을 보았고 본다고 한다. 이것이 업장이 된다. 그러나 업장은 본래공. 아직 깨치지 못하면 과거의 빚진 것을 상환해야 한다는 것. 아귀는 왕의 밥상에 붙어 있어도 먹지 못하고 불치의 병은 명의도 어쩔 수 없는 것과 같이 아직 본래공임을 알지 못하면 다음 생에서도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괴로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욕망가운데 참선은 지견의 힘이며 화염 속에서 연꽃이 피니 끝내 시들지 않는다. 용시(勇施)는 중죄를 범해도 무생을 깨닫고 성불하여 지금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욕계에서는 선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는 욕계상에서의 선이야말로 ‘반야의 힘’에 의해서라고 한다. 불꽃 속에서의 연꽃이 핀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지만 꽃이 피고 그것도 절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마경 불도품에 나온다. 절대적 무한한 욕망에서 선을 행함은 삼매세력에 의해서다. 불설정업장경에 나오는 용시비구의 이야기. 이 비구가 부호의 딸과 서로 사랑하여 그녀의 약혼자를 독살하고 함께 살지만 이를 기연으로 ‘무생법인’을 얻었다는 것이다. 비구는 음행과 살생이라는 이중의 범죄를 저질지만 그 가운데서 깨침을 얻어 법신이 되었다. 이는 ‘반야력’에 의해 이루어졌음이다.

사자의 포효처럼 두려움이 없는 설법, 애석한 것은 가죽푸대로 된 멍텅구리라는 것. 중죄가 보리를 막는 줄만 알뿐 여래의 비결이 열려 있음을 보지 못한다.
중죄를 범하면 깨달음을 얻는데 장애가 되는 줄만 알지 여래의 원돈대승계, 육조의 무상계의 사자후를 수용하지 못한다. 이는 마치 전연 들리지 못하는 가죽푸대를 둘러 쓴 것과 같다는 것이다. 여래의 비결은 모르고 소승계에만 고집함을 나무라는 것.

두 비구가 음행과 살생을 범하니 우바리의 반딧불은 죄의 아픔을 더했다. 유마대사 몰록 의심을 제거함이 마치 빛나는 해가 서리와 눈을 녹이는 것과 같다.
유마경 제자품에 있다. 두 비구가 여인을 음행하고 죽게 했음을 교단에 자수. 우바리가 질타하여 중죄의 아픔을 더하게 함을 본 유마는 ‘죄에 더 이상 결박시키지 말라’고 한다. 우바리의 격식을 반딧불에, 유마의 설법을 태양에 비유한 것이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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