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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칼럼니스트 비룡사 주지 법상 스님

인터넷 바다에 진리의 뗏목 띄우다

"행복과 자유 그리고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곳에 이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뗏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역 군법사 법상(法相) 스님. 군 장병들을 포교하는 군법사가 본업(?)인 스님은 인터넷 사이트 다음(www.daum.net)에 종교 칼럼 '젊은 스님의 불교이야기'를 쓰면서 '사이버 스님 아난(阿難)'으로 통하는 소위 잘 나가는 칼럼니스트이다.

그렇다면 군에서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와 포교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할 군법사가 사이버 세상에 발을 디딘 까닭은 무엇일까. "군법사로 임관해서 법회를 주관하다 보니 뭔가 장병들이 읽고 생각할 수 있는 '꺼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소식지를 만들고 거기에 글을 하나씩 쓰기 시작했지요." 스님의 글쓰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종교 칼럼란에 들어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스님들이 운영하는 칼럼란이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비해 목사·신부님들이 쓰는 칼럼은 200개가 넘었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교리-수행법 지도

그래서 '젊은 스님의 불교이야기'코너를 만들어 매주 소식지에 쓰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모자라는 부분이 많지만 정기적으로 부처님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심코 올리기 시작한 글은 소문에 소문이 더해지면서 검색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면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났고, 마침내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호응에 놀란 스님은 군법당에서 첫 만남을 가지면서 다시 한번 놀랐다. "대부분이 젊은 직장인들이었어요. 마땅히 찾아갈 사찰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이 모임에 관심을 보였던 것입니다."

그랬다. 젊은이들 특히 직장인들은 마땅한 신행 공간을 찾지 못한 채 사이버 상에서 스님의 글을 보며 신심을 키우다가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3주에 한번씩 만나 서로 마음나누기를 시작했다. 그 모임이 정례화 되면서 생겨난 것이 수행모임인 '밝은모임'이다. 그리고 그 대중들 가운데 인터넷 관련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이 주축이 되어 사이버 생활수행도량 '목탁소리(www.moktaksori.com)'를 만들었다. 바로 이 도량, 목탁소리닷컴은 "개인의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수행이 참 수행"이라는 스님의 생각을 얼굴 없는 대중에게 전하는 공간이 되었다. 군법사 법상 스님은 이렇게 사이버 스님 아난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엔 늘 스님의 글을 기다리는 2900여 명의 팬(?)이 있다.

인터넷 종교칼럼 타이틀을 보고 눈치챘겠지만 스님의 세속 나이는 겨우 스물 일곱이다. 스님의 나이를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이들은 실물을 보면서 놀란다. 그리곤 꼭 한마디씩 덧붙인다. "저 나이에 언제 공부해서 저런 마음을 내고 글을 쓸 수 있을까?"

대중들의 이런 반응에 그저 엷은 미소만 짓는 스님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불교를 접했다. 열악한 가정환경을 탓하며 방황했고, 매일 싸움질이나 하는 소위 문제아였던 스님이 절을 찾아 간 것도 "절에 가면 여학생이 많다"는 친구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너 부처님 인연이 아주 깊구나. 마음만 내면 하버드도 가겠어"라고 한마디 던진 그 절의 주지 스님이 그날부터 기도하고 불교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내 삶을 희망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버드라니, 반에서 30등 안에만 들면 행복했던 내가."그러나 곧 오기가 생겼고 공부를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첫 시험에서 11등. 성적은 계속 올라갔고 제천지역의 최고 명문고교인 J고에 진학했다.



사이버 열혈 팬만 2900여 명

스님의 말 한마디와 작은 정성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또 주변엔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망나니로 불리던 내가 이렇게 변했는데 그 어떤 사람들이라고 변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한 스님은 "젊은이들을 포교하는데 전념해야겠다"는 원을 세우고 동국대 불교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불심도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계를 받고 군승요원 시험을 거쳐 군법사로 임관했다.

사이버 스님이라는 별칭이 붙다보니 "군법사 활동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젊은이 포교에 대한 원을 세운 스님에게 군은 황금어장 그자체일 뿐이다. "자신의 미래 가치관을 굳혀 가는 시기에 놓인 군인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라는 법상 스님. 갖가지 이유로 불교와의 인연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군이다. 때문에 "훗날에라도 마음을 낼 수 있도록 인연의 씨앗을 심는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대하고 있다.



"꿈꾸는 이들의 뗏목" 희망

새벽기도로 하루를 여는 스님은 오전에 참선, 경전공부, 글쓰기로 자신을 담금질하고 점심식사는 예하부대 식당에서 장병들과 함께 한다. 자신이 거처하는 육군 ○○사단 군법당 비룡사 뿐 아니라 예하부대까지, 1주일이면 평균 10회의 법회를 주관하며 군간부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강좌를 비롯해 4개의 강좌를 개설해 금강경, 반야심경, 천수경을 강의한다. 군법사가 절대 부족한 상황이기에 몸 편히 누일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지만 젊은이 포교에서 일반인 포교까지 하고 싶은 일 하고 지내니, 마음만은 늘 행복하단다. 그러나 이렇다할 거창한 꿈이나 계획을 따로 세워둔 것은 없다. "그저 순간 순간에 충실하는 것이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라는 스님은 "오두막 법당에서라도 사람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할 수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며 예의 엷은 미소를 짓는다.



수행공동체 '밝은 모임'은 - "ON-OFF 종횡무진 신행"

법상 스님의 인터넷 종교칼럼 '젊은 스님의 불교이야기'의 열혈 독자들이 모인 곳이 사이버 수행도량 목탁소리이다. 그리고 이 곳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다가 3주에 한번씩 오프라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 바로 수행공동체 '밝은모임'이다.

밝은모임은 모임을 유지하는 회칙, 회원, 회비, 회장 등 그 어떤 룰이나 규칙이 따로 없다. 모두가 주인이고 다 함께 이끌어 나가는 그런 곳이다. 마음공부하고 생활 수행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자신을 바꾸고자 한 마음 낸 생활수행자가 바로 이 모임의 주인이다.

이 모임에는 불자들은 물론이고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자도 있다. 종교·지역 구분없이 사이버 상에서 수행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 생활 속 수행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오프라인 모임일 뿐이다.

이들의 수행법은 '일과 수행'을 하나로 생각하며 자신의 수행을 이어가다가, 3주일에 한 번 모여 마음 속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궁금한 것을 물어 수행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법상 스님은 이 모임의 지도법사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군법당 양주 신산리 비룡사에는 늘 밝은모임 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글·사진 심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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