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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고봉원묘의 『고봉록』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참선의 요체는 간절함

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역대의 조사가 남기신 말은, 비록 일언반구라 하더라도 중생이 삼계(三界)를 초월하여 생사(生死)의 유전에서 벗어나도록 힘쓰신 것이다.

만약 이 법을 증득하고자 원한다면 먼저 대장부로서의 뜻을 세워라.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쁜 지혜와 보고 들은 것, 얻고 잃은 것, 옳고 그른 것, 뚫고 뚫지 못한 것을 털어 버려야 한다. 그런 다음 분발심을 내어 금강의 날카로운 칼을 빼어 마치 한 가닥 실오라기를 베어 버리듯 모든 것을 베어 버린 뒤에는 다시는 이어지지 않게 하라. 그리하여 마음을 텅 비게 하여 터럭만한 것에도 구애됨이 없게 하라. 만약 갓난아이와 같이 차를 마셔도 차를 모르고, 밥을 먹어도 밥을 모르며, 가도 가는 것을 알지 못하며, 앉아도 앉는 것을 알지 못하며, 모든 생각과 분별을 떠나 마음이 깨끗해지면 마치 밝은 거울 속에 만상이 비치듯이 일시에 깨달음을 이룰 것이다.

깨달음을 이루게 되면 생사의 일이 밝혀질 뿐만 아니라 일체의 차별 인연을 꿰뚫어보아 불법이니 세간법이니 하는 것을 한꺼번에 쳐부수는 진짜 도인이 될 것이다. 만약 이러한 뜻이 미약하고 용맹스럽지 못하여 허송세월만 한다면 20년, 30년을 공부한다 해도 물속에 잠긴 돌멩이와 다를 바가 없다.

참선의 가장 요긴한 것은 간절한 생각이다. 순간순간 간절하기만 하면 곧 큰 의심이 일어날 것이니, 아침부터 밤까지 빈틈없이 해나가면 마침내 공부하는 마음이 한결 같아져서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고 쫓아내어도 나가지 않고 항상 밝고 뚜렷하게 눈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때가 바로 힘을 얻는 시기이니 이러한 때에 마음을 확고히 잡고 부디 다른 생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라. 나중에는 가도 가는 줄을 모르고 앉아도 앉는 줄을 모르며, 추운 것도 배고픈 것도 목마른 것도 모두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계가 나타나면 이때가 곧 집에 돌아온 소식이니, 이러한 경계를 놓치지 말고 잘 지켜 계속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기다려라.

이런 말을 듣고 오히려 한 생각이라도 내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거나 생각을 내어 마음에 깨치기를 기다리거나 또는 되는 대로 마음을 놓아 지내면 안 된다. 부디 굳게 마음을 지켜 마침내 깨치는 것을 법칙으로 삼아야 한다. 공부가 막 익을 무렵에는 팔만사천의 마군들이 네 앞에서 엿보다가 너의 생각에 맞춰 온갖 선악의 경계를 나타낼 것이다. 네가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눈앞에 나타나는 경계를 인정하거나 집착심을 내면 곧 마군의 올가미에 얽히게 되어 그의 지휘대로 살게 된다. 입으로는 마군의 말을 하고, 몸으로는 마군의 일을 하게 되어 반야의 씨앗이 이로부터 끊어지고 보리의 종자가 다시 싹트지 못하게 된다. 이런 경지에 이르거든 절대로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무심으로 지켜오고 지켜 가면 갑자기 의심이 ‘탁’ 터져서 천지가 놀라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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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 스님은?

고봉원묘(高峯原妙,1238 ~1295)는 원나라 때 고승으로 설암조흠의 제자다. 15세에 출가해 17세에 구족계를 받았다. 북간사 설암을 참방한 후 1261년 삼탑사에서 깨달아 설암의 법을 이었다. 뒤에 천목산(天目山) 서봉(西峰)에 상주하면서 선풍을 드날려 수백제자를 길렀으며 57세에 좌탈입망했다. 저서에 『선요』, 『고봉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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