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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가현각 『증도가』 ⑬

기자명 법보신문

코끼리 달리는데 사마귀가 어찌 막으랴

<사진설명>범주 스님의 달마도

부사의한 해탈의 힘, 이는 바로 나의 선지식이다. 네 가지 공양도 감히 수고롭다고 사양할까. 만량의 황금마저 녹일 수 있다. 분골쇄신해도 다 갚지 못하며 이 한마디야말로 확실히 백억 법문보다 뛰어나다.

해탈의 힘이야말로 ‘반야의 법문’을 가르쳐 준 나의 선지식이 된다고 하는 것. 이러한 선지식에게는 어떠한 공양도 아까워 할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며 더구나 일 만량의 황금을 사용해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임제록』에도 “이같이 견득(見得)하면 참된 출가이다. 나날이 만량의 황금을 받을 만하다”라고. 더구나 분골쇄신해도 못다 갚는다는 뜻. 이 한마디란 ‘본래자기’, ‘심성본청정인 자기’라는 반야법문을 뜻한다. 이 한마디는 불도의 제일이라는 것.

가르침가운데 왕이며 가장 높고 뛰어나다. 항사의 여래, 모두 함께 증명한다. 나는 지금 이 여의주를 얻었고 그것을 믿고 받드는 자는 모두 상응할 것이다.

가르침 가운데 최고의 가르침이라는 것은 육조가 설한 반야법문을 말한다. 즉 현각의 스승이다. 이 가르침은 수많은 부처님들이 모두 증명하시는 바라는 것. 즉 인가가 되는 법문이다. 이 반야법문인 여의주를 현각 스스로 얻었다는 것이며 반야법문을 신수봉행한 자는 이에 모두 상응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경도 마지막에 이르면 제불이 증명한다고 되어 있듯이 증도가도 마무리가 되면서 무수한 제불이 입을 모아 이것이 정법임을 증명하신다고 한다. 현각 자신도 지금 이 정법 즉 여의주를 얻었음을 천명하고 정법을 신수(信受)하는 자는 모두 상응(相應)할 것이라고 한다. 현각은 여의주를 ‘증도가’로서 드러냈다. 여의주는 구슬자체는 투명하지만 비쳐진 다른 물체에 따라 색이 영롱하게 반사되어 보인다. 현각 자신의 여의주는 증도가로서 모든 이에게 나툰다는 것.

확연히 보면 일물도 없고, 사람도 없고 부처도 없다. 대천세계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거품 같은 것. 모든 성현도 번갯불 같다. 설사 무쇠바퀴가 머리 위에서 돌려지더라도 선정과 지혜의 원명(圓明)함은 결코 잃는 일이 없다.

이 구절은 황벽의 어록에도 있다. 반야의 견처에서 모든 현상을 명료히 보면 일물(一物)도 없고 미(迷)한 인간도 깨달은 부처도 없다. 무일물을 좀 더 친밀히 비유해 놓는다. ‘모든 세계는 바다에 떠 있는 거품 같고 모든 성현은 번개와 같다’고. 보살수행의 단계가 있거나 성인, 현인 모두 공하여 ‘실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금강경에서 ‘모든 현상은 마치 환상과 이슬, 거품과 꿈’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가령 철륜(鐵輪)이 머리 위를 구르는 것처럼 지옥 같은 고통이 있다 해도 정혜의 밝음은 잃지 않는다는 것.

해가 차고 달이 뜨겁게 되는 일이 있어도 뭇 마구니들은 참된 말씀을 부술 수 없다. 코끼리 수레 끌고 기세 좋게 달리는데 사마귀가 그 길을 막을 수 있다고 누가 생각하는가.

‘해가 차고 달이 뜨거워지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해도 ‘반야설법’을 파괴할 수 없다는 것. 또한 힘센 코끼리가 수레를 끌고 길을 가는데 사마귀가 그것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마구니들이 막는다 해도 여래의 법륜은 그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코끼리는 토끼의 길에서 놀지 않고 큰 깨달음은 작은 것에 구애되지 않는다.
갈잎대롱으로 본 청공이 어떻다 하지 말라, 아직 결말이 나지 않는다면 내가 지금 당장 결단지어 주겠다.

거대한 코끼리가 토끼가 노는 길로 가지 않는 것처럼 큰 깨침은 분별견해로서 어떠한 것에도 구애됨이 없다는 것이다. 조당집 지책화상장에 “조계의 밀지(密旨)에 계합하여, 물외(物外)에 소요하여 작은 구절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반야공관을 자신의 좁은 소견으로 헤아려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것. 아직도 미심쩍다면 난 그대를 위해 언제라도 확실히 알도록 일깨워주겠다는 것이다. 현각의 보리심이 드러난 노래다.

혜원 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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