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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라스로 떠난 스님[br]'보리도의 길’ 찾아오다

기자명 법보신문

티베트 수행서 『깨달음에…』 완역한
달라이라마 제자 청 전 스님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를 찾는 한국인 불자라면 누구든지 한번은 꼭 만나야 하는 한국인 스님이 있다. 한국 스님이면서도 세계 최고의 현자이자,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달라이라마로부터 ‘텐진 최꺕’(護法)이란 법명을 수지한 청전 스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을 받들며 올해로 꼭 18년 째 수행하고 보시하며 보리도를 따르고 있는 ‘코리안 멍크’(korean monk) 텐진 최꺕은 다람살라에선 한국 불자들의 큰 형님으로 통한다. ‘다람살라의 큰 형님’ 텐진 최꺕이 큼지막한 선물 보따리를 들고 서울 땅을 다시 밟았다. 5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완간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들고서, 이 책의 원제목은 『람림체모』, 우리말로 풀어 쓰면 『보리도차제대론(菩提道次第大論』이다.

<사진설명>청전 스님에게서는 ‘보리도’를 찾아 헤맨 수행자 특유의 고집스러움과 깐깐함, 그리고 청청함이 그대로 풍겨져 나왔다.

12월 초 성북동 길상사 경내 방사에서 만난 청전 스님의 얼굴에는 고집스러움과 깐깐함, 청정함이 뒤섞여 풍겨 나왔다. 티베트 전통 음식인 짬빠(보릿가루) 한 덩어리로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다람살라의 추위를 허름한 숙소에서 꼿꼿이 이겨내며 티베트 경전과 수행법을 공부해 왔으니 그특유의 꼿꼿함 역시 다람살라에 머문 오랜 시간만큼이나 단단하게 온 몸에 배어 있는 듯 하다.

청전 스님이 인도 북부의 오지 중의 오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자리 잡고 있는 다람살라에 가부좌를 튼 것은 1987년, 구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후 송광사 선방에서 수행에만 진력하던 선기 성성하던 시기였다. 그러던 스님이 전생하고도 그 앞선 생에도 인연이 닿지 않았을 것 같은 다람살라로 온 까닭은 무얼까.

그것은 다름 아닌 “한국의 선방에서 간화선만이 유일한 수행법이라고 믿고 있는 자신이 어쩌면 망상에 사로잡혀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부처님께서도 당신 외에 다른 가르침으로도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설하셨습니다. 그렇게 이르셨건만, 어떻게 화두선 만이 유일한 수행법, 최상의 수행법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양극단에 이르지 않는다는 불교의 기본 원리인 중도를 부정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수행법으로 수행하고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입니다.”

동남아시아의 불교 국가들을 순례하며 그 나라의 수행을 공부하던 스님은 결국 천축국 인도 땅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달라이라마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었기에 스님은 다람살라로 향했다. 그리고 달라이라마를 친견해 미리 준비했던 질문 15가지 중 맨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달라이라마 스님, 그렇게 답변하고 계시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달라이라마는 빙그레 웃으시며 “제 자신은 공성 그 자체이지요. 다만 세속에서는 나를 제14대 달라이라마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라며 스님의 질문에 응했던 것이다. 스님은 달라이라마에게 완패를 당한 듯 멍했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을 계기로 달라이라마를 스승으로 받들고 공부할 것을 발원했다.
스님에게 있어서 달라이라마이기 때문에 ‘무조건’이라는 맹종이나 ‘그럴 것 같아서’라는 막연한 기대는 용인되지 않는다. 이번에 완역한 책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달라이라마가 티베트 스님과 불자들을 대상으로 법회를 열 때마다 교재로 활용하는 불서이다. 5년 전 망설임 끝에 이 책을 번역하고 싶다고 원을 세우자, 달라이라마는 선뜻 스님에게 ‘그렇게 해보라’며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넸다. 스님의 그 ‘지독한’ 열정과 자신에게 더욱 철저한 꼬장꼬장함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빽빽이 연필 글씨로 들어찬 티베트 람림 원서에는 스님이 번역을 하면서 수십 번 고쳤다 다시 쓰고 또 지운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지난 5년간 달라이라마의 사무실을 들락거리며 람림과 관련된 질문들을 꼼꼼히 점검 받는 동안 달라이라마는 늘 온화한 미소로 한국판 람림의 번역 과정을 챙겼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한국인들을 향해 “이 책이 부여하는 소중한 기회에 대해 기뻐하라”는 축하의 메시지도 전했다. 자비의 선지식 아래 공부하고 수행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청전 스님의 눈에는 뿌듯함과 존경심이 함께 묻어난다.
스님이 람림을 완역한 가장 큰 이유는 티베트 불교에 대한 애틋한 관심과 달라이라마를 향하는 존경심에 있을 듯 하다. 티베트 불교의 외양만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 불자들의 관심을 학문적 차원으로 끌어 올리고 싶은 노력이 결국 람림의 완역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불교의 청정함을 존경하는 스님은 그렇다고 해서 한국 불교를 부정하지 않는다. 한국 불교가 티베트 불교보다 월등하다고 긍정하지도 않는다.

스님은 수행법에는 국경이 없지만 자신에게는 분명이 국경이 있다고 강조한다. “I’m korean monk.” 스님이 티베탄들을 만나면 당당히 내놓는 짧은 영어 한 마디이다.

다람살라에 18년간 머무르면서도 스님은 송광사 율무로 만든 염주를 항상 목에 감고, 한국의 잿빛 승복을 입은 채 수행하고 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티베트 불교가 최고며, 한국 불교보다 수승하다는 것을 전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입니다. 한국 불교가 이사무애(理事無碍)를 깨우치는데 수승하다면 티베트 불교의 장점은 사사무애(事事無碍)를 통해 ‘보리심’을 더욱 증장시킬 수 있는 정진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항상 한국이 그립고 한국에 돌아올 날만을 꿈꾼다는 청전 스님, “앞으로 언제까지 다람살라에 머무를 것이냐”고 질문하자 ‘자신도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항상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부가 완성이 안된 데다 수행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이 남아있습니다. 달라이라마께서 공부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에야 돌아가라고 하면 그때 한국으로 돌아올 겁니다.”

한국인 텐진 최꺕이 다람살라로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이자 동시에 한국인 청전 스님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티베트 불교 핵심 담긴 수행서

『깨달음에 이르는 길』
이 책의 원저자 쫑까파는 티베트 4대 종파 중 하나인 겔룩파의 종조이다. 티베트의 4대 종파 겔룩, 까규, 닝마, 샤카파 모두 각기 람림 수행법을 갖고 있으나, 그 중에서 가장 쉽고 보편적으로 서술된 것이 바로 쫑까파의 람림체모로 알려져 있다.
쫑까파는 일생동안 20여권의 책을 서술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저서가 람림체모와 응악림체모이다.
티베트어로 람은 수행법 즉 길이라는 뜻이고, 림은 단계라는 뜻이므로 람림은 깨달음으로 가는 길의 단계를 의미한다. 즉 보리심을 일으켜서 수행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수행법을 단계별로 적은 책의 형식 또한 람림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쫑까파의 람림체모는 티베트에서 기록된 붓다의 사상과 수행에 대한 가장 유명한 저서이자, 세계적인 불서 중의 하나로 꼽힌다.
1935년 중국에서 『보리도차제론』이라는 제목의 중국어판이 발간되고, 2004년 영역 완역본이 발간된 이후 세 번째로 한국어판 완역본이 청전 스님에 의해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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