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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수행자 성주-소영-승연이

기자명 법보신문

우리는 절 수행자
21일간 매일 3000배
또 도전합니다

<사진설명>1월 4일부터 21일동안 매일 3000배를 하게 될 성주(왼쪽), 승연(가운데), 소영이. 이들은 초등학생임에도 수년 째 매일 수백배를 하고 삼천배도 거뜬히 해내는 베테랑 수행자들이다.

부산 영도초등학교 5학년 최소영(13) 양은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눈코뜰새 없이 바쁩니다. 오랜 여행을 떠나기 앞서 꼭 읽어야 할 책들이 있고 숙제도 조금은 해놔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소영이를 온종일 두근거리게 만드는 게 있습니다. 그건 긴 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감이 아니라 ‘내가 정말 21일간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랍니다.

몇년 째 매일 108~300배

지난 여름 소영이가 제주도 법성사로 처음 삼천배 21일 정진을 떠날 때만 해도 조금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108배를 해왔고 어른들을 따라 매달 한번씩 삼천배 철야정진에도 꼬박꼬박 참석했었던 까닭입니다. 그런데 첫날이 지나고 둘째 날 삼천배를 끝마쳤을 때는 눈앞이 노랬습니다. 이렇게 21일간을 해야 한다니…. 같이 절하는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나 동생들 앞에서 대놓고 힘들다고 할 수도 없었기에 몰래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울먹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쯤 지날 무렵 끝까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고 그때부터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소영이는 몸이 무척 약한 편입니다.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뇌에 생긴 물혹을 없애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로 인해 네 살이 되어서야 겨우 걸음걸이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뒤통수에 엄지손가락 두 배 쯤 되는 긴 흉터가 남아있는 소영이는 달리기를 하면 늘 꼴찌였고 더군다나 오래달리기는 두려움 자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학교 선생님 권유로 매일 절을 시작하면서 확 달라졌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시간에 오래달리기를 완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격이 밝아졌으며 공부도 더욱 잘하게 됐지요.

소영이는 요즘 두려운 마음이 들 때면 이번 ‘수행여행’을 끝마치면 한 뼘 쯤 커져있을 자신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특히 좋은 도반인 성주 언니와 승연이를 만나 함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홍성주(14, 내산초 6) 양은 이번 1월 4일부터 21일 동안 시작되는 삼천배 용맹정진 참가를 두고 약간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중학교에 간다고 영어학원을 비롯해 이 학원 저 학원 다니며 공부하는데 나는 하루 종일 절만 해서 될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마의 말씀을 듣고 금방 마음을 바꿔 먹었답니다. “성주야, 공부를 잘하려면 건강한 몸과 집중력이 있어야 한단다. 절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는 거란다. 네가 지금 하는 절이 나중에 아주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할 때 무엇보다 큰 힘이 될 거야.”

성주가 엄마의 말을 금방 받아들인 것은 절을 하면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성주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삼백배를 하고 있는 성주는 4학년 여름방학 때 일주일 동안 매일 삼천배 한 것을 시작으로 그 후 방학 때마다 21일 동안 삼천배를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절을 하고 돌아와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도 다른 친구들보다 학원성적이 훨씬 좋다는 점입니다.

몸-마음 건강에는 절이 최고

<사진설명>절 한 번 한 번에 정성을 가득 담아 절을 하는 성주, 소영이, 그리고 승연이.

그러나 성주가 절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부보다도 가족의 화목에 있습니다. 매일 천배씩 하는 엄마야 그렇다지만 한 때 약주를 많이 하시던 아빠도 술을 완전히 끊고 엄마처럼 매일 천배씩 하는 굉장한 절 수행자가 됐으니까요. 그리고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면 모두 백련암에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함께 절을 하는 것도 성주의 큰 즐거움이랍니다.

동평초등학교 4학년 이승연(12) 양은 나이는 많지 않지만 절에 있어서는 누구 못지않은 ‘선수’입니다. 불심 돈독한 엄마를 좇아 다섯 살 때부터 절에 다닌 승연이가 처음 삼천배를 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인 여덟 살 때. 매월 삼천배를 하는 엄마를 따라 절에 가 스님들과 놀기도 하고 또 맛있는 것을 많이 먹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나도 어른들처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승연이는 한 배 한 배 열심히 절을 했습니다. 힘들어 그만둘까 하다가도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과 칭찬을 들을 때면 절로 힘이 솟았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많이 졸렸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큰소리로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며 절을 했답니다.

“지심귀명례 보광불, 지심귀명례 보명불, 지심귀명례 보정불, 지심귀명례 다마라발전단향불, 지심귀명례 전단광불…”

그 뒤 승연이는 매일 108배를 시작했고 2학년 여름방학 때는 삼천배 14일에도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3학년 여름방학 때는 삼천배 21일을 멋지게 끝마쳤고, 그 때부터 매일 하는 절의 횟수도 108배에서 300배로 높였답니다. 지난 여름 3000배를 21일 동안 할 적에 다른 때보다 훨씬 쉬웠던 것도 어쩌면 평소 더 열심히 절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승연이는 엄마를 좇아가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빠는 자신보다 적은 108배를 하시지만, 승연이가 태어날 무렵부터 매일 절을 했다는 엄마는 얼마 전 다시 절 횟수를 크게 늘려 매일 삼천배를 하기 때문이랍니다.

끈기-집중력 뛰어난 우등생들

승연이는 절을 하는 게 참 좋습니다. 매일 하는 삼백배도 어렵고 삼천배는 더욱 힘들지만 절을 할수록 부처님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이렇게 열심히 하는 절로 인해 지난 9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극락왕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평생 절을 열심히 할 거라는 승연이는 부처님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게 꿈이랍니다.

부산=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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