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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철오선사의 어록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한티끌 속에 시방세계 담겼어라

우리들이 생사의 중요한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있을 때 오직 두 가지 힘에 좌우됩니다. 하나는 마음의 실마리가 여러 갈래로 복잡하게 엉클어진 가우데 무거운 쪽으로 치우쳐 떨어지게 되니 이것이 곧 심력(心力)입니다. 다른 하나는 마치 사람이 남한테 빚을 많이 진 것과 같으니, 이것이 바로 업력(業力)입니다.

업력이 가장 크지만, 심력은 더욱 큽니다. 업장은 본디 자기성품이 없어 온전히 마음에 의지하지만 마음은 업을 지을 수도 있거니와 업을 뒤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심력은 오직 묵직하고 업력은 오직 강하여 중생을 끌어갈 수 있습니다. 만약 묵직한 마음으로 정토수행을 닦는다면 청정한 업이 강해질 것이며 마음이 묵직하고 청정한 업이 강하니 오직 서방정토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사바세계의 목숨이 다할 때는 다른 곳에 생겨나지 않고 틀림없이 서방정토에 왕생하게 됩니다. 비유하건대 큰 나무와 큰 담장이 평소 서쪽을 향해 기울어지고 있었다면 나중에 무너질 때는 결코 서쪽 이외에 다른 쪽을 향할 수 없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묵직한 마음이겠습니까? 우리들이 정토 수행을 닦아 익힘에 믿음은 깊은 게 귀중하고 발원은 간절한 게 소중합니다. 마음이 깊고 발원이 간절한 까닭에 그 어떠한 이단 사설도 우리를 흔들거나 미혹시킬 수 없으며 그 어떠한 경계인연도 우리를 꾀어내거나 유혹할 수 없습니다.

비록 부처님이나 조사께서 몸을 나투실지라도 오히려 그 믿음을 바꾸어서는 아니되거늘 하물며 마왕이나 외도 또는 허망한 사설(邪說)이 어찌 그 믿음을 뒤흔들거나 미혹시킬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믿을 수 있다면 그 믿음은 정말 깊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설령 빨갛게 달군 쇠바퀴가 정수리 위에서 빙글빙글 돈다고 할지라도, 이 따위 고통 때문에 극락왕생의 발원을 놓아버리거나 움츠리지 않아야 합니다. 또 가령 전륜성왕의 훌륭하고 미묘한 오욕의 쾌락이 눈앞에 나타난다고 할지라도, 그까짓 즐거움 때문에 극락왕생의 발원을 놓아 버리거나 움츠려도 안됩니다.

이처럼 지극한 순행의 쾌락과 역행의 고통에도 오히려 발원을 바꾸지 아니하거늘, 하물며 세간의 사소한 순행(쾌락)과 역행(고통)의 인연 경계 따위가 우리의 발원을 어떻게 뒤바꾸거나 돌려놓을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발원할 수 있다면, 그 발원은 정말 간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믿음이 깊고 발원이 간절한 걸 일컬어 묵직한 마음[重心]이라 하고, 그렇게 정토수행을 닦으면 청정한 업이 반드시 강해집니다. 극락정토의 업(공부)이 그렇게 원숙해지면, 사바세계의 오염된 연분이 곧 다하게 됩니다. 정말 그렇게 사바세계의 오염된 연분이 이미 다한다면, 임종 때 비록 윤회의 경계가 또다시 눈앞에 나타난다고 할지라도, 결코 윤회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철오선사는?

철오(徹悟, ?~)선사는 중국 하북성 풍윤현 사람으로 22세 때 큰 병을 앓고 나서 출가했다. 이후 참선수행에 진력해 임제의 36세 법손으로 인가받았다. 그 뒤 만수사에서 후학들에게 선을 지도하는 동시에 영명연수선사의 사상에 큰 영향을 받아 평생 동안 매일 나무아미타불 명호를 10만번 씩 염송했던 정토수행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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