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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하나만을 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에 쌓인 일 양이 실제보다 많기 일쑤
한가지 일 집중하면 일도 수행될 수 있어


근래에 들어 이래저래 바쁜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도 번거로워짐을 느끼고 그럴 때일수록 그 바쁜 가운데에서 바쁜 일상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일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우리들 마음도 바빠지고 늘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분주한 생각에 마음의 평화가 쉽게 깨어지곤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본다. 이렇게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지만 그 일들이 정말 그렇게 우리들 분주한 마음처럼이나 많은 것일까. 사실은 일이 많다고 해서 내 마음까지 일이 많을 필요는 없다. 오직 이 한 순간은 다만 한 가지 일을 하면 된다. 그런데도 일이 많아지다 보면 괜히 우리 마음까지 바빠지고 분주해져 실제 일의 양보다 마음에 쌓인 일의 양이 더 많아진다. 그러면 정신이 없어지고, 일 때문에 내 마음이 휘둘리게 마련이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순간에는 그냥 한순간일 뿐이지 ‘바쁜 순간’인 것은 아니다. 찰나로 지나쳐 가는 한순간에 어찌 바쁜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순간은 늘 한가하다. 그 순간에 그 일만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 그래서 선禪에서는 ‘한 가지를 할 때 바로 그 하나만을 하는 것’이 수행자의 살림살이라고 말한다.
요즘 사람들이야 얼마나 정신이 없고 할 일이 많은가. 정보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TV 봐야지, 신문 읽어야지, 책도 봐야지, 인터넷 써핑도 해야지 할 일들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다. 그러더라도 지금 내게 주어진 바로 이 순간에는 오직 한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공연히 마음이 바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하지만 그랬을 때 오히려 일의 능률도 감소되고 정신도 분열되기 시작한다. 오히려 한 번에 한 가지만을 할 때 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일을 마음에 담아 두고 한 가지 일을 하는 것보다, 나머지 일들은 그냥 턱 놓아버리고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바로 그 한 가지 일만 행하는 것이 그 일과 하나 되어 일의 능률은 배가된다. 그랬을 때 일도 수행(修行)이 된다. 행하는 모든 일이 그대로 현재에 집중하는 삼매(三昧)의 순간이 되는 것이다.

그저 순간을 살면 되지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를 다 살 필요는 없다. 하기야 요즘 사람들이 어디 하루 일만 짊어지고 사는가. 한 달, 일 년, 아니 몇 십 년 후, 노후까지 고민해 가면서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무겁게 만들고 있는가. 전 생애에 자연스럽게 펼쳐지게 될 우리의 새롭고 평화로운 순간순간들을 왜 애써 무거운 짐으로 만들어 이 순간에 다 껴안으려 하는가. 그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고 한 발 한 발 걷는다면 얼마나 힘에 겨운가. 그러다 보면 화도 나고 일이 안 풀릴 때 짜증도 많아지게 될 뿐이다. 나머지 짐은 다 내려놓고 바로 지금 할 일만 딱 잡고 가면 몸도 마음도 가볍고 경쾌하다.

아무리 청소할 양이 많더라도 걱정하지 말라.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휴지를 줍고 비로 쓸면 될 뿐 지금 이 순간에 이 모든 양의 청소를 다 해치울 필 요는 없다. 마음에 일이 많으면 청소하는 내내 ‘이 많은 양을 언제 다 치우나’ 하는 무거운 생각 때문에 일도 망치고 마음도 무겁다. 하나를 할 때는 바로 그 하나만을 하면 된다. 한 번에 두 가지를 함께 하지 말라.



법상 스님 buda1109@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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