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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금파 경호 스님(1868∼1915)

기자명 법보신문

구한말 대표적 대강백

1915년 1월 16일 입적
교학에 뛰어난 학승
31세에 강사로 활동
수행자 계율 강조도


금파 경호 스님은 구한말 한국불교계에서 대강백으로 추앙 받던 인물이다. 스님은 철저한 지계(持戒)를 바탕으로 수행자로서 모범을 보였을 뿐 아니라 벽송사, 대원사, 화엄사, 백양사, 동학사 등 전국의 여러 사찰들을 돌며 수백 명의 후학들에게 불교 교학을 전파했기 때문이다.

1868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난 스님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외가에서 성장했다. 마을에서 ‘기동(奇童)’이라 불릴 정도로 그 영특함을 인정받았던 스님은 한번 배운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았으며, 매사를 평범하게 보고 넘기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스님은 한학(漢學)에 심취해 10대에 대부분의 한서(漢書)를 모두 익혔으며, 동시에 의학에도 관심을 가져 병든 사람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 진찰해 처방을 내려주기도 했다. 이 때 스님에게서 처방을 받았던 사람의 대부분이 곧 병이 낳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다고 해 스님에 대한 칭송이 마을 곳곳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던 스님이 나이 21세 되던 해 어느 날, 꿈속에서 용이 김제 들판에 서리고 큰 뱀이 허공으로 오르는 꿈을 꾸고는 홀연 불가에 귀의해야겠다는 발원을 세우게 된다. 이후 스님은 전북 임실 상이암(上耳庵)을 찾아 삭발 염의하고 경봉(景峰) 스님을 계사로 침성 스님은 법사로 불연을 맺었다. 이 곳에서 불교에 기본 습의를 익힌 스님은 이후 경학(經學)을 강조하던 벽송사, 대원사, 화엄사, 백양사, 동학사 등을 돌며 불교 교리를 익혔다. 어려서부터 익힌 한문 실력 탓인지 스님은 경전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다.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스님은 대부분의 경전을 읽었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곤 했다. 이처럼 스님의 불교에 대한 탁월한 이해는 곧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전국의 많은 강원에서 스님을 강사로 모시길 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님은 아직 불가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직 공부도 덜 됐다는 이유로 이런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스님은 또 출가자로서 지계(持戒)를 목숨보다 중요시 여겼던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스님이 활동하던 구한말, 불교의 세가 점차 위축되고, 선지식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불교 본연의 모습이 점차 퇴색되고 점차 타락의 길을 걷게 됐다. 이에 스님은 한국불교의 전통을 올곧게 세우기 위해서는 계율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이를 스스로 실천했으며, 후학들에게도 이 점을 유독 강조했다.

이후 불교 경전연구에 매진하던 스님은 나이 31세 되던 해 영원사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강석(講席)을 펼쳤다. 스님이 드디어 강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강의를 듣기 위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스님은 이들을 일일이 맞아 그들을 지도했다. 특히 스님은 비록 초학이나 후학이라 하더라도 경전 한 구절에서 이치를 얻은 자가 있으면 자기보다 낫다고 인정해 존대했을 뿐 아니라 교만하게 굴거나 아랫사람을 부리지도 않았다.
스님은 율시에도 뛰어나 선비들이 스님을 시의 종장으로 여길 정도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약관의 나이에 출가해 강백으로서 명성을 떨치던 경호 스님은 1915년 1월 16일 세수 48세, 법랍 27세로 입적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이 기사는 동국역경원 박상준 선생님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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