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3 경허선사 참선곡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불빛 탐한 나비는 제 죽을줄 모른다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몽중이로다/ 천만고 영웅호걸 북망산 무덤이요/ 부귀문장 쓸데없다 황천객을 면할소냐/ 오호라 나의몸이 풀끝에 이슬이요/ 바람속에 등불이라 삼계대사 부처님이/ 정령히 이르사대 마음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 영단하고 불생불멸 저국토에/ 상낙아정 무위도를 사람마다 다할줄로/ 팔만장교 유전이라 사람되어 못닦으면/ 다시공부 어려우니 나도어서 닦아보세/ 닦는길을 말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추려 적어보세./

앉고서고 보고듣고 착의긱반 대인접화 일체처 일체시에/ 소소영영 지각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둥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 본공하고/ 천진면목 나의부처 보고듣고 앉고눕고/ 잠도자고 일도하고 눈한번 깜짝할세/ 천리만리 다녀오고 허다한 신통묘용/ 분명한 나의마음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하고 의심하되 고양이가 쥐잡듯이/ 주린사람 밥찾듯이 목마른때 물찾듯이/ 육칠십 늙은과부 외자식을 잃은후에/ 자식생각 간절하듯 생각생각 잊지말고/ 깊이궁구 하여가되 일념만년 되게하야/ 폐침망찬 할지경에 대오하기 가깝도다./

헛튼소리 우시개로 이날저날 헛보내고/ 늙는줄을 망각하니 무슨공부 하여볼까/ 죽을제 고통중에 후회한들 무엇하리/ 사지백절 오려내고 머릿골을 쪼개낸듯/ 오장육부 타는중에 앞길이 캄캄하니/ 한심참혹 내노릇이 이럴줄을 누가알꼬/ 저지옥과 저축생의 나의신세 참혹하다/ 백천만겁 차타하여 다시인신 망연하다./

참선잘한 저도인은 서서죽고 앉아죽고/ 앓도않고 선세하며 오래살고 곧죽기를/ 마음대로 자재하며 항하사수 신통묘용/ 임의쾌락 소요하니 아무쪼록 이세상에/ 눈코를 쥐어뜯고 부지런히 하여보세/ 오늘내일 가는것이 죽을날에 당도하니/ 포주간에 가는소가 자욱자욱 사지로세/ 예전사람 참선할제 잠오는것 성화하여/ 송곳으로 찔렀거늘 나는어이 방일하며/ 예전사람 참선할제 하루해가 가게되면/ 다리뻗고 울었거늘 나는어이 방일한고

무명업식 독한술에 혼혼불각 지내다니/ 오호라 슬프도다 타일러도 아니듣고/ 꾸짖어도 조심않고 심상히 지내가니/ 혼미한 이마음을 어이하야 인도할꼬/ 쓸데없는 탐심진심 공연히 일으키고/ 쓸데없는 허다분별 날마다 분요하니. 우습도다 나의지혜 누구를 한탄할꼬/ 지각없는 저나비가 불빛을 탐하여서/ 제죽을줄 모르도다 내마음을 못닦으면/ 여간계행 소분복덕 도무지 허사로세/ 오호라 한심하다 이글을 자세보아/ 하루도 열두때며 밤으로도 조금자고/ 부지런히 공부하소 이노래를 깊이믿어/ 책상위에 피여놓고 시시때때 경책하소/ 할말을 다하려면 해묵서이 부진이라/ 이만적고 그치오니 부디부디 깊이아소/ 다시할말 있아오니 돌장승이 아기나면/ 그때다시 말할테요.



경허 스님은?

경허(1849∼1912) 스님은 9세 때 과천 청계사로 출가해 한학과 기초 불교경론을 배웠다. 이후 계룡산 동학사의 만화스님에게서 불교경론을 배우면서 제자백가를 섭렵했다. 1879년 옛 스승을 찾아가던 중 폭우를 만났으나 마침 돌림병의 유행으로 인가에 유숙할 수 없어 빗속에서 나무 아래 앉아 밤을 새다가 생사의 이치를 깨닫고 동학사로 돌아와 학인을 돌려보내고 조실방에 들어가 3개월 동안 면벽하여 크게 깨달았다. 부석사, 범어사 등에서 활동하며 많은 사람을 깨달음으로 이끌다 1912년 4월 갑산에서 입적했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