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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수월 스님의 법문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 몸 받았을 때 성불하라

도를 닦는다는 것이 무엇인고 허니, 마음을 모으는 거여. 별거 아녀. 이리 모으나 저리 모으나 무얼 혀서든지 마음만 모으면 되는 겨. 하늘천 따지를 하든지. 하나둘을 세든지, 주문을 외든지 워쩌튼 마음만 모으면 그만인겨. 나는 순전히 ‘천수대비주’로 달통한 사람이여. 꼭 ‘천수대비주’가 아니더라도 ‘옴 마니반메훔’을 혀서라도 마음 모으기를, 워찌깨나 아무리 생각을 안 하려고 혀도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맨큼 되는 겨.

옛 세상에는 참선을 혀서 깨친 도인네가 많았는디, 요즘에는 참 드물어. 까닭이 무엇이여? 내가 그 까닭이 무엇이여? 내가 그 까닭을 말한 것인게 잘 들어봐.

옛날 스님들은 스스로 도를 통하지 못했으면 누가 와서 화두참선법을 물어도 “나는 모른다”며 끝까지 가르쳐주들 않았어. 꼭 도를 통한 스님만이 가르쳐주었는디, 이 도통한 스님께서 이렇게 생각하신단 말여. ‘저 사람이 지난 생에 참선하던 습관이 있어서 이 생에도 저렇게 참선을 하려고 하는구나. 그러면 저 사람이 전생에 공부하던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도를 통했으니께 환히 다 아실 거 아니여. 혀서 ‘옳다. 이 화두였구나’하고 바로 찾아주시거든. 그러니 그 화두를 받은 사람은 지난 생부터 지가 공부하던 화두니께 잘 안하고 배길 수가 있남. 옛날 사람들은 화두 공부가 잘 되지 않더라도, 화두를 바꾸지 않고 “나는 열심이 모자라니께 열심히만 정진하면 꼭 성취할 것이다.”는 한생각으로 마음을 몰아 붙여 오로지 한길로만 애쓰다가 도를 통하기도 혔어.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그게 아니여.

무엇이든지 한 가지만 가지고 끝까지 공부혀야 하는디, 이것이 꼭 밥 먹기와 매 한 가지여. 똑같은 반찬이라도 어떤 사람은 배불리 맛있게 먹지만 어떤 사람은 먹기 싫고, 또 어거지로 먹으면 배탈이 나는 뱁이거든. 공부도 마찬가지여. 염불을 열심히 혀야 할 사람이 딴 공부를 하니 잘 안 되는 겨.

“한 집안에 천자 네 명 나는 것보다 도를 깨친 참 스님 한 명 나는 게 낫다.”
예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지. 만일 중이 되어 도를 통할 것 같으면 그 공덕으로 모든 조상영령들과 시방삼세의 중생들이 다 이고득락(離苦得樂)할 것이니 이 얼마나 좋으냐 말여.

이 세상이라는 게 중이 되면, 머리가 있고 없고 글이 있고 없고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여. 차라리 그런 것들은 없는 게 훨씬 나아. 참으로 사람 되기가 어렵고, 천상천하에 그 광명이 넘치는 불법 만나기가 어려운데 말이지, 사람 몸 받아가지고도 참 나를 알지 못하고 참 나를 깨치지 못하면 이보다 더 큰 죄가 워디 있을 겨.

부처님께서도 “나도 너를 못 건져준다. 니가 니 몸 건져야 한다” 하셨어. 그러니 참 그야말로 마음 닦아가지고 니가 니 몸을 건지지 못하고 그냥 죽어봐라, 이렇게 사람 몸 받고도 공부를 이루지 못하고 그냥 죽어봐라, 다 쓸데없다. 어느 날에 다시 이 몸을 기약할 것인가.



수월 스님은?

수월(水月, 1855~1928) 스님은 혜월, 만공 스님과 더불어 경허 스님의 3대 제자 중 한 분으로 머슴 생활을 하다 서른이 가까워서야 충남 서산 천장암에서 출가했다. 그 후 금강산과 묘향산 등 현재의 북한 지역의 사찰에서 수행하다 간도에 초막 같은 송림산 화엄사를 창건해 그 지역으로 흘러든 조선의 유민들과 독립군들까지 거두었다. 1928년 여름 안거를 마친 스님은 화엄사 옆 개울에서 짚신을 머리에 얹고 단정하게 열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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