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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일엽 스님(1896∼1971)

기자명 법보신문

신학문 섭렵한 비구니 선객

1971년 1월 28일 입적
신여성운동 전개
백성욱 박사 인연 발심
비구니총림원 설립 주도


비구니 일엽 스님은 신학문을 섭렵한 문인이자 선각자로, 출가 후에는 만공 선사의 맥을 이은 선승으로 칭송 받았던 인물이다.

1896년 평남 용강군 삼화면 덕동리에서 5남매 중 맏딸로 태어난 스님은 부친이 목사인 까닭에 어려서부터 기독교계에서 설립한 구세학교와 삼숭보통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신학문을 접하며 부족함 없이 생활했다.

그러나 1907년 갑작스런 어린 동생의 죽음은 이후 스님의 파란만장한 삶을 예고했다. 12세의 어린 나이에 동생의 죽음을 접한 스님은 그 통탄의 심정을 글로 옮겼고, 이것이 한국문학상 신시의 효시로 불리는 ‘동생의 죽음’이었다. 동생의 죽음으로 비애감에 젖어 있던 것도 잠깐, 14세 되던 해 스님의 어머니마저 세상을 등졌고, 남은 동생들도 차례로 단명(短命)하는 불운을 겪었다. 어린 나이에 가족들의 잇단 죽음이라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스님은 이후 서울로 상경, 이화학당에 입학하며 학업을 이어나갔다.

이후 동경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스님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여성 잡지를 통해 신여성운동론을 전개했다. 특히 화가 나혜석과 더불어 ‘자유연애론’과 ‘신정조론’을 외치며 개화기 신여성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던 스님이 불가(佛家)에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백성욱 박사와의 만남 이후부터다. 독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당시 중앙불교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백성욱 박사와의 만남은 스님에게 삶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특히 백성욱 박사가 들려준 불교에 대한 설명은 스님으로 하여금 ‘대자유인이 되는 길은 곧 깨달음에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후 불교잡지에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동시에 수행에도 매진했다. 그러나 이런 수행이 계속됐어도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아쉬움은 그대로였다. 그러던 스님은 덕숭산 수덕사에 주석하던 만공 스님의 법문을 듣고 비로소 크게 발심해 출가의 길에 들어섰다.

1928년 스님의 나이 33세 되던 해, 금강산 서봉암에서 성혜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이후 선학원에서 만공 선사 문하로 득도, 수계했다.

불문에 입문한 스님은 수행에 있어서도 남달랐다. 오후불식, 장좌불와는 물론 목숨을 건 스님의 구도행은 그 어떤 수행자도 쉽게 따를 수 없었다. 그러기를 몇 년 스님은 마침내 ‘고인(古人)의 속임수에 헤매고 고뇌한 이 예로부터 그 얼마인가. 큰 웃음 한소리에 설리(雪裏)에 도화(桃花)가 만발하여 산과 들이 붉었네.’라는 오도송을 부를 수 있었다. 비로소 팔만 사천 번뇌를 모두 털어 버리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일엽 스님은 이후부터 중생제도와 비구니 스님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에 앞장섰다. 특히 스님은 『어느 수도인의 회상』, 『청춘을 불사르고』 등 수많은 책을 발간함으로써 세간에 불교에 대한 환희심을 일으키게 했으며 당시 이렇다할 비구니 수행처 하나 변변치 않았던 한국불교에 비구니총림원을 설립하는 등 후학 비구니들을 위한 일에도 앞장섰다.
일엽 스님은 1971년 1월 28일 세수 76세, 법랍 43세로 입적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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