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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효봉 스님 상당법어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집착함 없기를 배우라

사람마다 그 발밑에 하늘 뚫을 한 가닥 활로가 있는데, 여기 모인 대중은 과연 그 길을 밟고 있는가? 아직 밟지 못했다면 눈이 있으면서도 장님과 같아 가는 곳마다 걸릴 것이다. 보고 들음에 걸리고 소리와 빛깔에 걸리며 일과 이치에 걸리고 현묘한 뜻에도 걸릴 것이다. 그러나 한 번 그 길을 밟으면 이른바 칠통팔달이요 백천 가지를 모두 깨달아 밝히지 못할 것이 없고 통하지 못할 이치가 없을 것이다.

만일 그 길을 밟고자 하거든 이익이 있거나 없거나 시장(市場)을 떠나지 말라. 이제부터 대중을 위해 용심할 곳을 지시하리라.

보리달마 존자는 인도로부터 중국에 오셔서 오직 한 마음을 말씀하시고 한 법만을 전하셨다. 부처로써 부처를 전하신지라 다른 부처를 말하지 않으셨고, 법으로써 법을 전하신지라 다른 법을 말하지 않으셨다. 그 법이란 말로 할 수 없는 법이요, 그 부처란 취할 수 없는 부처이니 그것이 곧 본원 청정한 마음이다.

그러므로 오늘 밤에 내 설법을 듣는 대중으로서 만일 이 마음을 밝히고자 한다면 다른 여러 가지 불법을 배우려고 할 것이 아니라, 다만 구하거나 집착함이 없기를 배워야 할 것이다. 구함이 없으면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집착함이 없으면 마음이 멸하지 않을 것이니, 생멸이 없는 그것이 바로 부처이니라.

부처님이 사십 오 년 동안 말씀하신 팔만사천법문은 팔만사천 번뇌를 상대한 것이니, 번뇌를 떠나면 그것이 곧 법이요, 떠날 줄 아는 그 놈이 곧 부처다. 모든 번뇌를 떠나면 한 법도 얻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도를 배우는 사람이 만일 묘한 비결을 알고자 한다면 오로지 그 마음에 한 물건도 구하거나 집착이 없어야 한다.

범부는 경계를 취하고 도인은 마음을 취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 옳지 않다. 마음과 경계를 모두 잊어버려야 그것이 곧 참 법이다. 경계를 잊기란 쉽지만 마음을 잊기는 지극히 어렵다. 그런데 요즘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흔히 마음은 버리지 않고 먼저 공에 떨어질까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모색할 것이 없는 곳에서 공이 본래 공도 아닌 그것이 일진법계임을 모르고 있다.

그것은 삼세제불과 일체중생이 다 같이 지닌 대열반의 성품이다. 성품이 곧 마음이요 마음이 곧 부처이며 부처가 곧 법이니, 한 생각이라도 진실을 떠나면 그것은 모두 망상이다. 마음으로 마음을 구할 것이 아니요, 부처로 부처를 구할 것이 아니며, 법으로 법을 구할 것이 아니다. 그러니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단박에 무심(無心)하면 말없는 가운데 도에 계합할 것이다.

계율과 선정과 지혜의 삼학으로써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요문을 삼는다.
옛 사람은 ‘비구가 비구법을 닦지 않으면 삼천대천 세계에 침 뱉을 곳이 없느니라’고 하였다. 그러나 오늘 이 산승은 비구니들을 위해 다시 한 말 하리라. 비구니가 비구니법을 닦지 않으면 지금부터 오백 년 뒤에는 이 땅에 부처님 그림자도 없어지리라.



효봉 스님은?

1923년 우리나라 최초의 판사로 한 피고인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후 회의에 빠져 금강산 신계사 보운암에서 출가했다.
이후 밤낮으로 수행을 거듭하였는데, 한번 앉으면 절구통처럼 움직이지 않아 ‘절구통 수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법기암 뒤에 토굴을 짓고 들어가 수행하였으며 1936년에는 한암, 만공선사로부터 도를 인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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