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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한암 스님의 「금강저」 기고법문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간명직절하게 참선하라

내가 먼저 실행한 뒤에 말을 하면 사람이 반드시 믿고, 내가 먼저 실행하지 아니하고 말을 하면 사람이 반드시 믿지 않나니, 믿지 않는 말을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범부의 말이요, 실답고 믿을 만한 말을 하는 것은 성현의 말입니다. 성현의 말을 듣고 실행하면 범부가 즉시 성현이요, 성현의 행을 행하여 성현의 언교(言敎)를 내리면 언교가 역시 성현이니, 그러므로 우리 범부는 성현의 언교를 힘써 배우고 본받아 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성현의 언교가 방책(方冊)에 실려 있어 명백하게 지시하사 사람마다 보고, 듣고, 읽고, 외우지마는 실행하는 이가 드문 것은 어째서인가. 허물을 말하려면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 가장 큰 허물은 너무 널리 배우고 많이 듣는 것에 급급하여 마음과 뜻이 착란하여 요지를 체득하는데 등한시하는 까닭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학문에 뜻을 둔 이는 최초로 나아갈 곳에 먼저 자기로 삼아 실지로 학습 수행하면, 비록 박식한 큰 선비의 명예를 얻지 못하더라도 자기 본분의 실업(實業)상에는 참으로 이익이 있을 것이요, 또 이익이 있는 동시에 진보하여 물러나지 않으면 자연히 널리 듣고 지혜가 많아져서 성현의 지위에 이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옛 어른들의 순수한 가르침 가운데 곧바른 지름길의 법어를 한 구절 적어서 「금강저」를 애독하는 첨전에 드리려 합니다.

예전에 회당선사가 초당사에게 고하여 이르되
“네가 세간에 고양이가 쥐 잡는 것을 보았느냐. 두 눈으로 똑바로 보고, 꼼짝도 하지 않고, 네 발을 웅크리고, 움직이지 아니하며, 육근이 보는 대로 모아서 향하고, 머리와 꼬리가 일직선으로 된 후에는 달성하지 못함이 없어서 반드시 쥐를 잡나니, 공부하는 사람도 또한 이와 같아서, 진실로 마음에 다른 반연이 없고 뜻에도 망상이 끊어져 육창(육근)이 고요하여 단정히 앉아 묵묵히 참구하면 만에 하나라도 잃어버림이 없다.”

하시니, 이는 선에 대한 비유로 법합(法合)하고 가장 분명하게 제시하신 법문으로서 세간과 출세간의 이사(理事)에 전일한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성취할 도리가 없으며 또한 성취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필경에 자기 자신까지 어느 지경에 이를지 모르게 될 것입니다.

비유하지면 고양이가 마음과 눈이 움직이면 쥐만 잡지 못할 뿐 아니라 고양이 자신까지 달아나고 맙니다.

그러한즉 우리들이 불문조역(佛門祖域)에 투신하여 도덕이나 사업이나 무엇이든지 도모하여 얻고자 한다면 전일한 직심으로 시작하고, 끝맺지 아니하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법어가 가장 긴요한 줄로 생각하여 이와 같이 잘 기록하지 못한 것을 써서 드리오니 이 말을 누가 알지 못하랴. 알고도 짐짓 등한시하면 별로 이익이 없고 행여 돌아보아 자세히 살펴 일생에 스승을 삼아 각기 책임을 맡은 대로 한결같이 마음을 써서 정진 수행하면 이보다 더 요긴하고 묘한 법이 없을까 합니다.


한암 스님은?

한암(漢巖重遠, 1876~1951) 스님은 1897년 금강산 장안사에서 행름 스님에게 출가하고 경허 스님의 법을 이었다. 1925년 서울 봉은사의 조실로 있다가,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삼춘(三春)에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이듬해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로 들어가 입적할 때까지 산문출입을 한일 없이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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