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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운주사는 누가 언제 창건했을까

기자명 법보신문
도선-혜명-몽고 외압설 등 논란
11세기 혜명 창건설 설득력 강해


신라말 고승 도선 국사가 하룻밤 사이에 천불천탑을 세웠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화순 운주사. 이 절은 특이한 돌부처와 석탑이 모두 한 절 안에 봉안돼 있고 천불천탑에 대한 독특한 신앙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우리나라 미술사와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사찰은 비록 현재 70구의 불상과 석탑 18기만이 남아 있지만, 조선 초기까지는 1000여구의 불상과 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절은 언제 누구에 의해 지어졌다는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 그 동안 학계에서 논란이 계속돼 왔다.

학계에서 운주사에 대한 학술연구가 본격적으로 발표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당시 전남 문화재 전문위원이었던 성춘경 씨는 1983년 「금호문화」(7~8호)에 기고한 「전남의 문화재에 관한 고찰」이라는 글을 통해 “운주사는 신라 말 도선 국사에 의해 창건됐다”고 주장했다. 성 씨는 『도선국사 실록』에 나타난 ‘풍수지리상 행주형(行舟形)인 우리 국토가 바다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룻밤 사이에 조성했다’는 운주사 창건 설화에 주목하면서 “운주사는 신라말 유행하던 풍수사상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이는 당시 ‘국토를 인체와 같은 유기체적인 구조로 보고 국토에 병이 생기면 절을 짓거나 불상, 탑 등을 세워 이를 치유해야 한다’는 비보사탑설(裨補寺塔說)을 주장했던 도선 국사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학계의 정설로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전남대 박물관이 1984년~1989년까지 실시한 4차례의 지표·발굴조사 결과 “운주사는 10세기 말 혹은 11세기 초반에 건립된 사찰”이라고 밝히면서 9세기 활동했던 도선 국사에 의해 창건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전남대박물관은 「화순 운주사 발굴조사보고서」에서 “4차례의 발굴조사 결과 운주사 발굴터에서 10세기 후반으로 추정되는 해무리굽 청자편을 비롯해 11세기로 비정되는 다량의 토기편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이 사찰의 창건은 10세기 후반 또는 11세초로 추정할 수 있으며, 그 후 4차례의 중창기를거친 뒤 폐사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단국대 정영호 박사도 석탑과 석불의 양식적 특징을 분석하면서 “운주사의 조성 시기는 고려”라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은 지방적인 특색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전대(前代)에 볼 수 없는 각양각색의 새로운 특수한 양식이 나타난다”며 “운주사에 세워져 있는 원구형 석탑, 원형석탑 등은 신라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양식의 것으로 이는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대 박물관의 발굴조사 결과로 학계에서는 운주사의 창건 시기가 11세기 초라는 점은 대체로 공감했지만 사찰 창건을 주도한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궁으로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해 1991년 전남대 김동수 교수는 「운주사의 역사적 고찰」이라는 논문을 통해 “운주사 창건을 주도한 인물은 고려시대 승려인 혜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논문에서 “조선 현종대 반계 유형원(柳馨遠)이 편찬한 『동국여지지』에 의하면 운주사는 고려 승려 혜명이 수천 명의 무리를 동원해 조성했다는 기록이 나온다”며 “따라서 운주사는 신라 도선이 창건한 것이 아니라 고려 승려인 혜명에 의해 조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국여지지에 나오는 기록도 운주사의 창건에 대한 언급이라기보다는 천불천탑의 조성에 관한 언급이기 때문에 운주사 창건을 혜명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는 반박이 잇따르면서 창건 주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못했다.

이후 2000년대 들면서 학계에서는 운주사가 몽골의 고려 간섭기 때 원나라 군부가 고려 백성들과 물자를 강제동원해 세운 수난의 불사라는 외압설과 대몽 항쟁의 염원을 담아 세워진 호국기도 도량설 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계속됐다.
아직까지 운주사 창건에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11세기 초 혜명에 의해 창건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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