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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백제의 불교 수용 시기는 언제일까

기자명 법보신문
日 학자 ‘일본서기’ 분석 … “5~6세기에 수용”
韓 학자 “편협한 사료연구 결과 … 침류왕 원년”


백제가 불교를 처음 수용한 시기는 언제일까. 『삼국사기』에 의하면 “백제 침류왕 원년 9월에 고승 마라난타가 진(晋)으로부터 오므로 왕이 궁내에 영치(迎致)하고 예경하니 불법이 이로부터 시작됐으며, 이듬해 불사(佛寺)를 한산에 세우고 승(僧) 10인을 출가케 했다”고 기록돼 있어 백제의 최초 불교 수용 시기는 침류왕 원년(384)으로 알려져 왔다. 이후 『해동고승전』과 『삼국유사』에서도 이 같은 기록이 언급돼 있어 백제의 불교 수용시기가 침류왕 원년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1950년대 일본학계를 중심으로 “백제 불교 수용시기를 침류왕 원년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백제 불교 수용시기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일본인 학자 스에마쓰 카즈요시(末松保和)는 1954년 「신라불교전래전설고(新羅佛敎傳來傳說考)」에서 “『삼국사기』에 의하면 백제가 불교를 수용한 것은 고구려보다 12년 늦은 384년이고, 『일본서기』에 의하면 일본이 백제로부터 불교를 수용한 시기가 침명천황 12년(552)으로 기록돼 있다”며 “이는 백제가 불교를 일본에 전해준 시점이 불교수용 후 170여년을 지난 뒤였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당시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고 문화교류가 활발했던 두 나라의 관계를 미뤄보면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스에마쓰 씨는 “『일본서기』에 의하면 백제승 관륵은 상표문에서 ‘불법은 서국으로부터 한(漢)에 이르러 300년을 지나 이를 백제국에 전했는데 그리고 겨우 100년이다. 그런데 우리 임금이 일본 천황이 어질고 덕이 뛰어나다고 듣고 불상 및 경전을 전했는데, 아직 100년이 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며 “이를 추정해 보면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것이 224년이며 백제의 불교수용은 그로부터 300년이 지난 524년 전후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백제가 불교식 왕명을 선택한 것이 523년 즉위한 성왕에서 시작된다”며 “따라서 백제의 불교수용은 5세기 중반 내지 6세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무라 엔죠(田村圓澄) 씨도 「백제불교전래고」(1977)를 통해 스에마쓰 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삼국사기』에 백제 침류왕 2년(385)이후 541년에 이르기까지 불교관련 기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고고학적인 측면에서 4세기 사원의 존재를 뒷받침할 증거가 발굴되지 않고, 고고학적 증거가 무녕왕릉에서 처음 확인된다는 점 등은 백제 불교 수용시기가 5세기 후반 동성왕, 혹은 6세기 초의 무녕왕 시대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림대 이기백 교수는 「백제 불교 수용연대의 검토」(진단학보, 1991)를 통해 두 일본인 학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교수는 “신라의 불교 수용이 백제보다 140여년 뒤져 있는 것에 비춰보면 백제와 일본의 교섭관계만을 가지고, 백제에 수용된 불교가 곧 일본에도 전래·수용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외래사상의 수용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편에서 사회적, 문화적 발전이 그럴만한 단계에 도달할 때만 비로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인 학자들이 『삼국사기』의 기록은 무시한 채 연대계산이 정확지 않은 『일본서기』에만 의존해 백제의 불교수용을 5~6세기로 보고 있다”며 “실제『일본서기』에서 중국의 불교 수용을 224년으로 보고 있는데,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후한 명제의 영평 10년(67)이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불교식 왕명이 성왕 때 처음 나타난다고 이 시기를 불교 공인시점으로 본다면 고구려도 소수림왕 때에 불교를 수용했다고 볼 수 없게 된다”며 “결국 일본인 학자들의 주장은 『삼국사기』의 기록을 부정하고 『일본서기』의 관점에서만 이해하려고 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이는 역사 인식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백제의 불교수용 시기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 백제불교를 전공한 조경철 씨 등 소장학자들의 연구 논문이 속속 발표되면서 ‘백제불교수용 시기는 침류왕 원년’이라는 견해가 정설로 굳혀지고 있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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