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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는 찬밥 신세

기자명 법보신문
나라별 전공자 모집에도 한국은 ‘열외’
미국 내 한국학 관련 교수 있는 곳 적어


작년 중국에 있으면서 2006년 미국 대학 종교학과 내의 불교학 전공 교수 채용 광고를 알아보니 대략 20군데 정도가 있었다. 돌아오는 해 가을 학기부터 가르칠 교수를 1년 전부터 북미 종교학 학회와 아시아 학회 웹사이트를 통해서 광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20군데 대학들이 모두 같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각 대학마다 원하는 점이 조금씩 다르다. 먼저 많은 대학이 종교별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최근 들어 나라나 지역별로 전공자를 뽑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중국 종교 전공자 아니면 일본 종교 전공자와 같은 식으로 나뉘어져 한사람이 불교 말고도 그 나라의 도교나 유교, 신도 (神道) 와 같은 다른 종교까지 다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특별히 불교 전공자만을 뽑더라도 남방 불교 전공자를 원하는 곳과 대승 불교 전공자를 원하는 것으로 나뉘고 같은 대승 불교 전공자라 할지라도 중국 불교 전공자를 원하는 대학과 일본이나 티베트 불교 전공자를 원하는 곳으로 또 나뉜다.

여기서 슬픈 사실이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도 한국 종교나 한국 불교 전공자를 뽑는 대학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아주 간혹 가다 중국이나 일본 불교 전공자들 가운데 한국 불교도 같이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광고가 나기도 하지만 한국 불교만 해서는 미국에서 대학 강단에 서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 불교 전공자를 원하는 대학이 나오려면 먼저 그 대학안에 한국학이 설립되어야 되는데 미국내에 한국 역사, 문학, 미술사를 가르치는 교수진과 도서관을 겸비한 곳은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일본학을 하는 외국인 학자와 대학들을 위해 매년 쏟아 붓는 각종 장학금과 연구 자금 보조는 우리 정부의 노력과 그 수치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날마다 커져만 가는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파워를 생각해 보면 미국 대학들이 갈수록 중국학 교수진을 더 많이 뽑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한국 불교 학자들이 미국 학계에 설 공간이 그 만큼 좁아진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안에서 보면 한국 불교는 아시아 유일하게 정통 선 불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라 자부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조금만 나오기만 하면 우리가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와 전통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외국인들이 아주 적다는 것이다.

예전에 일본에서 비누 사업을 해서 성공한 분이 미국에 일본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서 고민하던 중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 일본 불교학 교수 자리가 없어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돈을 기부해서 일본 불교학 석좌 자리가 생기게 되었다. 많은 한국의 불자들은 눈으로 보이는 건물이나 불상 만드는 것에 보시를 해야 불사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것은 너무 짧은 생각이다. 콜롬비아 대학에서 일본 불교 가르치던 그 교수님이 작년부터 하버드로 옮겨 가르치게 되었으니 일본 불교학의 세력은 선견지명 있는 일본 불자의 덕택으로 북미에서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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