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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영국 선더랜드대 피터하비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윤리학 개척한 남방불교 수행자

탄탄한 불교문헌 이해로 새로운 윤리관 제시
불교적 시각서 안락사-낙태-동성애 등 비판


빨리어 문헌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중심으로 하는 문헌학적인 불교학연구는 오늘날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도대체 테라바다(Theravada) 교단의 오래된 빨리 문헌들에 대한 연구가 오늘날 스리랑카를 중심으로 하는 동남아시아 불교와 이들이 직면해 있는 현실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그러한 비판의 핵심이다. 물론 문헌학적인 불교연구가 빨리경전협회(Pali Text Society)를 중심으로 변함없이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지만, 몇몇 변화의 조짐들이 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피터하비(Peter Harvey)는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이제까지의 빨리 문헌들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윤리학에 접목시켜 불교윤리학(Buddhist Ethics)이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불교윤리학이란 용어가 비록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수많은 불교관련 웹사이트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 중의 하나가 ‘Journal of Buddhist Ethics(불교윤리학회)’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하나의 학문으로 불교학이 지향해야할 바는 산스크리트어 빨리어 및 한문 문헌에 대한 엄밀하고 정확한 해석이지만, 오늘날 많은 불교인들이 현실적으로 원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고전의 연구가 현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복잡한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해답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아마도 인터넷이란 열린 공간에서 현대인의 이러한 지적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었던 것이 이 사이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영국을 중심으로 이렇게 불교윤리학분야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학자로서 피터하비, 데미안 키온(Demian Keown), 그리고 이안 헤리스(Ian Harris)가 있다.

피터하비는 스스로를 테라바다 불교도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는 멘체스터대학 재학시절에 사마타(Samatha) 명상그룹과 인연을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와 접하게 된다. 사마타 명상은 1962년 태국인 승려 나이 분만(Nai Boonman)에 의해 영국에 소개되었으며, 1970년대 초반부터 멘체스터대학 불교학생회의 활발한 활동에 의해 영국의 지식인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피터하비는 1976년부터 이 사마타 명상그룹의 명상지도사로서 활동하면서 랭카스터 대학에서 니니안 스마트를 지도교수로 비교종교학적 방법에 입각한 불교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불교신자이면서 불교적 실천수행까지를 갖춘 몇 안 되는 불교학자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피터하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랭카스터 대학 출신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 랭카스터 대학은 니니안 스마트(Ninian Smart)를 중심으로 비교종교학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영국에서의 불교에 대한 연구는 옥스퍼드 켐브리치를 중심으로 하는 문헌학적인 조류와 랭카스터를 중심으로 하는 비교종교학적 조류가 오랜 기간 대립해 오고 있었다. 전자가 주로 고전 문헌의 엄밀한 해석에 매달린다면, 후자는 이를 다양한 종교현상에 적용하고 비교하여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후자의 경우 종종 엄밀한 문헌학적 분석이 결여된 사상누각이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피터하비 만큼은 아주 예외적으로 탄탄한 문헌학적 능력과 이를 다양한 종교현상에 꼼꼼하게 적용하는 능력을 모두를 갖추고 있다.

피터하비의 이러한 포괄적인 능력은 2000년 켐브리치대학 출판부에서 발행된 『불교윤리학입문』(An Introduction to Buddhist Ethics)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불교학자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독자들에게 불교학 및 윤리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는 것을 전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책은 일반적인 불교율장에 대한 연구들이 단순히 불교에서 어떤 부분들을 권장되고 있고 어떤 부분들을 금지되고 있다는 식의 소개에 그치거나, 교단 내부의 지엽적인 문제에 치중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그는 빨리 경전과 율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복잡한 현실에게 첨예한 선택의 문제들에 있어서 불교문헌들에 나타나는 다양한 실례들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를 다양한 윤리학적 불교학적 분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자살과 안락사, 낙태와 피임, 여성문제, 윤회와 행위, 동성애, 전쟁과 평화, 시장과 경재, 비윤리적 충동의 기원 등 현대사회의 첨예한 윤리적 문제들을 불교적 윤리적 시각을 통해 다양하게 분석하고 비판하고 있다.

빨리 학자로서 피터하비의 모습은 1995년에 발간된 『자아를 결여한 마음: 초기불교에서 개인과 의식과 열반』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기보다는 불교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학술서이다. 그는 이 책에서 테라바다 불교 문헌들을 중심으로 초기불교에서 교리적으로 쟁점이 되는 무아와 열반의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의식의 문제를 중심으로 인도사상의 입장과 불교적 입장을 대비하면서 테라바다 교단 및 현대 불교학자들에 의해서 제기되었던 여러 가지 의문들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피터하비는 앞으로 자신의 연구방향을 불교윤리학 쪽으로 맞추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불교생명윤리와 관련하여 첨예한 문제들이 사회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다루어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조계종 등 불교종단차원의 입장정리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단시간에 어떤 종교적 대립이라는 구도 하에서 감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가지고 관련된 문헌들과 다양한 실례들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국제적인 수준에 부합되는 선에서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서양의 윤리학적 쟁점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초기불교의 문헌들에 나타나는 내용들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통해 나름대로 불교 윤리적 입장을 제시하는 피터하비의 연구는 많은 우리들에서 현실적인 시사점들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피터하비는 영국 북동부 선더랜드 대학의 불교학 교수로 있으면서, 테라바다 불교 및 불교윤리학 분야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다른 학자들과 달리 그는 인터넷(http://www.sunderland.ac.uk/buddhist)을 통한 원격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한국에서도 직접 그의 원격 지도를 받으면서, 불교의 기본 교리적 부분에서부터 복잡한 윤리적 문제까지의 토의를 통해 선더랜드 대학으로부터 불교학석사를 받을 수 있다. 최근 그의 관심은 점차적으로 낙태, 장기이식, 인간복제 등 아주 첨예한 현대윤리학적 문제들로 옮겨가고 있다. 응용불교라는 이름으로 최근 한국에서도 그 학문적인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불교학의 새로운 분야에서 피터하비의 계속적인 활약을 기대해 본다.
황순일(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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