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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한국불교의 독창성은 무엇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최남선 등 “원효서 비롯된 통불교” 주장
심재룡 등 “통불교, 보편적 특성에 불과” 반박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 지 1700여년.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 동안 한국불교의 특징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것이 ‘통불교’였다.

이는 1930년대 일본인 학자들이 식민사관에 의해 ‘한국불교를 중국불교의 연장이나 한 분파로 해석하고 그 독자성을 부정한 것’에 대해 민족사관으로 맞선 육당 최남선이 처음 사용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최남선은 1930년 태평양불교학자대회에서 「조선불교-동방문화사상에 있는 그 지위」를 통해 “조선 불교가 가지는 진정한 자랑과 독특한 지위는 불교의 진생명을 투철히 발양, 불교의 구제적 기능을 충족히 발휘해 이론과 실행이 원만히 융화시킨 것”이라며 “이는 인도 및 서역의 불교가 서론적이고, 중국의 것이 각론적 불교인 것에 비해 조선은 결론적 불교를 건립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완성시킨 이가 바로 원효”라고 주장했다.

즉 인도불교가 서론적 불교이고 중국불교가 각론적 불교라면, 한국불교는 결론적 불교로서 이론과 실천을 고루 갖추고 종파를 초월한 통불교로 이를 완성시킨 자가 원효라는 점이다.

이 같은 최남선의 주장은 이후 한국불교 연구자들에 의해 수없이 반복되면서, 최근까지도 한국불교에 대한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심재룡, 길희성 교수를 비롯해 로버트 버스웰, 존 요르겐슨 교수 등이 “불교사상 자체가 회통성을 갖는 것으로 통불교를 내세워 이를 한국불교의 독창적 특징으로 보는 것은 지극히 민족주의적인 시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학계에서 한국불교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진행됐다.

서울대 심재룡 교수는 「한국불교는 회통불교인가」(불교평론 3호,2000년)에서 “한국불교의 독창적 특징이 통불교라는 것은 민족주의적 발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후대학자들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에서 비롯됐다”며 “불교사상 자체가 회통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독 한국불교만 회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은 지나친 민족주의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심 교수에 따르면 회통성이라는 개념은 어떤 면에서 인간성의 보편적 특성에 근거한 문화 자체의 특성으로 불교의 경우도 원효, 혹은 한국불교가 회통적이라기 보다는 불교문화 자체가 회통적이라는 것이다.

심 교수는 “유독 불교가 다른 사상 혹은 종교문화에 비해 더 관용적이거나 회통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으로 불교가 다른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관대했고 또 포용적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길희성 교수도 「한국불교정체성 탐구」(한국종교연구 2집, 2000년)에서 “장구한 역사와 다양한 얼굴을 가진 한국불교의 역사적 실체에 대해 고유한 특성을 논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으며 또 논한다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심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이봉춘 교수는 「회통불교론은 허구의 맹종인가」(불교평론 5호, 2000년)에서 “인도, 중국 또는 일본까지도 다 같이 불교라는 보편적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구현해가는 논리적 방법 또는 실천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그 구체적인 예로 원효의 독창적인 사상과 진속무애의 실천적 삶에서, 지눌의 탁월한 선교 통합 이론과 적극적인 선불교 진흥운동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비록 화쟁 정신이나 회통사상이 중국불교를 비롯한 모든 불교의 보편 정신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한국불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달리 매우 크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불교의 회통정신은 역사적 사실 외에도 이념으로서의 지향성이 강하며, 그것에는 불교 자체의 보편성을 그대로 구현하고자 하는 실천적 의지가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지역의 불교와 차별성을 갖는 점이라고 이 교수는 반박했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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