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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중국 북경대 임계유 명예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비판적 경학 연구…중국불교 철학사 정립

진보사관 입장에서 중국철학사 새롭게 기술
역사유물주의 계보완성…경전도 비판 받아야


임계유는 중국에서 중국철학과 종교학의 전문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저서로는 『한당불교사상론집』, 『중국불학논문집』(공저), 『중국철학사론』이 있고, 주편을 한 것으로는 『중국철학발전사』, 『중국불교사』, 『중국도교사』, 『종교사전』, 『중화대장경』 등이 있다.

임계유는 기존의 중국철학의 연구가 성현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연구인‘경학(經學)’이라는 족쇄에 묶여 진정한 의미의 철학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정한 철학이란 성현의 경전을 보는 눈, 즉 그것을 회의하고 논의하고 비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중국철학발전사’라는 주제로 두 권의 책을 주편했다. 이는 호적(胡適), 풍우란(馮友蘭) 등의 뒤를 이어 이른바 역사유물주의(歷史唯物主義) 계보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날에도 『중국철학발전사』라는 그의 책은 중국철학사에 관한 대표적인 책들 중의 하나로 간주된다.

임계유는 자신이 주편한 『중국철학발전사』에서 나름의 철학관(哲學觀)을 보여준다. 그는 비교적 과학적인 학문의 태도를 지니고서 중국철학의 논리적 발전과정이라는 의미에서 중국철학의 발전사를 기획했다. 그는 중국철학사가 중화민족의 인식사(認識史)라고 생각한다. 즉 중국철학사는 철학과 종교와의 투쟁 속에서 발전한 것이며 인간의 추상적 이론사유가 저급에서 고급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는 당시에 중국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았다.

중국 철학계 상징적 존재

인간인식의 발전사라는 맥락에서 임계유는 철학사를 유물주의와 유심주의(唯心主義) 사이의 투쟁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우선, 그는 철학과 종교의 관계에서 철학이 종교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본다. 종교는 자연의 재앙, 병마 등과 같은 현실세계 속에서 신앙과 경외감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에 철학은 실천을 통해 나온 이성적 사유인 것이다. 철학사적으로 볼 때, 내용상 항상 유물주의와 유심주의가 존재해왔고 서로 대립과 충돌해왔으며, 그 속에서 유물주의가 주류를 이루어왔다. 그는 특히 유심주의와 종교와의 관계문제를 언급한다. 유심주의를 정교한 종교로, 종교는 거친 유심주의로 본다. 따라서 그는 철학이 종교의 영역을 축소시킨 반면에, 종교는 오히려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형식을 끊임없이 변모해왔다고 생각한다.

임계유가 주편한 『중국철학발전사』의 제2권인 위진남북조편 중에서 “위진남북조의 불교경학” 부분을 직접 저술했다. 이 주제가 보여주고 있듯이, 그는 불교의 경학이 토착화되는 과정을 중시하고 그것을 논술하면서 자신의 불교세계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 시대를 세 시기로 나눈다. 하나는 현학의 시기, 둘째는 현학과 반야학의 시기, 셋째는 불교경학의 시기. 이 시대의 구분 속에서 그는 철학사상의 진보사관(進步史觀)의 맥락에서 한대의 우주생성론으로부터 현학의 본체론으로, 다시 현학의 본체론(本體論)으로부터 불학의 심성론(心性論)으로의 발전과정을 중시하고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그는 위진남북조의 불교가 중국의 철학적 문제를 고양시켰다고 보고, 이것을 본체론으로부터 심성론으로 심화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의 불교가 외래적인 유식학(唯識學)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에서 불교가 중국의 전통문화와 아직은 진정으로 융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교와 전통문화의 진정한 융합은 수당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보았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임계유가 제기한 ‘불교경학’의 성립에 관한 시각이다. 중국철학사가 중국민족의 인식사라는 토대 위에, 그는 당시의 종교철학의 중심문제는 불교경학의 핵심인 ‘불성(佛性)’의 문제에 있었다고 본다. 그 논점은 현학의 본체론이 심성론으로 심화 발전된다는 데에 있다. 이른바 본체론의 중요 개념들, 즉 본(本)과 말(末), 유(有)와 무(無), 체(體)와 용(用)의 관계는 한대의 우주생성론을 넘어서 만사만물의 본원을 탐구한 것이다. 반면에 ‘불교경학’에서는 ‘불성’이라는 불교적 용어를 사용하여 인간의 심리, 생리 및 인성의 본질적 근원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러한 논점은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주요현안이 되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관심사가 되었다. 성불(成佛)의 가능성, 인성(人性)의 선(善)과 악(惡)의 문제, 인성이 선하다면 악은 어디에 있는가? 불국(佛國)의 정토(淨土)의 존재여부, 불국의 정토가 심성(心性) 안에 있는가? 아니면 밖에 있는가? 등. 그는 ‘불성’과 관련된 문제가 당시의 사회역사와 종교신학(神學)과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위진남북조 시대의 성격과 특징을 파악하는 관건은 바로 ‘불교경학’의 성립에 있으며, 그 중에서 심성론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중국철학의 본체론이 논리적으로 발전하는 역사적인 필연적인 귀결로 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종교철학의 중심문제와 관련하여, 임계유는 위진남북조 시대에는 대승반야학(大乘般若學)이 노장(老莊)적인 현학(玄學)과 합류하면서 유행을 했지만, 더 나아가 현학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 일례로서, 그는 승조(僧肇)의 『조론(肇論)』을 거론한다. 승조는 체와 용의 관계와 같은 현학적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미 불교사상을 새로운 지평위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현학의 사상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반야학은 현학의 영향을 벗어나 불교의 고유의 범주를 확립함으로써 당시의 육가칠종(六家七宗)의 이론적 분란을 매듭지었다.

정치적으로도 크게 성공

따라서 승조는 불교의 신앙의 문제와 인식론의 문제를 결합하여 일종의 이론적 사유방식을 확고히 마련함으로써 종교의 신앙적 필연성을 논증했던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임계유는 위진남북조 시대는 한대(漢代)의 불경을 번역했던 단계를 벗어나 유교의 경학과 어깨를 나란히 한, 불교의 경학이 성립되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기였다고 단언한다.

이상과 같이 임계유는 진보사관의 입장에서 중국철학사를 기술하고 오늘날 중국철학계의 살아있는 상징적인 존재로 있다. 오늘날 보건대, 그는 정치적으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불교에 관한 그의 관심은 그가 『중국철학발전사』에서 “위진남북조의 불교경학” 부분을 직접 서술한 것뿐만 아니라 그 밖의 그의 저작들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김연재(동국대 연구교수)


임계유 교수는

임계유 교수는 1916년 산동성 평원에서 태어났다. 38년 북경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1941년에는 서남연대(西南聯大)의 북경대학연구원의 문과연구소를 수료하고 북경대학의 철학과 교수로 임용되었다.

1964년에 중국과학원의 건립위원을 거쳐 중국과학원에 있는 철학사회과학부의 세계종교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중국사회과학원의 철학연구소에서 학술위원회의 위원, 북경대학의 철학과 교수, 국무원의 학위위원회의 제1차와 제2차 철학학과의 학위평의위원회의 소집위원 등을 지냈다. 그 후로 또한 그는 중국무신론학회 회장, 중국서장(西藏)불교연구회 회장, 중국종교학회 고문, 중국철학사학회의 회장 등을 역임했다.

1985년에는 북경도서관 관장과 종교연구소 명예소장을 겸임했다. 그리고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제4, 5, 6, 7차 대표를 지냈다. 현재 그는 국가도서관 관장, 중국철학사학회 이사장, 국제역학연합회 수석고문으로 있다.


e-mail 인터뷰

“권위에 눌리지 말고”
“비판 통한 자기철학을”


△『중국철학발전사』를 다시 손질하신다면 어느 부분을 제일 먼저 다루시겠습니까?
물론 제가 가장 중시하는 위진 남북조편입니다. 위진 남북조는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 시대에는 유교, 불교, 도교가 교섭하여 중국 고유의 문화의 꽃봉오리를 맺으려는 단계이지요. 특히 제가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고 싶은 곳은 ‘동진남북조시기 현학의 사회적 영향’ 부분입니다. 이 시기에는 그 당시의 문화와 사상이 결집되어 일종의 정화(精華)를 이루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때입니다. 제가 『중국철학발전사』를 주편할 당시에도 상당히 고심했던 부분이거든요. 이 시기에는 현학의 문제점이 바로 불교의 필연성이라는 사회적 요청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다루어야 할 것이 이 부분인 것입니다.

△선생님의 불교관을 한마디로 말씀하신다면?
저는 철학이 바로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교도 역시 과학적 사고를 갖고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불교는 기본적으로 신앙이고 종교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사상과 문화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불교는 중차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불교에 관한 연구는 한편으로는 종교적 성격을 밝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철학적 내용을 발굴하는 데에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저의 불교관은 철학적 진보사관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문제는 결코 진보사관을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후학들의 위해 조언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저는 후학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학문의 연구에 임해주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사는 방식 즉 철학이 부재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 후학들은 진정으로 학문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전에 저는 중국철학사를 서술하는 데에 과학적인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과학적인 태도란 다름 아닌 진정한 삶입니다.
불교의 경우에도, 학자들은 자신의 진실한 삶을 영위하면서, 이 속에서 경전에 관한 진지한 토의와 논의 그리고 비판을 거쳐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한층 더 고양시켜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참다운 삶을 실현하는 방법이지요. 이러한 데에서 심오한 이론적 사유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역사유물주의(歷史唯物主義)적 관점의 소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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