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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④

기자명 법보신문

끝없는 보살행 펼쳐지는 일승보살의 세계

<사진설명>선재동자(해인사 화엄변상도 중)

“보살은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행을 닦으며, 어떻게 보살행에 나아가며, 어떻게 보살행을 행하며, 어떻게 보살행을 깨끗이 하며, 어떻게 보살행에 들어가며, 어떻게 보살행을 성취하며, 어떻게 보살행을 따라가며, 어떻게 보살행을 생각하며, 어떻게 보살행을 더 넓히며, 어떻게 보현의 행을 빨리 원만케 합니까?”「입법계품」

대승불교의 이상적인 수행자상은 보살(菩薩)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의 과거생 수행자였던 본생(本生) 보살처럼 바라밀행을 닦아서 성불하겠다는 원을 가진 원생(願生) 보살이 대승보살이다. 화엄경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지만 다른 대승경전과는 좀 차이가 있다. 그것은 화엄경이 일승(一乘) 경전이기 때문이다. 일승이란 일불승(一佛乘)이니, 모든 수행이 성불로 가는 길임을 의미한다. 또 화엄경은 인과동시(因果同時)의 끝없는 보살도를 교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보살의 성격이 똑같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수행자가 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보여주는 화엄행자의 모습 또한 매우 다양하게 나온다. 범부중생이 성불의 원을 세워 자기와 다른 이를 함께 이롭게 하는[自利利他] 범부보살도 있고, 사리불 등 성문제자들이 대승으로 마음을 돌린[回心] 보살도 있다. 또 비로자나부처님이 과거세에 성불할 수 있는 인행(因行)을 닦으셨던 본생보살의 모습도 보이니, 수행자에게 보살의 길을 제시해 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부처님의 공덕세계를 펼쳐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화현한 보살도 한량 없이 많다. 그중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화엄경의 양대 보살로 일컬어진다. 그 보살들은 부처님의 광명설법을, 언설을 통해 다시 한 번 설해주는 설주(說主)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보살에게 보살도를 가르쳐주는 선지식이 되기도 한다. 선지식을 찾아 보살도를 묻고 해탈법문을 듣는 구법자도 보인다. 그 대표적인 수행자가 바로 널리 회자되고 있는 선재(善財) 보살, 선재동자이다.

선재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처음과 끝으로 하는 53선지식을 찾아 보살도를 묻고 해탈문을 성취하는 구법의 여정을 펼치고 있다. 선재는 그가 살고 있던 복성에서도 가장 복이 많은 동자였으니 태어나기 전부터 곳간마다 보배가 가득 쌓이기 시작해서 선재라는 이름이 지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의 공덕세계에 대한 법문을 듣고는 자신은 부처님과 너무나 다름을 느꼈다. 자신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등 삼독(三毒)에 깊이 물들어있고, 또 교만함으로 인해 윤회하는 삼계의 성벽을 뛰어넘지 못함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리하여 선재는 이를 참회하고 부처님처럼 되고자하는 원을 일으켜 발심한 보살이 되었다. 선재는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처럼 되려면, 지혜를 얻기 위해 선지식을 찾아가 법문을 들어야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선재는 문수보살이 일러준 덕운 비구 선지식을 만나러 보살의 길을 떠나게 되었으며, 이후 다양한 계층의 선지식을 만나게 되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에게서 보살행의 서원[普賢行願]을 받아 지닌다. 부처님의 공덕세계가 한량없어서 불세계를 장엄하는 보살행이 다함이 없는데 그 모든 보살행을 보현보살행이 다 포섭하며, 보현행원이 모든 보살의 서원을 다 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해탈하여 법계에 들어가는 선재동자의 구법여정이 끝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그 자리가 곧 무한히 이어질 보현원행의 새로운 시작이다. 시작과 끝이 둘이 아니고 원인과 결과가 둘이 아닌 무한한 보살행이 펼쳐지는 것이 화엄보살도의 특징인 것이다.

선재의 구법은 선지식을 찾아다니는 길인지라 마치 밖으로만 내달리는 듯이 보이지만, 실은 안과 밖이 둘이 아닌 진리 세계를 두루 노니는 것이다. 선재는 보현보살처럼 그 원이 다할 기약이 없어서, 여기 지금 언제나 수행의 길목에 서 있는 화엄 수행자로서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김 선재, 박 선재, 이 선재, 전 선재 등으로 새록새록 거듭 나서 한량없는 수행방편을 열어 보이게 될 것이다. 선재는 보현보살로부터 다음과 같이 행원을 이어받아 회향하고 있다.

나의 이 보현 수승한 행/
가없는 훌륭한 복을 다 회향하여/
널리 원하오니, 고통에 빠진 모든 중생들이 /
한량없는 광명의 부처님세계에 속히 도달하여지이다.
我此普賢殊勝行 無邊勝福皆廻向 普願沈溺諸衆生 速往無量光佛刹 「보현행원품」

해주 스님(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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