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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큰 호흡 할때마다[br]세상은 2%씩 더 맑아집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토요명상수업 진행하는
주례여중 김 혜 경 교장

<사진설명>우연한 기회에 접한 좌선 체험 후 김혜경 교장은 “내 머리 속에 이렇게 많은 생각이 들어있음”을 알고 삶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명상을 배운 아이들은 한결같이 ‘선생님, 마음이 편해졌어요’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한 다음 불교나 명상과는 담을 쌓은 채 살다가도, 언젠가는 그때 그 편안한 기억을 떠올릴 것이고, 그때 다시 부처님을 찾아올 것입니다. ”

주례여중 김혜경 교장을 만나러간 부산에는 이미 봄의 물결이 도시 한복판에 들어서 있었다. 교정에 들어서자 목젖까지 보이도록 웃는 소녀들 마냥 목련은 함박웃음을 짓고, 개나리며 벚꽃이 첫 꽃망울을 팡팡 터뜨리고 있다.

주례여중 교장실에는 목련만큼이나 곱고 환한 미소의 김혜경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례여중 김혜경 교장 선생님을 찾게 된 것은 바로 그가 토요휴업일 명상수업을 통해 부산 교육계에 선(禪)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이라는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에서 학생들이 학교수업을 쉬는 토요휴업일에 맞추어 각종 청소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곡선원에서 실시하는 토요 명상수업은 부산시는 물론 전국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프로그램이다. 우곡선원 교육지도자회장을 맡고 있는 주례여중 김혜경 교장은 우곡선원의 실상관법을 응용해 작년 3월부터 부산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명상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천직이라고 믿고 지내온 36년, 그에게는 교직의 세월만큼 깊어지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들의 성장에너지만큼 순간적으로 강하게 터져나오는 분노를 푸는 방법을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좌선 체험 후 180도 ‘인생역전’

수년전까지만 해도 김혜경 교장은 불자가 아니었다. 법정 스님의 수필이나 성철 스님 법어집이 그의 손에 항상 들려 있었지만 김 교장은 적어도 절이나 선방에 다니는 적극적인 신자는 아니었다고 회고한다. 그런데 3년전 우연히 우곡선원에서 실시하는 교직원 직무연수에 참가하면서 김 교장의 삶은 180도로 바뀌게 되었다.

처음에는 좌선을 하고 앉아있는 20분동안 수십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어지럽혔다. “내 머리속에 이렇게 많은 생각이 들어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도 놀라웠다.

좌선을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어느덧 머릿속의 생각이 몇가지로 정리되었고, 나중에는 한 가지로 모아졌다. 그 과정에서 분노도 의심도, 원망의 마음도 비커 속에 물이 주르륵 흘러 내리듯 아래로 내려감을 지켜볼 수 있었다.

김혜경 교장의 마음속에서 맴돌고 있던 문제의 해답이 드디어 열리는 순간이었다. 선기공이라는게 도대체 뭘까 하는 호기심으로 잡았던 선원 문꼬리가 수십년간 풀지못한 화두를 터뜨리는 ‘일대사 인연’으로 다가왔다고 김 교장은 설명한다.

고요함 속에서 지혜가 나오는 것을 가르치는 방법은 명상 외에는 없다는 깨달음이 그가 선원에서 만난 해답이었다.

“학교폭력 근절 포스터 수천장을 붙여도 학교에서 폭력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화나고 스스로 억제할 수 없는 마음을 풀 때야 비로소 폭력은 없어집니다. 아이들 마음을 바꿔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것을 가장 손쉽게,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것입니다.”

마음의 변화가 자신의 맥박을 가다듬고, 날숨을 쉬는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 교장은 자신의 학교에서부터 이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수업없는 토요일에 청소년 대상으로

김 교장의 하루는 반야심경을 외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교문부터 시작해 1학년 1반부터 3학년 8반까지 학교 전체를 하나하나 마음으로 둘러싸기 시작한다. 김 교장은 800여명의 학생들이 하루라도 사고를 안내면 그것이 기적이라고 설명한다. 사고나 문제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일이지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면 사고는 줄어들기 마련이고, 터진다 해도 완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김 교장은 양 손 끝으로 맥박을 느낀 채 날숨을 쉬며 교내와 교정을 한 바퀴 순방한다. 이것은 우곡선원의 실상관법을 하면서 경행을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 주례여중에 설치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자연 속에서 자신의 호흡을 가지런하게 한다.

보통 학부형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아이들이 명상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기 마련이다. 단 1분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아이들이 긴 명상의 갑갑함을 견뎌낼 수 있을까.

김 교장 또한 이 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명상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선입견일 뿐이라는 것이 김 교장의 설명이다.

“저 또한 초등학생이 명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3분이 가능하다가 5분, 7분 그리고 나중에는 9분까지 가능하더군요. 그래서 중고등학생들은 7분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호흡이 맑고, 맥박이 선명합니다. 그래서 집중하려 들면 업식이 많이 쌓인 저보다 오히려 더 빨리 자신의 호흡을 잡아내는 것 같아요.”

최근 청소년들 기호에 맞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명상을 하러 오겠다는 아이들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주위의 우려 어린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난 3월 25일 열린 우곡선원 명상수업에는 12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찾아왔다. 이날 선방에는 남는 공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학생들로 빼곡 찼다.

이에 대해 김 교장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저희가 실시하는 명상교실은 실질적인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으로 소개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도자기 굽기, 농구·인라인스케이트 등 스포츠활동 혹은 댄스와 같은 체험활동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같은 동적 체험활동들은 일시적으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지만, 인성교육은 되지 못한다. 자신의 마음을 바꾸고 그 마음을 지켜나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인성교육’이라는 것이 김 교장의 설명이다.

“마음의 힘 길러주는 진짜 인성교육”

김 교장은 청소년 명상프로그램이 다른 지역으로도 많이 전해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명상 수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 해결돼야 할 과제 남아 있다. 그것은 선생님의 명상교육이 그것이다. 선생님이 명상의 기초도 모른다면 이 수업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바뀌면 아이들도 자연히 닮아간다는 것은 학교 문턱에만 들락거려도 알 수 있는 사실. 그래서 우곡선원에서는 4월 부산시 초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워크샵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설명>봄꽃이 활짝 핀 교정에서 학생들과 함께한 김혜경 교장.

“명상을 배운 아이들은 한결같이 ‘선생님, 마음이 편해졌어요’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한 다음 불교나 명상과는 담을 쌓은 채 살다가도, 언젠가는 그때 그 편안한 기억을 떠올릴 것이고, 그때 다시 부처님을 찾아올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불교의 씨앗을 심는 일이며, 우리나라를 불교국가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합니다.”

김혜경 교장이 지금 부산의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어쩌면 작은 호흡 한 모금, 작은 몸짓 하나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비의 날개짓처럼 작은 바람이 언젠가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허리케인이 되어 돌아오듯이, 이 아이들이 대한민국을 더 맑고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 그때를 위해 김 교장은 오늘도 작은 제비콩 씨앗을 교정에 심고 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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